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티네스 '옵트 인'에 난감한 보스턴, 연봉 감축 '빅 세일' 나설까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11.05 15:40 / 조회 : 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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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마르티네스. /AFPBBNews=뉴스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의 슬러거인 지명타자 J.D. 마르티네스(32)가 5일(한국시간)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보스턴에서 계속 뛸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르티네스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는 보스턴 글로브에 실린 인터뷰에서 “J.D.는 꾸준하게 경쟁력이 있고 또 자신이 생산적일 수 있는 팀에서 계속 뛰기 위해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보스턴에 남기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르티네스는 남은 3년간 6250만 달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이번 마르티네스의 ‘옵트 인’ 결정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둔 스타급 선수가 FA(프리에이전트)로 나설 수 있는 옵트아웃 권리를 포기하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마르티네스가 2년 전 FA 시장 최대어로 꼽히고도 계약할 팀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2월 말이 돼서야 보스턴과 계약(5년 1억1000만달러)했던 것을 기억하면 이번 결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마르티네스는 지난 2년간 보스턴에서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였지만 수비수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는 지명타자로 주로 뛰어 그의 마켓은 아메리칸리그(AL) 팀으로 국한돼 있다. 그런 고액 연봉의 지명타자를 감당할 만한 팀도 극히 제한적이어서 다시 FA 시장에 나올 경우 현재 잔여계약을 능가할 새 계약을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마르티네스는 내년과 내후년에도 역시 옵트아웃 권리를 갖고 있지만 FA 시장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그 권리를 행사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문제는 마르티네스의 결정이 보스턴의 오프시즌 행보에 미치는 영향이다. 올해 선수 연봉 총액이 2억4300만달러에 달해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던 보스턴은 이번 오프시즌의 절대 과제가 선수 페이롤 삭감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데이브 돔브라우스키(63) 전 단장이 지난해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 9월 전격 해임된 것도 바로 이 문제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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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자축하는 보스턴의 데이브 돔브라우스키(왼쪽부터) 당시 단장과 알렉스 코라 감독, 샘 케네디 사장. /AFPBBNews=뉴스1
그리고 얼마 전 새로운 단장으로 임명된 차임 블룸(36)에게 주어진 지상과제도 이번 오프시즌에 팀 페이롤을 MLB 사치세 부과기준선인 2억800만달러 이하로 끌어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은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최하의 페이롤을 기록하고도 96승을 올린 탬파베이 레이스의 부사장 출신이다. 보스턴은 MLB 1위 페이롤에도 84승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었다.

문제는 페이롤 감축작업이 그야말로 구단 입장에서 살을 깎는 고통을 수반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보스턴은 현재 내년 시즌 개런티 계약을 지닌 선수들과 연봉조정 권리를 지닌 선수들의 예상 연봉만 합쳐도 시치세 부과 기준선인 2억800만달러를 훌쩍 넘기는 2억2000만달러 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보강해야 할 포지션들은 제쳐 두고라도 당장 있는 계약만으로도 사치세 부과 기준선을 가볍게 초과하는 것이다.

결국 구단이 페이롤 감축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남은 방법은 기존의 고액연봉 선수들을 내보내거나 높은 연봉이 예상되는 연봉조정 대상 선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마르티네스와 2018년 AL MVP인 무키 베츠의 트레이드설이 나오는 이유다.

마르티네스와 베츠는 보스턴 타선의 핵심이다. 이들이 없는 보스턴 타선은 말 그대로 발톱 빠진 호랑이 신세일 것이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선수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에 대한 연봉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마르티네스의 옵트 인 결정으로 보스턴의 내년도 페이롤은 그의 연봉인 2375만 달러가 추가됐다. 보통 계약의 경우는 평균연봉으로 페이롤 기준 반영분이 산출되지만 마르티네스의 경우는 계약 마지막 3년간에 모두 옵트아웃 권리가 있기에 평균연봉이 아닌 실제 연봉 기준으로 반영돼 더 부담이 커졌다. 구단 입장에선 팀의 주포인 마르티네스를 잃는 아픔에도 불구, 그가 옵트아웃을 선택하길 은근히 원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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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키 베츠. /AFPBBNews=뉴스1
연봉 조정 대상인 베츠의 경우는 구단의 부담과 고민이 더 크다, 연봉 조정을 거치면 그의 내년 연봉은 27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 가만히 앉아 연봉조정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페이롤에 큰 타격이 된다.

게다가 그는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그를 확실하게 붙잡으려면 재계약을 해야 하지만 그와 재계약을 하는 순간 구단의 페이롤 감축 노력은 거의 ‘미션 임파서블’이 된다. 그렇다고 이제 막 만 27세가 된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를 내년에 그냥 FA로 그냥 떠나가게 하기도 억울하다. 차라리 이번 오프시즌에 그를 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베츠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연봉 부담이 엄청난 데다 내년 시즌 종료 후 FA가 된다는 사실로 인해 트레이드 시장에서 얼마나 큰 대가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팀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난처한 상황이다.

그 때문에 보스턴에서는 다음 3년간 9600만 달러 계약이 남아있는 선발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와 베츠를 묶어 초대형 패키지 딜 트레이드를 구상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투타의 핵심을 모두 떼어내자는 이야기인데 성사만 된다면 페이롤 감축 문제는 한 방에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팀이 입게 될 내상이 너무 크다.

또 마르티네스와 네이선 이볼티, 크리스 세일 등도 이들과 함께 트레이드 대상으로 떠오를 여지도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페이롤 감축이 아니라 아예 탱킹(tanking)이라는 말까지 나올지 모른다. 보스턴 같은 빅마켓 명문 구단 입장에서 그런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팀의 간판선수들을 모두 내보내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어쩌면 눈물을 머금고라도 페이롤 삭감 계획을 1년 뒤로 연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과연 보스턴은 이번 오프시즌 동안 어떤 코스를 선택할지 궁금하다. 올해 AL 동부지구에서 라이벌 뉴욕 양키스는 물론 탬파베이에도 상당한 차이로 뒤졌던 보스턴이 목표인 구단 페이롤 감축을 단행하면서 최소한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묘책을 찾아낼 수 있을까. 지난해 월드시리즈 타이틀을 안겨준 돔브라우스키 단장을 우승한 지 1년도 안 돼 내칠 수밖에 없었던 구단의 속사정이 조금은 이해되는 현재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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