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오 손가락 욕설 중징계, 아마추어는?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19.10.07 07:00 / 조회 : 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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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케빈 나(나상욱)의 캐디 케니 함스가 ‘Free Bio Kim(김비오의 징계를 풀어달라)’이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대회를 치르고 있다. /사진=골프닷컴 트위터 캡처
김비오(29)의 중징계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골프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5, 6일 라운드를 즐긴 주말 골퍼들 사이에도 김비오가 단연 최고 화제감이었다. 해외에서도 관심거리가 돼 미국과 유럽 골프 미디어들은 방송 중 김비오의 징계를 놓고 설전이 오갔다.

김비오는 지난 달 29일 경북 구미 골프존 카운티 선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DGB 볼빅 대구경북오픈 4라운드에서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으로 욕을 한 뒤 클럽으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이 장면은 TV 중계 화면에 포착됐고, 김비오는 지난 1일 KPGA 상벌위원회로부터 3년간 자격정지와 벌금 1000만원이란 중징계를 받았다.

 

해외의 반응은 대체로 징계가 엄했다는 것. 벌금 정도면 합당한데 3년간 자격정지는 선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 골프채널 TV쇼 진행자는 “(김비오의 징계가) 남한이 아닌 (전제주의 국가의) 북한에서 벌어진 것 같다”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

거기에다 재미동포 케빈 나(나상욱)의 캐디 케니 함스는 김비오를 두둔하는 모자를 착용하고 출전, 눈길을 끌었다. 함스는 지난 4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슈라이너스아동병원 오픈 1라운드에서 ‘Free Bio Kim(김비오의 징계를 풀어달라)’이라는 문구를 담은 모자를 쓰고 필드를 오갔다.

함스는 “(김비오 징계는) 스포츠 사상 최악의 결정 중 하나일 것”이라며 “김비오는 훌륭한 선수이고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함스는 “갤러리가 온종일 카메라 촬영을 했고, 김비오는 카메라 셔터 소리 때문에 샷이 흔들렸다”면서 “PGA투어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벌금 징계에 그쳤을 것이고, 자격정지 3주를 받아도 지나친 처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스는 “미국 골프 업계는 김비오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케빈 나 역시“김비오가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팬들이나 골프계, 미디어에 사과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면서 “김비오의 아내가 임신 중인 것으로 아는데 힘든 시기가 될 수 있고,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돕고 싶다”고 밝혔다.  

김비오의 손가락 욕설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장면이다. 그렇지만 많은 팬들은 징계가 가혹하다는 의견들을 내보이고 있다. 교통 법규로 비유하면 차선 위반 정도인데, 중앙선 침범이나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급의 과한 처벌을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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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오가 지난 1일 한국프로골프협회에서 열린 상벌위원회를 마친 뒤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렇다면 아마추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아마추어는 갤러리가 없으므로 동반자들끼리 험한 말은 아니라도 불유쾌한 신경전이 오갈 수 있다.

라운드 중 가장 신경에 거슬리는 게 이른바 ‘구찌 겐세이(입담 훼방)’다. 티샷을 하려는데, 동반자 중 한 명이 “와, 페어웨이는 좁고 왼쪽에 OB 말뚝이 크게 보이네, 잘 쳐~”라고 하면 집중력을 잃어 공이 왼쪽으로 가기 마련이다. 퍼팅을 신중히 하려면 “정말 돈독 올랐네~”라는 말로 신경을 곤두세워 실수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본의든 아니든 페어웨이에서 세컨드 샷을 하려는데 발자국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든지, 그린에서 퍼팅 라인에 서 있어 집중력을 잃게도 만든다. 이런 ‘진상 동반자’를 만나면 하루를 완전히 망치게 되고 그 동반자와는 다시는 같이 운동할 생각이 없어진다.

 

이와는 달리, 몸이 덜 풀린 1번홀 티샷 전 “왼쪽은 OB이고 오른쪽은 해저드 지역이니 페어웨이 약간 오른쪽을 겨냥해 봐~”, 혹은 버디 퍼팅을 앞뒀을 때 “골프 300년 역사상 짧아서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어. 약간 길게 친다는 느낌으로 스트로크를 해봐”라며 격려를 한다면 훨씬 분위기가 훈훈해질 것이다. 라운드 한 번으로 ‘원수가 되느냐, 친구가 되느냐’는 여러분들의 매너와 마음 씀씀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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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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