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양자물리학' 남는 건 박해수의 반전 매력 뿐

강민경 기자 / 입력 : 2019.09.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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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양자물리학' 포스터


제목만 보면 '양자물리학'은 SF나 공상과학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영화는 빠른 비트의 음악으로 심장 박동수를 빠르게 만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줄어든다. 남는 건 지금껏 보지 못했던 박해수의 신선한 매력 뿐이다.

영화 '양자물리학'(감독 이성태)은 "생각하는대로 현실이 만들어진다"라는 양자물리학적 신념을 인생의 모토로 삼은 유흥계의 화타 이찬우(박해수 분)가 유명 연예인의 마약 사건에 검찰, 정치계가 연결된 사실을 알고 대한민국의 썩은 권력을 파헤치는 '대리만족' 범죄 오락극이다.


버건디색의 수트를 빼입은 이찬우는 스포츠카를 타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강남에 위치한 공사 중인 한 클럽으로 향한다. 이 클럽은 이찬우가 자신의 노력을 한데 모은 집약체다. 그는 황금인맥을 가진 성은영(서예지 분)을 스카우트해 자신의 꿈을 완성시킬 준비를 마친다.

이찬우는 김관철(현봉식 분)이 운영하고 있는 클럽에 방문한다. 이찬우는 이곳에서 마약 투약한 유명 래퍼 프렉탈(박광선 분)의 모습을 목격한다. 이어 자신과 오래 인연을 맺은 경찰청 범죄정보과 계장인 박기헌(김상호 분)에게 사실을 알린다. 그런데 유명 래퍼 뒤에 검찰과 정치계까지 연루돼있었다. 유명 래퍼 한 명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다.

'양자물리학'은 지난 2월 시작된 '버닝썬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현실의 '버닝썬 사태'에는 '양자물리학'과 같은 통쾌함은 없다. 영화는 '버닝썬 사태'로 알려지게 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를 그려냈다. 거기에 '대리만족'의 통쾌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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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양자물리학' 스틸컷


이찬우는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고 외치며, 이 말에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찬우의 말대로 그가 생각하는 대로 현실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 과정은 다소 억지스럽다. 이찬우가 위기에 봉착하고, 위기를 벗어나는 루트가 반복된다. 중간 중간 늘어지는 부분도 있다. 이야기 전개를 위해 위기를 만들어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라는 신념 하나로 주문을 외워 일이 우연하게 이뤄지는 것 역시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양자물리학'은 이찬우, 성은영 등 등장인물의 사연을 설명하지 않고 현재의 일만 집중적으로 그려나간다. 통쾌함을 내세웠지만 예상가능하고 뻔한 결말로 귀결된다. 영화 제목에 맞춰 이야기를 그린 듯한 느낌도 든다. '약은 약사, 마약 수사는 클럽 사장에게'라는 시대착오적인 홍보 포스터도 아쉽다. 마약 수사를 왜 클럽 사장이 하는 것일까.

'양자물리학'은 여러 인물의 시선에서 다양하게 전개 된다. 클럽 사장, 경찰, 검사 측 등 각각의 직업군에서 그려져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찬우를 보며 '클럽 사장은 왜 그렇게 정의로울까?',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경찰을 보며 '이래야 경찰이지', 연줄을 위해 무엇이든 다 하는 검사를 보고 '현실의 검사도 이렇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나마 영화에서 박해수의 새로운 매력을 엿볼 수 있다. 박해수는 그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을 통해 진중한 역할로 대중과 만났다. 그에게 있어서 '양자물리학'은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진중할 것만 같은 박해수는 뽕짝을 부르거나 서예지를 향한 순애보를 보이며 귀여움을 유발한다. 새로운 박해수를 만나고 싶다면 '양자물리학'이 좋은 선택이 될 듯 하다.

9월 25일 개봉. 러닝타임 119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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