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G 18승2패' 밀워키 기적의 스퍼트, 전운 감도는 NL PO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9.27 14:29 / 조회 : 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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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의 에릭 테임즈(오른쪽)와 코리 스판진버그. /AFPBBNews=뉴스1
미국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브루어스가 심상치 않다.


밀워키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진 신시내티 레즈와 경기에서 5-3으로 승리, 3연전 시리즈를 싹쓸이하며 연승 행진을 7경기째 이어갔다. 최근 20경기에서 7연승, 4연승, 7연승을 기록하는 등 18승2패의 기적 같은 스퍼트를 펼치고 있다.

시즌 89승70패를 기록한 밀워키는 이미 내셔널리그(NL) 와일드카드 티켓을 확보했고 NL 중부지구 선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90승69패)엔 1게임 차로 따라붙었다. 와일드카드에 만족하지 않고 내친 김에 이번 주말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시키겠다는 기세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시나리오다. 지난 6일 밀워키는 와일드카드 레이스 경쟁자인 시카고 컵스와 홈 4연전 시리즈 1차전에서 5-10으로 패해 NL 중부지구 선두 세인트루이스와 승차가 7.5게임 차로 벌어졌고 NL 와일드카드 2위였던 컵스에는 5게임 차로 뒤졌다.

당시 남은 경기 수가 23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 정도 격차는 만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수치였다. 그 때 베이스볼-레퍼런스는 밀워키의 플레이오프(PO) 진출 확률을 3.1%, 지구 우승 확률은 0.1% 미만으로 평가했고 팬그래프는 플레이오프 확률을 5.6%로 예측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밀워키는 컵스와의 남은 3경기를 포함해 다음 4경기에서 승리하며 NL 와일드카드 순위에서 2위에 1게임 차 뒤진 3위를 달려 실낱 같은 희망의 끈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11일 그 한 가닥 끈마저 끊어지는 치명타를 맞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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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 크리스티안 옐리치(오른쪽)가 지난 11일(한국시간) 마이애미전에서 부상을 당한 뒤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경기 도중 밀워키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스타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타격 도중 자신의 파울 타구에 오른 무릎을 맞아 슬개골 골절 진단을 받은 것이다. 재검 결과 수술은 피했지만 재활에 8~10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오며 올 시즌을 마감했다.

당시 옐리치의 부상 소식을 전한 현지 언론들은 하나같이 밀워키의 불운에 아쉬움과 동정을 표시하며 옐리치의 시즌 아웃과 함께 밀워키의 시즌도 끝났다고 전망했다. 그만큼 밀워키에서 옐리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옐리치는 올 시즌 130경기에서 44홈런 97타점 30도루 타율 0.329, 장타율 0.671, OPS 1.100을 기록했고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음에도 아직도 강력한 NL MVP 후보로 꼽히는 선수다.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의 50홈런-30도루 달성도 가능하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었던 옐리치가 전열에서 이탈한 것은 실로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냥 팀의 최고 선수가 아니라 리그 최고의 선수였고 밀워키의 ‘심장’과 같은 선수였기에 옐리치를 잃고 밀워키가 계속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남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역시 야구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밀워키는 옐리치를 잃은 뒤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무서운 기세로 진군했다. 옐리치가 다친 경기를 포함해 다음 16경기에서 14승2패를 기록하는 거침없는 진군으로 단숨에 와일드카드 PO 티켓을 거머쥐었고 거의 기정사실처럼 보였던 세인트루이스의 지구 챔피언 자리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이번 주말 홈에서 컵스와 3연전으로 시즌을 마감하는 세인트루이스는 밀워키의 거침없는 기세에 예정했던 선발 로테이션을 변경하는 등 갑자기 초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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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한국시간)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고 기뻐하는 밀워키 선수들. /AFPBBNews=뉴스1
이런 밀워키의 급상승은 NL 포스트시즌 구도도 흔들고 있다. 아직도 밀워키는 지구 순위와 와일드카드 순위에서 각각 세인트루이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에 1경기차 뒤진 2위로 NL 5번 시드 위치에 있다. 하지만 이번 주말 남은 3경기 결과에 따라 3번 또는 4번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세인트루이스와 동률이 된다면 지구 타이틀을 걸고 1경기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만약 세인트루이스를 못 잡더라도 워싱턴과 동률이 된다면 정규시즌 워싱턴과 맞대결에서 4승2패로 앞서 있기에 4번 시드로 올라서 와일드카드 게임을 호스트하게 된다.

