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태근의 축구이상] 프로축구, 팬들과의 ‘연장전’

스포탈코리아 제공 / 입력 : 2019.10.24 01:44 / 조회 :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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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광주, 전주] 채태근 기자= ‘프로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 명제를 실천하고 있는 K리그다. 선수들은 90분 경기를 마친 후에도 팬들의 사랑에 최선을 다해 보답하는 걸 잊지 않는다.


지난 19일 광주월드컵경기장(광주-안양)과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전북-포항)의 경기 후 풍경 이야기다. 1부와 2부의 차이, 비교할 수 없는 예산의 차이 등. 두 경기장의 네 팀 사이엔 큰 격차가 있으나, 경기 후 팬들의 열성과 그에 화답하는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누구 하나 다를 게 없었다.

# 어느덧 자리 잡은 K리그의 문화, 팬들과의 ‘엔딩 세리머니’

19일 당시 아직 K리그1 승격을 확정짓지 못했던 광주는 펠리페와 김주공이 각각 2골을 터뜨리며 안양에 4-0 대승을 거둔 후 20일 부산-안산전을 기다렸다.

본부석 하단에 위치한 기자회견장과 드레싱 룸 주위로 광주 선수들의 환희가 가득했다. 믹스트존 인터뷰를 마치고 선수들이 버스에 오르는 길엔 어김없이 어린이와 학생 팬들이 환호로 맞이했다. 펠리페와 김주공 등 이날 경기 수훈 선수들은 팬들에게도 영웅이었다.


사인은 과거의 유물이 된 듯, 함께 찍는 ‘셀카’ 요청이 줄을 이었다. 한 번에 끝내는 게 아니라 최대한 많은 팬들의 휴대폰에 각각 사진을 남겨주려 애쓴다는 점에서 선수들의 노력이 느껴졌다.

한 광주 선수는 여학생 팬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다음 경기에도 꼭 응원 와줘야 해. 알지?”라는 애교 섞인 당부도 잊지 않았다.

# 원정에서도, 국가대표도, 외인 선수도 모두 최선…팬들과의 불문율

놀라운 건 대패를 당한 원정 팀 안양의 선수단 버스 앞 광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 안양 팬들은 “수고 했어요”, “힘내요”, “홈경기에서 꼭 이겨요” 등 풀 죽은 선수들을 위로로 배웅했다. 안양 선수들은 팬들에게 목례와 손 인사를 잊지 않고 선수단 버스에 탑승했다. 먼 원정길에서 당한 패배가 외롭지는 않았으리라.

당대 K리그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전북 팬들은 조금 더 규모 있고 틀이 잡혀 있었다. 명확한 안전 라인과 경호 요원 뒤로 한 눈에 봐도 100여 명이 넘는 팬들이 선수들의 퇴근길을 기다렸다. 선수들은 라인에 걸쳐 자신을 호명하는 팬들의 요구에 응대하고 버스에 탑승했다.

이날 최고의 인기 스타는 1골 1도움을 올린 문선민. 평소 친근한 이미지로 어린이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문선민은 여기 저기 쏟아지는 부름에 경기 때만큼 바쁘게 양 측면을 오갔다.

한참동안 팬 서비스를 마친 후 버스 발판에 발을 올릴 찰나, 한쪽 구석에서 “문선민 선수”를 몇 차례 애타게 반복해 부르자 망설임 없이 뒤돌아 뛰어내려 아이들에게 달려간 순간이 절정이었다. 이날 “딸이 일어나서 걷는 것에 착안해 골 세리머니 했다”는 ‘아빠’ 문선민의 진심이 전달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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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례들은 비록 중계 화면에 잡히지 않지만 올 시즌 어느 경기장이든 접할 수 있다. 경기에 패하면 인터뷰 거절은 물론 팬들에 형식적인 손 인사에 그치던 것이 불과 몇 년 전. 최근 팬들을 대하는 선수들의 전향적인 자세는 몇몇 선수의 개별적 호의 수준이 아니다. K리그 전 선수들이 팬들을 위한 의무로 받아들이는 단계가 됐다.

모 구단 홍보 담당자는 이에 대해 “논란이 됐던 타 종목의 불성실한 팬 서비스 같은 이슈를 선수들도 알고 있다. 그래선지 더욱 팬들의 사랑에 정성스럽게 응대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내놓으면서 “선수들끼리도 서로 팬들 잘 챙기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듣는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 ‘커스터마이징’ 시대, 반응이 있는 서비스는 키워야 한다

목청껏 “문선민 선수”를 부르던 아이가 자신의 영웅이 다가오자 환하게 밝아지던 표정이 아직도 선하다. 향후 경기장을 더 찾게 되는 동기가 되는 건 물론 평생 추억이 될 날이 됐을지 모른다. K리그는 그런 순간을 선사해야 한다. 축구 전문가들이 ‘유럽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진다’, ‘더 투자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순간에도 경기력에 상관없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존재한다.

비즈니스 통계 중에 ‘접점이 없는 신규 고객 창출은 기존 고객을 통한 시장 확대보다 7배 더 어렵다’는 데이터가 있다. 현재 경기장을 찾는 ‘나’의 경험을 ‘우리’가 축구장을 찾는 이유로 만들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과 팬들이 경기 직후 감정을 갖고 스킨십을 하는 K리그의 ‘연장전’도 하나의 정식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요즘이다. 현재는 퇴근길 도중에 부가 서비스 정도지만 ‘특화 서비스’로 키울 순 없을까. 예를 들면 경기 막판 전광판을 통한 공지나 구단 SNS 등을 통해 실시간 공유 등. 애써 퇴근길을 찾는 팬들의 만족감을 키우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의 안전과 선수단 버스의 빠른 이동 등. 선수들의 입장도 잊으면 안 된다. 선수단과 팬들의 동선이 정리되지 않은 몇몇 경기장에서는 혹시나 하는 염려가 들기도 했다. 명확한 구획 정리가 요구된다. 많은 팬들이 몰리는 선수의 경우 미리 구단 버스 외 별도의 차량으로 이동을 준비해둬야 할 것 같은 경우도 있었다.

물론 K리그 선수들의 퇴근길 팬 서비스가 전부는 아니다. 경기장에서 골과 도움, 멋진 수비 등을 뽐내는 우리 동네 팀의 선수가 기꺼이 나와 함께 ‘추억 포인트’를 쌓아가는 접점이 많아지길.

그 경험들이 쌓여 ‘나의 팀’을 향한 팬들의 영원한 사랑으로 열매 맺길 기대해본다.

사진=채태근 기자

보도자료 및 취재문의 sportal@sportal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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