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섭 "발라드는 내 운명..차트 강세 기쁘죠"[★FULL인터뷰]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9.12.02 16:17 / 조회 : 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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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변진섭 /사진=이기범 기자


"옛날 이야기 많이 하게 되네요. 하하."

2일 스타뉴스와 마주한 가수 변진섭(53)이 인터뷰 도중 추억에 잠기며 이렇게 말했다. 가수 데뷔 30주년을 기념해서 완성한 13번째 정규 앨범 '드림 투게더'를 통해 함께 작업했던, 자신의 오랜 팬이기도 한 시인 강원석(50)과의 이야기를 꺼내다 문득 자신이 음악에 빠져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앨범을 발표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고.

때는 변진섭이 1988년 1집 '홀로 된다는 것은'을 발매하기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변진섭은 "이 앨범이 1집이 아닌 독집으로 불렸다"고 말을 이었다.

"부모님께 혼나가면서도 하는 게 예술이고 문학이었죠. 제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끼가 있으면 이걸 펼치지 않았을 때 병이 되는 거였는데 다행히 전 이걸 펼칠 수 있었어요. 물론 공부를 하면서 음악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는데도 제 몸은 친구들이 있는 합주실로 향하고 있었죠. 그때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는데요. 그럼에도 공부를 꽤 했었고 의대 진학을 내심 바라셨던 부모님의 뜻도 있고 해서 '이 앨범만 정리하고 음악은 그만해야겠다'라고 스스로 마음을 먹고 완성한 앨범이 '홀로 된다는 것은'이었는데 이 앨범이 엄청난 히트를 쳤잖아요. 그때부터 제 음악 인생이 시작된 거예요. 어머니께서도 기뻐하셨고 아버지께서는 미안하셨는지 약간 눈치를 보시더라고요. 하하. 그때만 하더라도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 음악을 한다고 떳떳하게 자랑을 할 입장도 아니셨거든요. 아마 제가 가수 활동을 안 했다면 선생님이 되지 않았을까요?"

변진섭은 그때 빠져 있었던 음악을 마약에 비유하기도 했다. "현실성이 없어질 정도로 미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변진섭은 마치 로미오가 만나면 안 되고 만날 수도 없는 줄리엣을 향해 만나러 가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을 정도로 음악을 향한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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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가수 변진섭, 시인 강원석 /사진=이기범 기자


인터뷰에 변진섭과 함께 참석한 강원석 시인 역시 변진섭의 오랜 팬으로서 한마디 거들었다. 강원석 시인은 3년 전쯤 변진섭의 오랜 지인의 소개를 받아 우연히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된 것이 인연이 돼 이번 30주년 앨범 수록곡 중 '별이 된 너' 등 총 3곡의 작사를 맡게 됐다. 변진섭도 "이제는 형제처럼 지내지만 안 지는 오래 안됐다"고 웃으며 "나 역시 베스트셀러가 된 강원석 시인의 시집을 선물 받았는데 '세상은 너에게 온통 꽃이다'라는 말이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1988년 '홀로 된다는 것'이 발표됐을 때 전 대입 시험에서 떨어져서 재수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때 느낀 미래에 대한 고민과 갈등은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르잖아요. 그때도 전 문학 소년이라 노래도 많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 이 곡이 너무 좋았어요. 변진섭 님 덕분에 제 꿈을 하나 이룬 셈이 됐죠. 하하."

사실 변진섭에게 이 대답을 유도한 건 아니었다. (기자가 "유도한 건 아니었는데요"라고 말하자 변진섭은 "그럼 태권도?"라고 썰렁한 농담으로 받아쳤다.) 2019년 음원 차트를 뜨겁게 달궜던, 바로 발라드 장르와 관련한 질문을, 본인의 발라드 가수로서 32년 동안 보여준 음악성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다시 변진섭에게 던졌다.

"(32년 동안 해왔지만) 제 음악성은 오히려 많이 안 변했어요. 발라드라는 이미지 안에 갇혀 있었는데 그게 좋았고 저와도 잘 맞았고요. 그게 운명적이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그 안에서 제가 충분히 다 풀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감히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한다는 건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죠. 발라드라는 장르가 제일 시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장르인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접했을 때의 주류가 팝이었는데요. 해외에서는 엘튼 존, 빌리 조엘, 퀸 등이 떠올랐고 국내에서는 조용필, 들국화, 이문세, 고 김현식 등이 있었죠."

변진섭은 최근 차트에서의 발라드 강세 현상에 대해 "너무 반갑고 기쁜 일이다. 발라드라는 단어 자체가 외래어이긴 해도 이 장르가 한국 정서와도 잘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을 이었다.

"랩, 댄스, 힙합 등이 트렌디한 장르로 주목을 받아서 대세로 떠올라도 발라드라는 장르가 이것 때문에 대중에게서 멀어지거나 죽어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마치 도화지의 바탕색처럼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색이라고나 할까요?"

변진섭은 이와 함께 협업을 해보고 싶은 후배 가수들에 대한 질문에는 폴킴, 아이유, 규현, 알리, 김필, 김범수 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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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변진섭 /사진=이기범 기자


지난 11월 발매한 30주년 기념 앨범 '드림 투게더'는 총 18곡의 2CD로 완성됐다. 변진섭은 기존의 발라드 음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곡 구성과 함께 2곡의 빠른 템포의 넘버로 곡 구성에 약간의 엣지를 줬다. 더블 타이틀 곡 중 '별이 된 너'는 너무 처지거나 지루하지 않도록 멜로디를 구성했고 '사랑은 노력'은 어느 대상이 됐든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변진섭은 이와 함께 자신의 히트곡들로 구성된 2번째 CD에는 투어를 돌며 팬들 앞에서 선사한 라이브 실황 버전 음원을 넣어 현장에서의 감동을 함께 담았다.

변진섭은 "30주년을 기념해서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발매가 많이 늦어졌다"라면서도 "그럼에도 기다린 보람이 있고 예전 활동 당시 느낌이 떠올라서 좋았다는 반응을 들으니 뿌듯하다"라고 밝혔다.

변진섭은 앨범 발매와 함께 연말까지 투어 공연에 나설 예정이며 내년 2월에도 8개 장소에서 투어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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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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