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먼, '효율성' 고집하면 '빅3'도 WS도 다 놓친다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19.11.2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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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프리드먼 LA 다저스 사장. /AFPBBNews=뉴스1
미국프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가 앤드루 프리드먼(43) 구단 운영담당 사장과 ‘조용히’ 계약을 연장했다.

구단 차원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프리드먼이 지난 주말 팀과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MLB 네트워크의 존 헤이먼이 보도했다. 2014년 시즌 종료 후 다저스와 5년간 3500만 달러에 계약했던 프리드먼 사장은 이 달 말로 기존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이었다. 헤이먼은 “프리드먼의 재계약이 ‘너무 조용하게’ 이뤄져 계약기간도 공개하지 않을 것 같고 어쩌면 공식적인 계약 발표조차 생략할지 모른다”고 전했다.


2014년 말 탬파베이 레이스를 떠나 다저스에 온 프리드먼은 지난 5년간 다저스를 모두 지구 우승으로 이끌었고 올해는 정규시즌 106승으로 다저스 구단 최다승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리드먼 사장이 이끈 지난 5년을 포함해 7년 연속 지구 우승에도 다저스는 월드시리즈(WS) 우승 가뭄을 해갈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비판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번 오프시즌은 프리드먼과 다저스 구단에 대단히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 이상 다저스 팬들은 정규시즌의 성공으로 시즌 성패를 판단하지 않고 있다. 이제부터는 목표를 확실하게 월드시리즈 우승에 맞춰 팀을 구축해야만 한다.

프리드먼은 다저스에 온 뒤 줄곧 다저스의 페이롤을 끌어내리면서 정규시즌의 성공을 유지시키는 효율성에 집중했다. 2015년 시즌 후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 기록인 3억 달러에 육박하는 페이롤로 인해 사치세로만 무려 4300만 달러를 물었던 다저스는 프리드먼의 리드 하에 대형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영입을 가능한 자제하고 소속팀 선수들과 유망주를 지키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하며 페이롤을 끌어내렸다. 마치 샐러리캡에 제약을 받는 것처럼 구단을 운영해왔고 그 방법으로 다저스 페이롤은 1억8000만 달러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올해 다시 2억 달러 위쪽으로 반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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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엔드루 프리드먼(왼쪽) 사장과 데이브 로버츠(가운데) 감독. /AFPBBNews=뉴스1
하지만 이제는 프리드먼의 이런 어프로치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이 내실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때가 됐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워싱턴 내셔널스는 모두 월드시리즈를 목표로 과감한 빅딜을 단행한 팀이다. 이들이 빅딜을 통해 데려온 저스틴 벌랜더(휴스턴)와 크리스 세일(보스턴), 맥스 슈어저(워싱턴)가 월드시리즈 우승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5년간 프리드먼의 지휘 아래 이뤄진 페이롤 감축으로 인해 다저스는 현재 페이롤에서 4000만 달러 정도의 여유 공간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의 감축 정책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오프시즌이 바로 그 도약을 시도할 기회다.

특히 올해 FA 시장에는 선발투수 게릿 콜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3루수 앤서니 렌던 등 한 팀의 월드시리즈 운명을 바꿔놓을 만한 특급 선수들이 다수 나와 있다. 다저스가 그동안 사용하지 않고 아껴뒀던 ‘머니 파워’라는 전가의 보도를 마음껏 휘두를 적기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번에도 다저스가 속된 말로 ‘지르지’ 않는다면 앞으로 프리드먼이 사장으로 있는 한 다저스가 FA 시장의 큰 손으로 재정적 파워를 무기로 사용하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일단 다저스가 이번 FA 시장에서 빅3(콜, 스트라스버그, 렌던)에게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효율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프리드먼 경제 논리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재정적 파워를 가지고도 이들 3명의 영입전에서 한 명도 붙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단 한 번도 5년이 넘는 대형 계약을 준 적이 없는 그인데 이들 빅3를 5년 이내 계약으로 붙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한 분석과 계산을 중시하는 프리드먼의 특성상 감정적인 요소가 큰 '지르기' 방식은 그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확한 분석에 기초해 합리적인 오퍼를 하는 것으로는 일생일대의 빅딜을 추구하고 있는 특급 FA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이들을 향해 과감한 ‘지르기’ 오퍼를 하는 구단은 반드시 나올 것이기에 프리드먼이 변하지 않는 한 다저스의 가능성은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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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왼쪽)-앤서니 렌던. /AFPBBNews=뉴스1
프리드먼은 이번 오프시즌에도 FA 오퍼 때 개런티 계약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도록 제한하는 대신 평균 연봉을 높이는 방법으로 영입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정적 파워를 사용하되 장기적인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론상 건실한 생각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오퍼로는 빅3 가운데 한 명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정적인 초장기 계약을 원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프리드먼이 그동안 커리어 내내 유지해왔던 정책기조를 180도 바꿀 수 있을지도 분명치 않다.

다저스의 로스터는 이번 오프시즌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 106승을 올린 팀치고는 변화의 여지가 너무 많다. 류현진과 리치 힐이 FA로 풀린 선발진부터 불펜과 내야 등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렌던의 영입이 고려되고 있다는 사실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 트레이드설이 제기된 것에서 붙박이 주전 3루수 저스틴 터너와 유격수 코리 시거의 입지도 완벽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가성비를 중시하는 프리드먼이 그동안 내준 큰 계약들을 보면 생각과는 달리 실패한 계약들이 은근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그가 다저스에 오자마자 계약한 브랜던 맥카시와의 4년 4800만달러 계약과 이듬해 스콧 캐즈미어에게 준 3년 4800만달러 계약이다.

이들이 모두 부상으로 사실상 계약기간 내내 드러누우면서 호되게 덴 것 때문인지 이후 프리드먼은 터너와 켄리 잰슨, 클레이튼 커쇼 등 자체 선수들을 붙잡는 데만 집중했고 외부 FA에는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해 월드시리즈 패배 후 아킬레스건인 불펜 보강 차원에서 3년간 2700만 달러에 영입한 조 켈리와 5년간 5500만달러에 데려온 외야수 A.J. 폴락 역시 아직까지 완전한 실패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들이 올해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마지막 퍼즐 피스라고 생각했던 것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완전한 실패하고 규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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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릿 콜(왼쪽)-류현진. /AFPBBNews=뉴스1
사실 이런 프리드먼의 성향으로 인해 류현진이 다저스로 돌아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위험 부담이 덜 한 데다 류현진 본인이 밝혔듯 3~4년 정도의 계약이라면 프리드먼의 취향에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콜과 스트라스버그에게 7, 8년 계약을 주느니 류현진에게 3, 4년 계약을 주는 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그런 오퍼로 류현진을 붙잡을 수 있을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과연 이제 막을 올리는 ‘프리드먼 2기’가 1기에 비해 얼마나 달라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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