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를 찾아줘' 고통과 고통 끝에 만나는 피에타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11.20 10:39 / 조회 :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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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다. 감당 못 할 불행을 몰아주고 또 몰아주며 고통스럽게 만든다. 성모 마리아의 피에타를 보여주기 위해 끝없는 고통으로 관객을 이끈다. 영화 '나를 찾아줘'다.


6년 전 실종된 아들 윤수를 오늘도 마음에 품고 사는 간호사 정연.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를 살피면서도 환자의 아이에게 먼저 눈이 간다. 정연의 남편 명국은 오늘도 윤수를 찾아 전국을 누빈다. 직장도 그만두고 열심히 찾는다. 희망은 여전하다.

정연은 그런 명국에게 미안하다. 탓 한 번 안 하고, 부드럽게 웃으며 아이와 같이 식사 할 그 날을 위해 그저 열심인 남편이 고맙고 미안하다.

어느 날. 정연은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는다. 숱하게 반복된 거짓 제보와 달리 생김새부터 흉터까지 너무나 정확하다. 정연은 홀린 듯이 제보가 가리키는 어느 해안의 낚시터로 간다.

낚시터 사람들은 이상하다. 분명 아이가 있는데 숨긴다. 낚시터 사람들 뿐아니다. 경찰인 홍경장도 비슷한 아이를 본 적도 없다고 입을 맞추고 정연을 경계한다. 정연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숨긴다고 직감하고 비밀을 찾아 나선다.


'나를 찾아줘'는 이영애가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해 화제를 모은 영화다. '나를 찾아줘'로 데뷔한 김승우 감독은 이영애여야 했던 것 같다. 이영애의 이미지를 빌려 성모와 복수, 두 가지 모습을 '나를 찾아줘'에 녹였다. 매우 고통스럽게 녹였다.

'나를 찾아줘'는 고통에 고통을 쉼 없이 붙인다. 감정의 고통에 육체의 고통을 가혹할 정도로 밀어붙인다. 이 고통을 주인공 정연을 맡은 이영애에게 오롯이 맡긴다. 실종된 아들 윤수와 똑 닮은 민수에게도 처절한 고통을 안긴다.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정연과 파란 하늘마저 외면한 민수. 세상이 주는 고통을 정연과 민수가 감히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밀어붙인다. 이 고통은 관객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마치 '고통 포르노' 같다. 날것으로 연출된 고통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 고통이 썰물처럼 사라져도 쾌감은 없다. 그저 회색빛 갯벌과 아이를 품에 안은 성모의 피에타가 남아있을 뿐이다.

김승우 감독은 인간이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오롯이 품에 안고 그럼에도 사랑을 선택하는 성모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듯하다. 마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처럼 처절한 고통으로 관객을 안내하고 그리하여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게 만드는 방법을 택한 듯 하다.

그렇지만 '나를 찾아줘'는 장르 영화다.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서 이 이야기를 푼다. 그렇기에 인간의 욕심을 끝없이 나열하고 그 욕심에 희생되는 인간들의 고통을 계속 묘사한다. 현실에 가까운, 그리하여 더욱 끔찍한 고통을 관객에 전달한다. 그렇기에 버겁다. 숨 쉴 틈조차 없다. 명확한 목표로 채찍을 맞아가며 올라가는 주인공을 지켜보기가 쉽지 않다. 노예처럼 부러지는, 학대당하는 아이의 모습은, 직접 묘사가 아니더라도 몹시 괴롭다.

이영애는 이 고통들을 그래도 관객이 버티게 한다. 성모와 복수.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이 모순을 이영애라서 납득 시킨다. 관객이 고통을 타고 넘어가도록 이끈다. 이영애가 이 영화를 택한 이유도, 김승우 감독이 이영애여야 했던 이유도, 아마 그렇기 때문일 것 같다.

홍경장 역을 맡은 유재명은 매우 좋다. 유재명은 홍경장을, 알아도 외면하고, 자기가 가장 중요하고, 천연덕스럽고, 바로 옆에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그렸다. 악을 대표하기보다, 평범한 인간의 욕심을 대표하는 듯하다. 그리하여 쉽게 못 볼 홍경장이란 악역을 만들어냈다. 이영애가 성모 마리아를 구현했다면 유재명은 예수를 외면한 빌라도와 채찍질한 로마 병사와 환호했다가 돌을 던진 사람들과 안쓰러워하면서도 바라보기만 한 사람들을 모두 담아낸 것 같다. 그래서 평범한 악 같다. 유재명이란 평범한 악이 짙어서, 이영애라는 선이 더욱 처연하다.

'나를 찾아줘'는 찾아달라는 나에 대해 묻는다. 이 질문은, 나가 누구인지보다, 누구가 아니더라도, 찾아야 한다는 답을 내놓게 한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냐? 이 답과 질문을 고통스럽게 만나게 한다.

11월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추신. 직접 묘사로 나누는 등급이 아니라 감정 묘사로 나누는 등급이 있다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도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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