위기의 한국야구, 과연 샐러리캡이 해법일까 [천일평의 야구장 가는 길]

천일평 대기자 / 입력 : 2019.12.10 08:00 / 조회 :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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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 /사진=뉴스1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지난 2일 총회를 열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의 제도 개선 방안을 조건부로 수용했습니다. 취득 기간이 1년 앞당겨지는 등 FA 제도가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 샐러리캡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결정이었습니다.

샐러리캡이란 한 팀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팀에 소속된 전체선수의 연봉 총액 상한선에 대한 규정으로, NBA(미국프로농구)에서 처음 시작돼 MLB(미국프로야구) NFL(미국풋볼리그) 등에서도 운용되고 있습니다.

KBO가 도입을 제안한 샐러리캡의 핵심은 '전력평준화'입니다. 그러나 선수협은 샐러리캡 도입이 선수들의 몸값을 깎으려는 제도가 될까 우려합니다.

이대호(롯데) 선수협 회장은 "KBO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을 해놓고 우리에게 제시를 했다"며 "새 방안을 도입한다고 하면 구체적인 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고 샐러리캡의 구체적인 안을 요구했습니다.

지난해 KBO 이사회는 FA 선수들의 몸값 총액을 80억원으로 제한하자고 논의하면서 샐러리캡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선수협은 'FA 상한제'를 반대하면서 거꾸로 "차라리 메이저리그처럼 사치세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최근 KBO 이사회는 '샐러리캡'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했습니다.

KBO 관계자는 "선수들 몸값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선수 몸값은 샐러리캡이 아니라도 줄일 수 있다. 이번 FA 시장만 봐도 구단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라며 "좀 더 공정한 게임을 하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선수협도 샐러리캡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아납니다. 단지 구체적인 안이 없으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선수협이 생각하는 것보다 샐러리캡의 상한선이 낮을 경우 합의는 어려워집니다. 샐러리캡이 적을수록 선수들의 몸값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부분에서 양 측이 의견을 맞춰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야구의 발전과 육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샐러리캡에 묶여 자금을 풀지 않으면 한국야구 발전이나 선수들의 기량 향상은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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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구장. /사진=OSEN
한국야구는 야구 강팀이라는 자부심과는 달리 국내 인기도나 세계에서의 수준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프로야구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우승으로 야구 열풍이 촉발됐습니다. KBO리그는 2016년 총 833만9577명이 경기장을 찾아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습니다.

2017년에는 840만688명(경기당 평균 1만1668명)으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2018년에도 800만 관중이 넘었지만 전년도에 비해 약 4% 줄었습니다.

프로야구는 2008년 525만6332명을 시작으로 2011년 600만(680만9965명), 이듬해에는 700만(715만6157명) 관중을 돌파했고 2016년에는 마침내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KBO 관중수는 2017년 최고점을 찍은 뒤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해 807만3742명으로 다소 줄어들더니 올해는 728만6008명에 그쳤습니다. 800만 시대가 실종된 것입니다. 한 해 전보다 10%(78만7734명)가 감소한 것입니다.

80만명에 육박하는 관중들이 야구장을 외면했다는 것은 다수의 팬들이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팀간의 수준 격차가 심한 탓에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과의 승패 차이가 너무나 뚜렷해 야구 볼 맛을 잃게 만듭니다. 이에 따라 포스트시즌 진출 팀과 탈락 팀의 성적 차이가 커 야구에 흥미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또 올 시즌 KBO 판도에 큰 영향을 끼친 요인 중 하나는 '공인구' 문제입니다. KBO는 수년째 이어진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의 완화를 위해 지난해 12월 규칙위원회를 열어 0.4134~0.4374의 공인구 반발 계수를 올해부터 0.4034~0.4234로 미세하지만 조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인구는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번 시즌 KBO 10개 팀의 평균 팀 타율은 0.267이었습니다. 총 안타는 1만3142개, 홈런은 1014개가 나왔습니다.

2018시즌 평균 타율은 0.286이었고 안타는 1만4445개, 홈런도 1756개가 터졌습니다. 장타율은 0.450이었습니다. 올 리그 장타율은 0.385였습니다. 지난 시즌은 물론 최근 5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안타 수가 1년 사이 1000개 넘게 날아갔고 홈런도 740여 개가 사라졌습니다. 공인구가 바뀐 첫 시즌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타격 지표가 떨어졌습니다.

 

고액연봉자들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연봉 25억원의 이대호를 시작으로 15억원의 손아섭(롯데), 최형우(KIA), 7억3000만원의 김재환(두산) 등의 스타들이 예년만 못한 모습으로 팬들의 원성을 부채질했습니다.

수비에서는 역대급 실책 기록들이 연이어 쏟아졌습니다. KBO 팀들은 이번 시즌 총 996개의 실책을 기록했는데, 이는 최근 3년 동안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폭투의 경우 롯데가 올해 103개를 범하며 한 시즌에 100개가 넘는 폭투를 기록한 최초의 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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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대표팀 선수들. /사진=뉴스1
반면에 일본 프로야구(NPB)는 올해 양 리그 858경기에서 2653만6962명의 관중을 유치했습니다. 지난 시즌보다 100만명 늘어난 수치로, 2011년 이후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상한가를 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야구계 일부에서는 "야구 인기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슈칸베이스볼은 "관중 수가 늘어났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쓸쓸한 생각이 든다. 야구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실제 숫자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각 단체의 발표를 종합하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연식야구까지 더해 2014년 이후 5년 연속으로 팀이 줄어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야구는 얼마 전 막을 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첫 번째 목표는 이뤘으나, 챔피언 타이틀을 지키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대만, 일본에 차례로 패하며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안주하는 순간 도태된다.’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코치들의 지도자로 활약 중인 김성근 전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소프트뱅크는 3년 연속 일본시리즈를 제패한 강팀입니다. 김성근 전 감독은 “소프트뱅크는 우승해도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애쓴다. 조직의 힘이 어떤 것인지 배우고 있다”면서 “소프트뱅크는 일본이 아닌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야구도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김성근 전 감독이 주목한 한국야구의 취약점은 ‘육성’과 ‘과감한 투자’입니다. “구단마다 생각이 있겠지만, 스포츠 세계에서 이기고자 할 때는 투자 없인 안 된다”, “우리나라 2군 선수들은 해외에 가서 경기를 하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3군 선수들도 일본 열도를 돌아다니며 경기를 한다. 막대한 돈을 쓰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 야구가 배워야할 점이 아닌가 싶다. 자꾸 축소만 하면 스포츠가 죽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KBO리그는 현재 몸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한창입니다. 새 외인 몸값을 100만 달러로 제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샐러리캡 도입을 논의 중입니다.

KBO는 샐러리캡이 팀간 전력 평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제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올 지 궁금합니다.

 

한국야구가 위기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앞으로 어떻게 내일을 운영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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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평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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