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막는' 욱일기 횡포, 결승전서도 지켜만 봐야 하나 [★현장]

도쿄(일본)=박수진 기자 / 입력 : 2019.11.17 05:20 / 조회 : 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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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관중 3명이 16일 도쿄돔에서 욱일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OSEN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프리미어12 경기장에도 등장했다. 당장 17일 대회 결승전뿐 아니라 8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가 버젓이 활개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인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2019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한국-일본의 경기가 열린 일본 도쿄돔 관중석에서 욱일기가 포착돼 논란을 빚었다. 욱일기를 등 뒤에 두른 관중이 있는가 하면, 젊은 남성 3명은 욱일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나란히 입고 경기를 관전했다.

이를 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주최측에 곧바로 항의했으나 "제한 불가"라는 답변만을 들었다. KBO 관계자는 "일본 관중의 욱일기 사용에 대해 WBSC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며 "그러나 WBSC는 지금 분쟁상황이 아니며,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도 이는 금지하지 않은 사항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도쿄올림픽 욱일기 사용에 대한 우려는 진작부터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등은 IOC 등 국제 스포츠계에 도쿄올림픽 경기장 내 욱일기 반입 금지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아직 명쾌한 해결 방안을 제시받지 못했다. IOC는 지난 9월 성명을 통해 "올림픽 기간 동안 (욱일기로 인한) 우려가 발생하면, 사안별로 살펴보겠다"는 소극적인 대응책만을 내놨다.

올림픽 주최국인 일본은 한 술 더 떠 욱일기 사용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지난 달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리 요시로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은 한국이 IOC에 욱일기 금지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한 방송에서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 무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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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를 등에 두른 한 관중이 16일 도쿄돔에서 프리미어12 한일전을 관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역시 지난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회의에서 야마시타 야스히로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위원장을 만나 경기장 내 욱일기 반입에 대한 우려를 강력히 전달했다. 그러나 야마시타 위원장은 "적극 이해하고 있으며, 향후 상호 간극을 좁힐 수 있는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모색해보자"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아무도 강제적인 금지 조치를 내놓지 않는 가운데, 17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프리미어12 한국-일본의 결승전에서 또다시 욱일기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BO는 "WBSC에 현재 국민 정서 등 우리의 뜻을 충분히 이야기했고, 이런 내용을 NPB(일본야구기구) 측에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WBSC는 "NPB와 방송사 측에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영상이 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답했다고 KBO는 전했다.

'한국 알리미'로 활동 중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9월 세계 주요 언론에 도쿄올림픽 욱일기 응원 관련 메일을 발송해 "일본의 욱일기는 과거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라고 강조했다. 하켄크로이츠가 전세계 경기장에서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는 반면, 욱일기에 대한 제재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실정이다.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 응원의 횡포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데 대해 우리 정부와 체육계가 더욱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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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욱일기(왼쪽)가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임을 알리는 디자인 파일. /사진=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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