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태근의 축구이상] 멀티·다국적 경험 최현연, “그게 다 지도자 준비였다”

스포탈코리아 제공 / 입력 : 2019.11.13 01:43 / 조회 : 1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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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과천] 채태근 기자= 축구계에는 선수와 지도자는 완전히 다른 직업이라는 말이 있다. 선수는 본인만 생각하면 되지만 지도자는 팀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

10년 넘게 프로 선수로 뛰던 이가 학원 축구 코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면 간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선수 시절에만 최선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라운드 뿐 아니라 안팎으로 ‘더 큰 열정’이 필요한 자리.

2012년 극적인 결승골로 경남FC의 상위 스플릿(현 파이널A)을 이끌며 ‘스플릿의 아이콘’으로 꼽혔던 최현연(35) 과천 고등학교 코치를 경기도 과천시 한 카페에서 만나 학원축구 지도자 적응기를 들어봤다.

# 선수 시절 다양한 해외·포지션 경험, 지도자 생활 밑거름

최 코치는 2006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데뷔해 포항, 경남을 거치며 2013년까지 K리그 129경기를 뛰었다. 2014년부터 하얼빈 이텅(중국),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 나바호르 나만간(우즈베키스탄), 페르셀라(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을 두루 거치며 해외 경험을 쌓았다.

포지션도 골키퍼만 제외하고 거의 모든 위치를 소화했다. 데뷔 초기 스트라이커부터 중앙 미드필더, 좌우 측면 수비수 등을 두루 거치며 어떤 무대에서든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는 지도자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최 코치는 “기초적일 수 있지만 K리그는 물론 해외에서 경험한 것을 보태서 훈련을 구성하게 된다. 그게 다 지도자 준비였던 것 같다. 선수들 두뇌가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왜 하는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훈련을 구성하는데 다양한 경험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 시절 여러 포지션을 해보니 학생들에게도 포지션 별로 핵심적인 걸 원 포인트 레슨 식으로 알려줄 수 있다. 가끔 이런 걸 모를까 생각하는 오류도 있을 수 있지만 당연한 연령대다. 오히려 포지션마다 기본에 더해 프로 생활하며 겪었던 전술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을 전달해 줄 수도 있다. 그런 작은 조각들이 모여서 팀이 좋아진다고 생각 한다”며 선수들에게 풍부한 경험을 전할 수 있는 장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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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자는 몇 배 더 힘든 듯, 제자들 성장에 보람

2017년 선수 은퇴 후 중국 연변FC 2군 코치를 거쳐 올해 봄부터 과천고에서 지도자 생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최 코치는 "선수로서는 나 하나만 잘하면 되는데 지도자는 선수단 전체를 관리해야 하니 몇 배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현역 때는 지도자들이 이렇게 고생하시는지 잘 몰랐지만 해보니까 알겠다“며 지도자의 무게를 체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도자를 기쁘게 하는 건 역시 선수들의 성장이다. 최 코치는 “처음에는 창의성이 필요한 훈련을 하면 어려워서 잘 못했다”면서 “감독님께서 ‘이 나이 대 학생들은 기다려줄지 알아야 한다. 지도자가 빠르게 결과 내려고 하면 선수들한테 조급한 게 보인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아서 묵묵히 기다렸더니 몇 달 사이 패스와 컨트롤 등 집중 훈련한 부분이 많이 좋아 지더라”며 밝게 웃었다.

이헌구 감독과 최현연 코치가 이끄는 과천고는 2019 전국 고등축구리그에서 11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 선수단·코칭스태프·학부모, 소통의 중요성

학생, 학부모와 함께 호흡하는 학원 축구 지도자의 보람을 느낀 사례도 이야기했다. 최 코치는 “선수단 관리뿐 아니라 지도자와 학부모 사이도 신경 써야 한다”면서 “공격수 전상우(19)가 올 상반기 대회에서 득점력이 많이 떨어졌다. 3학년이다 보니 부모님도 걱정하지 않을까 염려되더라. 하반기 들어 대회 준비하며 3주 동안 새벽마다 나가서 슈팅 연습, 크로스를 빠르게 마무리 하는 훈련을 챙겼다”고 말했다.

특훈의 효과는 짜릿했다. 고등축구리그 대회 6경기에서 8골을 폭발시켰다. 최 코치는 “그 친구가 골을 넣고 달려오고 싶어 하는 눈치가 느껴지더라. 나중에 ‘너 마음 다 안다. 같이 고생했던 시간들 떠오르지?’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며 제자가 아쉬워하는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줬던 사연을 전했다.

이어 “상우뿐만 아니라 유태환, 정종근 등이 프로 팀에서 관심을 가진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학부모님들 귀에 들어가니 저까지 좋게 봐주시더라. 그런 식으로 아이들 플레이가 좋아지고 얼굴이 밝게 펴지는 학부모님들을 보면 보람이 더 커진다"고 고등학교팀 지도자로서 느끼는 뿌듯함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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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원 축구에서부터 경험 쌓으며 성장 하겠다

다양한 곳에서 프로 무대 경험을 한 최현연의 지도자 생활을 어떻게 전개될까. “연변 구단 사정으로 국내로 돌아와서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연변에서 23세 이하 가르쳤으니 그 밑에 고등학교 연령대를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고, 이헌구 감독님과 면접하며 지도 철학과 축구 스타일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과천고에 자리 잡게 된 이유를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감독님 잘 모시면서 기초부터 내공을 쌓는 좋은 시간이라 생각 한다. 올해 좋은 성과 있어 감사하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 본다”며 과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역 때 힘들 시절 좋은 시절 다 겪은 게 지도자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 묵묵히 연구하고 능력 키우면 선수 때처럼 알아주시는 분들이 계실 거라 믿는다. 길게 보고 주어진 역할부터 차근차근 잘 해낼 것”이라며 2년차 지도자로서 발전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사진= 채태근 기자, 최현연 코치, 경남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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