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빛나던 5월 '몸쪽 승부'를 기억하라 [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

신화섭 기자 / 입력 : 2019.08.31 09:00 / 조회 : 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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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에서 5회 강판하는 류현진(오른쪽). /사진=OSEN
야구가 안 될 때는 운까지 따라주지 않는다.


30일(한국시간) 애리조나와 원정 경기에 등판한 류현진(32·LA 다저스)이 그랬다. 4⅔이닝 10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7실점(7자책). 3경기 연속 부진이다.

3회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런데 4회 들어 미묘한 상황이 잇달아 벌어졌다. 선두 타자 팀 로캐스트로에게 볼카운트 2-2에서 던진 5구째가 아슬아슬하게 볼로 선언됐다. 경기가 잘 풀릴 때는 구심이 스트라이크로 잡아줄 수도 있는 공이었다. 결국 6구째에 몸에 맞는 볼로 출루를 허용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무사 1루서 에두아드로 에스코바르의 안타 때는 다저스 중견수 A.J.폴락의 수비가 아쉬웠다. 수비를 잘 하는 선수였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다저스 포수 윌 스미스의 패스트볼까지 나와 무사 2, 3루가 된 후 까다로운 타자 크리스천 워커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은 좋았다. 그러나 윌머 플로레스에게 초구에 낮은 커터를 던졌는데 상대가 굉장히 잘 쳐 2타점 2루타를 만들었다.


좋은 공을 던졌는데도 장타를 내줬으니 이 때부터 류현진의 마음이 흔들렸을 수 있다. 2사 후 닉 아메드에게 우익수쪽 2루타를 내줘 3-3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어깨가 좋은 다저스 우익수 코디 벨린저가 짧은 안타 때 홈 송구를 위해 앞쪽에서 수비를 했기 때문에 타구를 뒤로 넘기고 말았다. 부질 없는 가정이지만, 애리조나 우익수 애덤 존스처럼 수비 위치를 뒤에 두는 외야수였다면 쉬운 플라이볼로 처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도 든다.

이후로는 연거푸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좀더 냉정을 되찾아 코너워크를 했어야 하는데, 상대가 치기 좋은 볼이 계속 이어졌다. 특히 커브가 한가운데로 들어와 난타를 당했다. 결국 피홈런 하나 없이 무려 7점이나 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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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OSEN
시간을 1회말로 돌려보자. 애리조나에서 최고 타자라 할 수 있는 케텔 마르테에게 92마일(약 148km) 몸쪽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류현진은 바로 이런 승부를 해야 한다.

한창 성적이 좋았던 5월(5승무패 평균자책점 0.59)에도 오른손 타자들에게 몸쪽으로 과감하게 공을 던졌다. 92~93마일(약 150km)의 볼에 타자들이 꼼짝을 하지 못했다. 이런 공을 던지면 상대도 이를 의식하게 돼 나머지 변화구들의 위력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최근 부진에 대해 일각에서는 체력 문제를 거론하지만, 류현진 본인의 말처럼 역시 컨트롤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이날도 3회까지는 코너워크가 잘 됐으나 이후 공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맞아 나갔다.

너무나도 잘 던진 시즌이었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공을 던지면 좋겠다. 어차피 더욱 중요한 포스트시즌을 생각하고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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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고문은 한국 야구를 세계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력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국내 야구는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으로서 MLB 최고 스타들을 상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MLB 경기를 빠짐 없이 시청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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