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영표 작심발언 "야구처럼 K리그도 PO 도입해야, 단 조건은..."

서울월드컵경기장=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11.03 05:31 / 조회 :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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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사진=뉴스1
자선 행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영표(42)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바쁘신데 와주셔 감사합니다. 그런데 참, K리그도 오늘 열리지 않아요"였다. 한국 축구와 K리그 사랑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이영표가 진심 가득한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영표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영표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와 함께하는 '컴패션 에이매치(Compassion A-match)' 행사에 앞서 인터뷰에 임했다.

취재진과 만난 이영표는 "K리그 경기가 어디 어디 있죠. 저도 누가 우승할 지 제일 궁금합니다"라면서 "그런데 그것보다 결과가 극적이었으면 좋겠다. 이슈가 됐으면 좋겠다.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어떤 팀이 이기든지 정말 극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영표는 현 야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플레이오프(PO) 제도' 도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신중하면서도 작심한 듯 꺼냈다.

이영표는 "늘 K리그에 관심을 갖는 팬들은 단일 리그를 통한 우승을 좋아할 것이다. 영국 관점에서 보면 그게 당연히 맞다"면서도 "하지만 K리그에 관심이 없는 팬들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PO 같은 인위적인 이벤트 도입도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가 그렇게 하고 있다. 단, 관건은 이런 PO 제도 도입을 기존 축구 팬들이 포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K리그는 단일 리그 4강 PO(1998~2000년), 전후기 리그에 이은 4강 PO(2004~2006년), 단일 리그 6강 PO(2007~2011년) 제도를 각각 시행한 바 있다. 도입과 폐지가 반복되면서 늘 '최선의 방식'을 향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 고민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이영표는 "궁극적으로 리그를 통해 우승 팀을 결정하는 게 맞고 그게 공평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는 (본질적인 면을 충족시키고도 흥행이) 충분한가. 현 스플릿 시스템도 정통은 아니다. 물론 저도 선수 때 리그 우승 후 다시 경기를 또 한다는 게 좀 그랬다. 그런데 더 크게 보니 꼭 '정답이다 아니다'를 말하기 전에 한 번 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인 것 같다"고 신중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영표는 "우리한테 뭐가 가장 맞고 좋을까. 경기장에 오지 않고, TV로도 K리그를 안 보는 팬들이 K리그를 즐기고 팬으로 유입될 수만 있다면 PO 부활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역시 조건은 정통성을 중시하는 팬들이 '난 즐기고 있지만 다른 팬들이 더 들어오기 위해 이해할게'라는 생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여론만 갖춰지면 실행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영표는 KBO 리그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영표는 "한국시리즈가 이번에 4차전에서 끝났다. 수익 면에서는 구단이나 방송국 모두 7차전까지 가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 "K리그도 인위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홈 앤 어웨이로 준결승전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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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 모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는 "현재 전북과 울산의 선두 경쟁이 다른 팬들에게는 큰 이슈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PO는 여러 팬들을 모을 수 있다"며 "미국은 스포츠를 통해 즐기면 그만이다. 그게 최고 가치였다. 반면 영국은 축구에 철학이 있고, 삶이 담겨 있다. 진지하고 쉽게 재미와 놀이로만 삼을 게 아니더라. 결국 옳고 그름이 아니라, 문화의 차이다. 우리도 적절하게 장단점을 이용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PO 방식에 대해 이영표는 "6강도 좋고, 중부와 남부로 나눠서 해도 된다. 상위 진출 팀을 정해놓은 뒤 와일드카드도 생각해볼 수 있다. PO만 도입된다면 '결승전에서 누구 때문에 이겼지', '퇴장이나 오심으로 졌지' 하는 등의 역사가 쌓일 것이다. 또 큰 경기에 긴장을 해서 황당한 실수나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것 역시 이야깃거리이자 재미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영표는 "PO를 향한 관심과 폭발력이 나타나면, 후원을 원하는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질 거라 본다. 광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플레이오프나 챔피언스리그 상위 토너먼트에 진출할 경우, 후원에 대한 추가 옵션 계약이 있다"면서 "만약 꾸준하게 4~5팀이 상위권에서 싸워주고, 경기장에 팬들이 더 들어올 자리가 없다면 궁극적으로 유럽처럼 (단일리그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유입이 절실한 상황에서는 PO 도입도 나쁘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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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이영표.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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