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반가운 귀환과 아쉬운 기시감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10.23 11:00 / 조회 :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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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이 지났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터미네이터2'로 전 세계를 열광시킨 뒤 강산이 세 번 바뀌었다. '터미네이터' 속 세상에서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간 인공지능은, 어느덧 현실에서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라진 세상이기에 새롭게 등장한 '터미네이터'는 달라졌어야만 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제작을 맡은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에서 그 다름을 여성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심판의 날 그 후.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는 세계를 지켰지만 소중한 아들 존 코너는 지키지 못했다. 미래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인류와 기계는 싸우고 있다. 또 다른 인공지능이 인류의 전멸을 원하고 있는 탓이다.

뒤바뀐 미래에서 새로운 인류의 희망 대니(나탈리아 레이즈)를 지키기 위해 슈퍼 솔져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가 찾아온다. 대니를 제거하기 위해 새로운 터미네이터 Rev-9(가브리엘 루나)1도 미래에서 건너온다. Rev-9는 다른 모습으로도 변하고, 액체와 골격으로 나뉘기도 하는 강력한 터미네이터다. 막강한 Rev-9의 추격에 대니와 그레이스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바로 그 순간, 사라 코너가 그들을 구한다. 사라 코너는 누군가 터미네이터가 미래에서 도착하는 좌표를 알려주면, 제거하는 것으로 아들을 잃고 난 뒤의 삶에서 의미를 찾아왔다. 그렇게 미래의 희망을 놓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다시 시작됐다.

28년 동안 '터미네이터' 후속작들이 간간이 등장했다. 실망감만 안겼다.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2' 이후 세계를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는 '터미네이터2' 타임라인을 잇는다. 액션의 리듬은 '데드풀' 팀 밀러 감독에게 맡겼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 1편과 2편 기시감이 가득하다. 특히 2편에 많은 부분을 기댔다. 다른 인물로 변하는 액체형 터미네이터, 강인한 여전사,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맞서 싸우는 전략, 그리고 착한 편이 된 터미네이터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 옛 영화들을 극장에서 본 적이 없다면, 대략 정보만 갖고 있다면, 신선할 수 있다. 반면 옛 영화들의 추억이 짙으면 짙을수록 실망할 법하다.

제임스 카메론과 팀 밀러 감독은 옛 이야기들을 따르되 새로운 '터미네이터'의 차별점을 여성으로 정리했다. '터미네이터2'의 사라 코너, '에일리언2' 리플리로 영화사에 강인한 여성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던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서 인류의 미래를 여성에게 맡겼다.

성모로서 사라 코너가 아닌, 구세주로서 대니라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대니를 지키는 슈퍼 솔져 그레이스도 여성이다. '터미네이터' 구세주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꿨다. 28년만에 사라 코너로 돌아온 린다 해밀턴은 성모가 아닌, 멘토로 역할이 바뀌었다. 이 세계관의 전환은, 새로운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걸 맞는다. 린다 해밀턴의 귀환은 1,2편 팬들에게 추억 그 이상이다.

다만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는 사라 코너,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 등 이미 완성된 캐릭터들은 영화에 잘 녹아 들어간 반면 대니와 그레이스, 그리고 빌런인 Rev-9 등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은 겉돈다. 평범한 삶을 보내던 대니의 각성도 느닷없고, 그레이스 캐릭터는 붕 떠 있다. 1,2편의 사라 코너, 1편의 카일 리스와 2편의 T-800을 각각 대니와 그레이스에 욱여넣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대니와 그레이스는 시리즈에 익숙한 관객에겐 기시감을, 모르는 관객에겐 느닷없다는 느낌을 주기 쉽다. 메인 빌런인 Rev-9는 공포스럽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메인 빌런이 아쉬우니 영화 전체의 긴장감도 떨어진다. 2편의 용광로 장면을 넘어설 액션과 감정의 마무리도 없다.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는 2편 이후 등장해 실망감을 안겨준 '터미네이터' 시리즈들과 비교하면 만족도가 높다. 그렇지만 2편에 상당 부분을 기댄 서사, 지금 시대와 적합하지만 완성도가 부족한 새로운 캐릭터들은 아쉬움을 준다. 한국관객들이라면 '타짜3'에 대한 반응과 비슷할 것 같다.

10월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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