전반기를 47승44패로 마친 밀워키는 사실 이번 ‘20경기 스퍼트’ 이전까지는 후반기 성적도 24승24패로 꼭 반타작을 하고 있었다. 전형적으로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팀이었다. 뭔가 일을 낼 분위기의 팀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밀워키의 9월 대반전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마운드다. 시즌 중반까지도 팀의 취약점으로 거론됐던 마운드가 9월 들어 갑자기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8월까지 4.68에 달하던 팀 평균자책점이 9월 들어 2.77로 거의 2점이나 뚝 떨어졌다. 탈삼진 비율은 9이닝당 1개 이상 늘어난 반면 볼넷과 피홈런 수는 각각 1개와 0.4개씩 떨어졌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조던 라일스와 드루 포머란츠가 각각 선발진과 불펜에서 기대 이상의 기여를 해주면서 확연히 달라졌다.

특히 밀워키가 선발진의 보험용으로 피츠버그에서 영입한 라일스는 밀워키에 온 뒤 11경기에서 58⅔이닝동안 7승1패,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사실상 가장 믿음직한 선발투수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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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 투수 조던 라일스. /AFPBBNews=뉴스1
하지만 밀워키 투수진의 강점은 여전히 선발보다는 불펜이다. 코리 크나벨과 제레미 제프리스를 부상에 잃은 타격이 컸지만 밀워키가 자랑하는 불펜 에이스 조시 헤이더(37세이브, 136K, 2.63 ERA)가 건재한 데다 포머란츠와 레이 블랙이 가세한 불펜이 브랜던 우드러프, 브렌트 수터, 프레디 페랄타, 알렉스 클로디오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크레이그 카운슬 감독이 다시 한 번 마법같은 ‘불펜 용병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밀워키의 타선은 이번 스퍼트 기간 동안에도 특별히 나아진 것이 없었다. 밀워키의 9월 OPS는 0.743으로 월간 수치로는 올해 최저였고 OPS+는 100으로 딱 평균이다. 옐리치의 공백이 반영된 모양새로, 적어도 불붙은 타선 덕에 이긴다는 말을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결국 마운드의 환골탈태가 타선의 취약함마저 커버하며 밀워키의 역사적인 컴백을 주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밀워키는 불과 2주 전에 사실상 사망 진단을 받은 팀이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냥 살아남은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포스트시즌에 상당히 위험한 다크호스로 등장할 가능성이 큰 팀이 됐다. 팀의 가장 중요한 선수가 시즌의 고비에 부상으로 쓰러진 뒤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시즌 무대에 뛰어들었기에 절대로 가볍게 볼 수 없는 팀이 됐다.

특히 만약 밀워키가 워싱턴과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다면 압도적인 우승후보로 꼽히는 LA 다저스는 상당히 부담되는 매치업을 맞게 됐다. 상처 입은 호랑이가 어쩌면 더 위험하고 상대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이미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 하면 실패라는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포스트시즌에 나선다. 반면 밀워키는 말 그대로 ‘밑져야 본전'인 팀이다.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 더구나 지난해 NLCS(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다저스에 패한 빚을 갚을 찬스에 더욱 흥분할 것이다.

만약 이번 포스트시즌에 밀워키를 만나게 된다면 다저스는 험난한 승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사실 다저스뿐 아니라 워싱턴, 애틀랜타, 세인트루이스에도 빠짐없이 해당되는 경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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