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도 다시 봤어야...' 조상우 이후, 키움에는 이닝이 너무 많았다 [김인식 KS 관전평]

신화섭 기자 / 입력 : 2019.10.24 11:49 / 조회 : 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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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조상우가 23일 2차전 6회 김재환과 오재일을 연속 삼진으로 잡은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OSEN
◇ 두산-키움 한국시리즈 2차전(23일·잠실)

마무리 투수를 흔히 ‘소방수’라고 부른다. 불을 끄고 완전히 없애 버리는, 야구에서는 큰 위기를 막아내고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임무를 지니기 때문이다.

책임이 막중하기에 팀 내에서 가장 강력한 볼을 던지고 배짱도 있는 투수가 마무리를 맡곤 한다. 특히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강속구를 뿌릴 수 있다면 구종이 그리 많지 않아도 상관 없다. 키움에서는 조상우(25)가 마무리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KBO리그에서 첫째 둘째 가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아닌가.

키움은 조상우를 올 정규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보다는 중간투수로 기용하고 있다. 물론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는 이런 변칙을 쓸 수도 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조상우는 5-2로 앞선 6회말 1사 1, 2루 위기에 등판했다. 최고 시속 155km의 강속구를 앞세워 두산 4, 5번타자 김재환과 오재일을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다.

조상우의 임무는 거기까지였다. 7회부터는 양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로도 이닝이 너무 많이 남았다는 점이다. 결국 키움은 8회 1점, 9회 3점을 더 내줘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키움 벤치는 '자나 깨나 불조심'과 함께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표어를 기억했어야 한다.

필자가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2015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일본과의 준결승전(11월19일)이 생각난다. 한국은 상대 선발 오타니 쇼헤이(25·현 LA 에인절스)에게 7이닝 동안 1점도 뽑지 못하고 0-3으로 끌려갔다. 일본 벤치는 8회부터 노리모토 다카히로(29·라쿠텐)를 마운드에 올렸다.

노리모토도 오타니 못지 않게 구위가 좋은 투수다. 당시 시속 154km의 빠른 공을 던져 오타니보다 1~2km 정도 뒤졌을 뿐이다. 여기에 포크볼 슬라이더 등도 갖췄다. 이날 경기 전까지 대회 평균자책점이 0이었다.

그런데 우리 대표팀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오타니의 공보다는 눈에 보이는 게 차이가 난다(수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한국은 9회 노리모토를 공략해 짜릿한 4-3 역전승을 일궈냈다.

조상우를 상대한 두산 타자들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물론 조상우도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른 데다 전날 1차전에선 32구나 던져 이제는 투구 때 팔이 다소 처지고 볼도 높게 들어오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위력적인 조상우를 상대하다 이후 등판한 키움 투수들의 공은 두산 타자들에게 한결 쉽게 보였을 수 있다. 또 이제 조상우가 나올 일이 없으니 경기 막판 심적으로 자신감과 여유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키움 벤치는 지난 플레이오프까지는 투수들을 빠르고 자주 교체하는 ‘짧게 끊어 던지기’로 재미를 봤다. 그러나 변칙이 늘 통할 수는 없다. 잘 던지는 투수도 두세 타자만 막은 뒤 바로 바꾼다. 2차전에서도 양현과 이영준의 공이 좋았는데, 각각 3명과 2명만을 상대했을 뿐이다.

감독이라는 직업, 그리고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지고 나면 감독은 욕을 듣게 돼 있다. 4년 전 당시 일본 대표팀의 고쿠보 히로키(48) 감독도 한국전 패배 뒤 현지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필자 또한 프로 감독 17년(1991~92년 쌍방울, 95~2003년 OB·두산, 2004~2009년 한화) 동안 욕을 먹었다.

더욱이 지난 1, 2차전은 키움이 좀더 유리하게 풀어나간 경기였는데도 뼈아픈 연패를 당했다. 그래서 감독은 무엇보다 이기기 위해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이제 경기가 얼마나 더 남았는가. 몇 경기만 지나면 올해는 더 하고 싶어도 못한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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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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