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FA 시장, 프리드먼은 "멍청하다"던 베팅에 나설까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19.12.06 14:44 / 조회 :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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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프리드먼 LA 다저스 사장.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의 오프시즌인 ‘스토브리그’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아직까지 뜨겁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 두 번의 오프시즌과 비교하면 온기의 차이가 확연하다. 최근 2년간은 스토브에 불을 땠는지조차 알 수 없었을 정도로 싸늘한 냉기 속에 겨울을 다 보내고 스타급 선수들조차 상당수가 소속팀 없이 스프링 캠프의 시작을 맞기도 했다.

우선 해를 넘기기 전에 이번 오프시즌 첫 1억 달러 이상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이 튀어 나왔다. 뉴욕 메츠 출신의 우완투수 잭 휠러(29)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5년 1억 18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이다. 평균 연봉이 2360만 달러에 달하는 이 계약은 휠러의 커리어와 올해 성적을 감안할 때 총액과 계약 기간에서 모두 예상을 뛰어넘었다.

휠러는 올 시즌 메츠에서 195⅓이닝을 던지며 11승8패, 평균자책점(ERA) 3.96을 기록했는데 준수한 성적과 비교적 젊은 나이(29세), 그리고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라는 강점을 감안해도 총액 1억 달러 이상 계약은 어려울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뒤집혔다.

팬그래프닷컴은 휠러의 계약을 4년 7200만 달러로 전망했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기간은 1년, 총액은 4600만 달러나 커졌다. 휠러가 팔꿈치 수술과 어깨 부상 등으로 3년 가까이 등판하지 못했던 ‘부상 경력’이 있는 선수임에도 이런 대박 계약을 얻었다는 점에서 다른 FA들에게도 희망을 안겨주는 소식이다.

휠러만큼 대박 계약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짭짤한 다년계약들도 이미 7~8개나 더 나왔다. 특히 지난해 LA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FA 시장에 나왔다가 1년 계약에 만족해야 하는 쓴맛을 본 포수 야스마니 그란달이 FA 재수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4년 7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지난 2년간 FA 시장에 나왔다가 두 번 모두 1년 계약으로 씁쓸하게 시장을 떠나야 했던 내야수 마이크 무스타커스도 신시내티 레즈와 4년 6400만 달러에 사인, FA 3수 만에 꿈에 그리는 다년 계약을 얻는 기쁨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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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로 이적한 잭 휠러. /AFPBBNews=뉴스1
그리고 이들의 계약 조건도 당초 기대를 뛰어넘었다. 그란달의 계약은 팬그래프의 전망(3년 4800만 달러)을 1년과 2500만 달러 추월했고 무스타커스의 계약도 팬그래프 예상(3년 3600만 달러)을 1년과 2800만 달러나 넘어섰다. 무스타커스의 6400만 달러는 신시내티 구단 역사상 FA 최고액 계약 신기록이기도 하다.

그란달을 잡은 화이트삭스는 또 자체 FA인 1루수 호세 아브레이유와도 3년간 5000만 달러에 계약, 이미 FA 시장에서 1억2300만 달러를 썼다. 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불펜투수 드루 포머런츠에게 4년 3400만 달러라는 예상 밖의 대형계약을 안기기도 했다. 포머런츠는 팬그래프에서 2년 1200만 달러 계약이 예상됐던 선수이니 이번 결과가 얼마나 예상 밖인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아직도 이번 오프시즌의 ‘빅3’ FA인 게릿 콜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앤서니 렌던이 모두 2억 달러를 넘어 3억 달러를 넘보는 초대박 계약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류현진과 조시 도널드슨, 매디슨 범가너, 마르셀 오수나, 디디 그리고리어스 등 상당히 굵직한 계약이 예상되는 선수들도 다수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엔 오랜만에 제대로 달아오른 스토브리그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FA 시장의 훈풍 조짐이 곧바로 리그 전체적인 FA 대박 계약 러시로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하긴 어려워 보인다. 자신의 구단 상황에 맞춰 원하는 FA 선수를 찾다가 여의치 않으면 FA 시장에서 철수하는 팀들도 있고 몇몇 구단은 아예 FA 시장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댈러스 모닝뉴스에 따르면 텍사스 레인저스는 영입 목표였던 휠러와 렌던 가운데 휠러를 필라델피아에 빼앗기자 일단 렌던 영입에 치중하면서 휠러에 투자할 돈으론 류현진이나 범가너 등 그와 비슷한 레벨의 FA 투수 대신 이들보다 한 레벨 낮은 투수 2명을 영입해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라고 한다.

텍사스는 현재 내년 시즌 예상 페이롤이 1억 2600만달러(로스터리소스닷컴)에 불과해 사치세 부과기준에 8000만 달러 정도의 여유를 갖고 있고 재정적 투자를 할 능력도 있다는 점에서 큰 손이 될 수도 있는 팀인데 원하는 선수엔 집중하되 차선책에까지 올인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결국 현재까지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구단들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선수라면 예상을 넘어서는 투자도 서슴지 않지만 확실치 않다고 여겨지면 속된 말로 ‘간만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뒤로 빠지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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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릿 콜(왼쪽)-스티븐 스트라스버그. /AFPBBNews=뉴스1
그런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팀이 류현진의 원소속팀 다저스다. 다저스는 현재 내년 잠정 예상 페이롤이 1억 7600만달러로 사치세 부과기준(2억 800만달러)에 약 3000만 달러 정도 여유를 갖고 있다. 다저스가 얼마나 월드시리즈 우승에 근접한 팀이고, 얼마나 간절히 우승을 원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큰 돈을 쓸 재정적 능력도 있는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이야말로 본격적으로 큰 손의 위력을 발휘할 기회가 온 셈이다.

문제는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이 그동안 다저스에서 모험적인 초대형 투자를 극도로 자제하는 자세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다저스에서 단 한 번도 1억 달러 계약을 준 적이 없고 외부 출신 FA에 쓴 최고액도 5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물론 그가 지난 2015년 잭 그레인키를 붙잡기 위해 1억 6000만달러를 오퍼한 적도 있지만 그나마 경쟁 팀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액수였다.

지난해 브라이스 하퍼 영입전 때도 하퍼에게 3년간 약 1억 달러 내외 계약을 제시했지만 이는 필라델피아가 제시한 13년간 3억 3000만 달러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으로 다저스의 재정적 파워를 보여주는 오퍼는 아니었다. FA 시장에서 프리드먼의 모토는 “공격적이지만 멍청한 수준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FA 시장에선 그런 프리드먼의 철학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가 그란달이나 무스타커스, 포머런츠 같은 유형의 계약은 절대 하지 않겠지만 콜과 스트라스버그, 렌던 등 초특급 선수 영입이나 혹은 트레이드 시장에서 무키 베츠와 프란시스코 린도어 등을 데려오는 블록버스터 움직임을 단행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그가 가성비를 중시하는 효율성 위주의 운영을 통해 구단의 몸집을 가볍게 한 것도 바로 이런 기회에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현재 콜과 스트라스버그는 뉴욕 양키스와 LA 에인절스가 영입을 위한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스트라스버그의 경우는 이들과 함께 친정팀인 워싱턴 내셔널스가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만약 프리드먼이 이들 중 한 명의 영입을 정말로 원한다면 지금까지처럼 이성적인(?) 오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프리드먼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는 수년 전 “만약 FA 시장에서 항상 이성적으로만 나선다면 FA 영입전에서 항상 3등을 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진짜 대어를 낚으려면 공격적인 수준을 넘어 스스로 멍청한 수준으로 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과연 프리드먼이 이번엔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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