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4800만$' 류현진, 헐값 전망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이유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19.12.03 17:46 / 조회 : 5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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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뉴스1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시장에 나온 류현진(32·LA 다저스)은 과연 어디로 갈까.

프리에이전트(FA) 류현진이 이번 FA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어느 팀이 상당한 규모의 계약을 주고 그를 모셔가리라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다. 그렇기에 그가 어느 팀과 계약할 것인지는 이번 겨울 한국 야구 팬들에게 가장 절대적인 관심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과연 류현진은 어디로 갈까, 그리고 어느 정도의 빅딜을 얻을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서는 추측성 보도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은 여기저기 떠도는 소문에 자신의 의견을 곁들여 정리해 놓은 수준이고 사실 그가 어느 팀으로 갈지, 어떤 계약을 얻어낼지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는 류현진 본인도 현 시점에서 내년 자신이 어느 팀 유니폼을 입을지 짐작도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기가 원하는 계약 규모와 뛰고 싶은 팀이 있더라도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류현진의 계약 후보로 꼽히는 팀들을 보면 친정팀인 다저스를 비롯, LA 에인절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지리적으로 LA와 가까워 류현진에게 어필할 수 있는 구단들이 첫 손에 꼽히고 있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뉴욕 양키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미네소타 트윈스 등도 이런저런 이유로 후보 대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아직까지 이들 외에 다른 팀들은 언급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류현진 같은 수준급 선발 요원을 붙잡을 기회를 전혀 고려조차 하지 않을 구단은 없을 것이기에 의외의 다크호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류현진의 예상 몸값을 고려하면 후보군이 상당히 좁혀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의 몸값 예상치로는 계약기간 최소 3~4년, 최저 5000만 달러(약 593억원) 이하에서부터 5~6년에 최고 1억 달러(약 1186억원) 이상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온 상태다. 현재까지 등장한 가장 낮은 전망은 팬그래프닷컴의 프로젝션으로 3년 4800만 달러이고 MLB 트레이드 루머스는 3년 5400만 달러, 디 애슬레틱의 메이저리그 단장 출신 칼럼니스트 짐 보우덴은 3년 5550만 달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류현진의 성적과 그가 올해 보여준 모습을 감안하면 특히 한국팬들 입장에서 너무 박하다는 느낌이 드는 전망이다. 5000만 달러급 액수가 적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 류현진과 비슷한 투수들의 계약 시세와 비교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박한 전망이 나온 것은 류현진의 부상과 수술 전력, 그리고 내년에 시즌이 개막되면 만 33세가 되는 나이 등이 장기계약에 대한 위험요소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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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보라스. /AFPBBNews=뉴스1
하지만 이런 기대치 이하의 전망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 볼 수도 있다. FA 시장 초반에 여러 팀들의 류현진에 대한 영입경쟁 구도를 불러와 궁극적으로는 계약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류현진이 파워피처가 아닌 기교파 투수로 나이와 구속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과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이번 오프시즌 FA 시장의 톱2 선발투수인 게릿 콜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것도 류현진에겐 플러스 효과가 기대되는 요소다.

보라스가 콜과 스트라스버그의 협상 과정에서 얻는 정보를 적극 활용해 류현진의 마케팅에 활용할 것이고 이런 정보들은 류현진의 계약 협상에서 좋은 지렛대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보라스는 “류현진이 나이는 32세지만 그동안 그렇게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은 탓에 그의 어깨는 26~27세 수준이다. 이것이 그가 매우 가치 있는 이유”라면서 나이와 부상 경력에 대한 불안감을 지워내려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보라스의 협상 특성을 감안하면 앞서 등장한 하한치 전망은 절대 성에 찰 리가 없고 당연히 1억 달러급 이상 상한치 수치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한치 쪽 전망은 예상치 못하게 뜨거운 영입경쟁 구도가 형성됐을 때나 가능한 액수라고 보면 궁극적으론 하한선과 상한선 사이 어느 지점에서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 타협라인을 얼마나 상한치 쪽으로 끌어가느냐가 보라스의 과제인 셈이다.

한편 이번 류현진의 계약 협상 과정에서 보라스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다저스가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재계약 협상에 나서느냐에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이 가능하다면 다저스 잔류를 선호할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저스를 선호한다고 류현진이 다저스의 시세 이하 오퍼를 선뜻 받아들일 리는 없다. 단지 다저스에서 진지한 오퍼가 온다면 그것을 지렛대 삼아 최대한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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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프리드먼 LA 다저스 사장. /AFPBBNews=뉴스1
사실 외부 FA 계약에 큰 돈을 쓰지 않는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의 성향을 감안한다면 거의 3억 달러급 오퍼가 필요하다는 말이 돌고 있는 콜과 스트라스버그 대신 팀에서 검증됐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류현진을 선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다저스는 내년 사치세 부과 기준에 약 1억 달러 정도의 여유가 있고 클레이튼 커쇼, 켄리 잰슨, 저스틴 터너의 계약이 앞으로 1~2년 내에 만료된다는 점에서 이번 오프시즌 FA 시장에서 생각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저스와 함께 에인절스의 움직임도 류현진의 계약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에인절스는 이번 오프시즌에 가장 큰 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팀이고 특히 선발진 보강이 너무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사인 훔치기 스캔들에 휩싸인 같은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의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예상되는 중징계를 받을 경우 에인절스는 이번 오프시즌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략을 보강하느냐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라도 포스트시즌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해 류현진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인 후보가 될 수 있다.

같은 AL 서부지구의 텍사스도 주목 받고 있는 후보다. 특히 텍사스는 주 소득세가 없어 같은 액수의 계약이라도 캘리포니아나 뉴욕 등에 비해 훨씬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그것이 팀을 고르는 데 우선순위는 아니지만 무조건 무시할 사안도 아니다.

하지만 추신수(37·텍사스)와 한솥밥을 먹는다는 조건은 추신수의 계약이 내년으로 만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만큼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내년 새로 입주하는 새 홈구장 글로브 라이프필드가 기존 구장에 비해 상당히 투수 친화적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텍사스의 전력이 올해보다는 상당히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큰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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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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