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달러 포기" 앤드루 럭은 왜 개막 2주 전 은퇴를 선언했을까 [댄 김의 NFL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8.27 16:21 / 조회 : 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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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럭. /AFPBBNews=뉴스1
역사적인 통산 100번째 시즌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미국프로풋볼(NFL)이 지난 주말 발칵 뒤집혔다. 정규시즌 개막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온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슈퍼스타 쿼터백 앤드루 럭(30)의 전격적인 은퇴 발표 때문이다.

럭은 지난 25일(한국시간) 시카고 베어스와 프리시즌 3주차 경기가 끝난 뒤 즉석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적인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발목 부상으로 이날 경기를 뛰지 않는 것이 예정돼 있던 럭은 사실 다음날 정식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를 발표할 예정이었고 그 때까지는 그 사실을 비밀로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은퇴한다는 소식이 경기 도중 SNS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팬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그는 경기 종료 후 바로 즉석 기자회견을 자청해 기자들 앞에 선 뒤 은퇴 사실을 확인했다. 콜츠 구단주인 짐 어세이에게는 앞서 이날 오후에 은퇴 의사를 통보했다고 한다.

럭은 자신의 갑작스런 은퇴 결정이 계속된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풋볼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갖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난 오랜 시간 이 과정(부상과 재활의 반복)에 묶여 있었다.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을 살 수가 없었다”면서 “(계속된 부상은) 경기에 대한 기쁨을 앗아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풋볼로부터 떠나는 것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아니, 내 생애 가장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옳은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2년 NFL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콜츠에 지명된 럭은 1989년 9월12일생으로 아직 만 29세다. 다음 달 12일에 만 30세 생일을 맞는다. 지난해까지 NFL 최고 엘리트 쿼터백 중 하나로 활약했고 나이나 경력 면에서 아직도 커리어 전성기에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뽑힐 때부터 콜츠의 전설적인 쿼터백 페이튼 매닝의 후계자로 낙점됐던 럭은 첫 3시즌 동안 팀을 모두 플레이오프로 이끌었고 이후 여러 부상으로 인해 2017시즌을 통째로 날리는 등 고생했으나 지난해 팀에 복귀해 콜츠를 4년 만에 다시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건재를 확인시켰다. 그리고 그의 존재로 인해 올해는 콜츠가 한걸음 더 전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럭은 리그 MVP 후보 대열에 뽑히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최고 핵심선수 중 한 명이 정규시즌 개막을 불과 2주 앞두고 프리시즌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 갑자기 은퇴를 발표하자 NFL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특히 콜츠 팬들은 말 그대로 ‘멘붕’ 상태로 곤두박질했다. NFL을 대표하는 슈퍼스타 쿼터백 중 한 명의 커리어가 막 전성기로 발돋움할 시점에서 갑자기 중단됐음을 의미하는 것일 뿐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정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이 컸다.

무엇보다도 많은 콜츠 팬들은 그의 은퇴 자체는 물론 발표 시점 때문에 더욱 격노하고 있다. 자신들이 가장 믿고 기대하며 사랑했던 선수가 시즌 개막을 불과 2주 남겨놓고 “못하겠다. 그만 두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배신당했다는 감정이 뒤섞여 큰 상처를 받은 상황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올 시즌 슈퍼보울 진출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왔던 팀의 시즌 전체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타격이라는 점에서 분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NFL 팀에서 쿼터백, 특히 스타 쿼터백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엄청나고 절대적인지를 이해한다면 이들의 분노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팬들은 물론 풋볼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왔다. 슈퍼보울 우승 경력의 전 쿼터백 스티브 벌라인은 “난 앤드루 럭의 열렬한 팬이지만 이번 결정은 절대 좋게 받아줄 수 없다. 시즌 개막을 2주 남기고 자기 팀 동료들과 구단, 그리고 팬들에게 이런 충격을 안긴 것은 절대 옳은 일이 아니다. 이 결정은 그를 평생 괴롭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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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럭. /AFPBBNews=뉴스1
하지만 그럼에도 럭의 결정을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선수라도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린 것을 이해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럭은 7년간의 NFL 커리어 동안 계속된 부상으로 인해 이미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럭의 부상 경력을 보면 2015년 어깨 부상과 복부근육 파열 및 콩팥 열상이 있었고 갈비뼈 인대 파열과 뇌진탕이 거쳤으며 2017년은 어깨 수술로 시즌 전체를 뛰지 못했다. 올해 초엔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팀의 미니캠프를 건너뛰었다.

이런 상태로 선수생활을 계속하다가는 장기적으로 몸이 성할 수가 없겠다는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럭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지난 4년간 부상과 재활이 계속 반복되는 사이클 속에서 끊임없는 고통을 느끼며 살아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왜 시즌 개막이 코 앞에 닥친 시점에서 자기 팀과 동료들, 그리고 팬들에게 이런 엄청난 충격을 안겼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럭은 자신이 본격적으로 은퇴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2주 전부터였다고 밝혔다. 그 때부터 콜츠 수뇌부와 계속 대화를 해 왔고 결국 전날 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콜츠 팬들이 이날 자신에 대해 야유를 퍼부은 것에 대해 “못 들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 “정말 괴롭고 가슴 아팠다”고 토로했다.

한편 콜츠는 럭의 은퇴로 인해 이미 지급된 계약금과 보너스 등 그로부터 돌려받을 권리가 있는 총 2480만 달러를 럭과의 합의를 통해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280만 달러는 지난 2016년 연장 계약 때 지급한 계약금 3200만 달러 가운데 은퇴기간 해당분이며 1200만 달러는 지난 3월 지불된 로스터 보너스였다. 지난 7년간 팀을 위해 온 몸을 희생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주는 팀의 은퇴 선물인 셈이 됐다.

콜츠 구단주 어세이는 “그는 지금 은퇴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거의 5억 달러의 엄청난 미래 수입을 포기한 것”이라면서 “그는 (그런 엄청난 잠재적 수입을 포기하면서까지) 동료와 감독, 단장들에게 자신의 정직함을 지키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럭은 NFL 7년 커리어 동안 연봉과 보너스 수입으로 97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지난 2016년 계약한 6년간 1억4000만 달러 계약도 3년 더 남아 있었다.

최근 NFL 특급 쿼터백의 평균연봉이 3500만 달러에서 4000만 달러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5억 달러를 포기했다는 어세이의 계산이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럭이 엄청난 규모의 미래 수입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럭의 결정은 풋볼이 얼마나 위험한 스포츠인지를 새삼 다시 깨닫게 해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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