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승2패, 그 이상' 양키스, 오리올스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니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8.16 21:09 / 조회 : 3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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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한국시간) 볼티모어와 홈경기 후 승리를 자축하는 뉴욕 양키스의 마이크 터치맨(왼쪽)과 애런 저지. /AFPBBNews=뉴스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는 지난 3월 마지막 주말 양키스타디움 홈구장에서 벌어진 올 시즌 개막 시리즈에서 유력한 꼴찌 후보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개막전 승리 후 2연패를 당했다. 곧이어 또 다른 꼴찌 후보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양키스타디움을 찾아왔고 양키스는 또 1차전 승리 후 2연패를 당해 시리즈를 뺏기며 시즌을 2승4패로 출발했다.

양키스는 시즌 4번째 시리즈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3게임 싹쓸이 패를 당했고 곧이어 또 다른 하위권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도 1승2패로 시리즈를 패하는 등 첫 15경기에서 6승9패로 영 별 볼일 없는 스타트를 끊었다.

그런데 약 5개월 반이 지난 지금 양키스는 시즌 81승42패의 전적으로 LA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승률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출발은 미약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창대해진 모양새다. 반면 볼티모어(39승82패)와 디트로이트(36승82패)는 예상대로 메이저리그 전체 꼴찌 1, 2위를 다투고 있다. 볼티모어와 디트로이트 입장에서 보면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특히 볼티모어의 경우는 양키스를 상대로 거둔 ‘첫 끗발’이 정말로 엄청난 ‘개 끗발’이었다는 것이 비극이었다.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개막 시리즈를 2승1패로 따내고 기세 좋게(?) 출발했을 땐 상상도 못했겠지만 볼티모어는 올해 양키스와 시즌 맞대결이 역사에 남을 악몽이 됐다. 지난 15일(한국시간) 벌어진 이 두 팀간의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양키스가 6-5로 승리하면서 볼티모어는 양키스와 맞대결에서 치욕의 16연패를 당했다.

16연패도 16연패지만 그 과정에서 볼티모어는 양키스에 너무도 엄청나게 두드려 맞아 좀처럼 쉽게 회복되기 힘든 내상을 입은 것이 문제였다. 볼티모어의 유명한 베테랑 전담 아나운서인 백전노장 게리 쏜(71)이 양키스전 중계방송 도중 너무도 기가 막힌 상황을 접하자 말문이 막혀 거의 넋을 잃을 기미까지 보인 것이 미국 내에서 상당한 화제로 떠올랐을 정도다.

양키스가 이번 시즌 볼티모어를 상대로 기록한 것들은 거의 ‘학살’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 팀이 다른 팀을 상대로 시즌 전적 17승2패를 기록한 것은 같은 디비전 팀끼리 19경기씩을 치르기 시작한 2001년 이후 나온 가장 일방적인 전적 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이다.

올해 양키스 이전에도 한 팀이 다른 팀을 17승2패로 압도한 경우가 2001년 이후에만 3차례 더 있었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86년 뉴욕 메츠는 피츠버그를 상대로 17승1패, 1974년 애틀랜타는 샌디에이고에 17승1패를 기록한 적도 있다.

그런데 올해 양키스의 17승2패가 특히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 내용이 너무도 일방적이었기 때문이다. 양키스는 이번 시즌 동안 볼티모어를 상대로 총 151득점을 올리고 83점만 내줘 득실차 +68을 기록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1956년 이후 한 팀이 다른 팀을 상대로 기록한 최고 기록이었다. 또 151득점도 메이저리그에서 디비전 시대가 시작된 1969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부문 최다 기록 역시 2017년 양키스가 볼티모어에 154득점을 올려 세운 것이다.

하지만 그 해 볼티모어는 양키스를 상대로 7승12패를 기록, 올해와 같은 치욕을 당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에 비하면 올해 양키스가 볼티모어를 두들긴 것은 역대 한 팀이 다른 팀에게 안겨준 최악의 수모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양키스는 ‘불쌍한’ 볼티모어에 과연 무슨 짓(?)을 한 것일까. 같은 메이저리그 팀들간의 경기에서 나왔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인 그 기록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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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투수 딜런 번디(가운데)가 15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AFPBBNews=뉴스1
■ 61홈런

이 두 팀간 경기에서 양키스가 때린 홈런 수 합계다. 19경기에서 무려 61개의 홈런을 뽑아냈는데 이는 종전 메이저리그 기록을 까마득히 제쳐버린 역대급 신기록이다. 한 팀이 다른 팀을 상대로 한 종전 시즌 최다홈런 기록은 양키스가 1956년 캔자스시티 애슬레틱스과 22경기에서 뽑아낸 48개였다.

올해 양키스 타자들은 이보다 3경기를 적게 치르면서도 무려 13개를 더 때려낸 것이다. 경기당 평균 3.21개의 홈런을 기록한 셈인데 이는 역대급 홈런 태풍이 몰아치고 있는 올해 아메리칸리그(AL)의 경기당 홈런수 1.43개보다도 두 배 반 가까이 높은 수치다.

■ 글레이버 토레스

볼티모어 팬들에겐 ‘저승사자’로 각인된 선수다. 양키스 내야수 토레스는 올해 112경기에서 홈런 27개를 기록 중인데 그 중 절반에 가까운 13개의 홈런을 볼티모어를 상대로 한 19경기에서 때려냈다. 특히 볼티모어와 5경기에서 멀티홈런을 기록했는데 이는 한 팀을 상대로 한 메이저리그 신기록이다. 볼티모어는 올해 ‘토레스의 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레스는 올해 볼티모어가 아닌 다른 팀을 상대론 타격 슬래시라인(타율/출루율/장타율) 0.261/0.326/0.420를 기록했다. 그런데 볼티모어만 만나면 0.394/0.467/1.045를 올렸다. 다른 팀들과 경기에선 평균 정도의 타자였다가 볼티모어를 상대론 ‘베이브 루스’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슈퍼 타자로 변신한 격이다. 이 정도면 볼티모어를 상대할 때마다 입 안에 절로 군침이 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볼티모어 킬러’라는 표현도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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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 글레이버 토레스. /AFPBBNews=뉴스1
■ 토레스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볼티모어를 상대로 역대급 ‘포식’을 한 선수는 토레스만이 아니었다. 양키스의 포수 게리 산체스도 올해 현재까지 총 27개의 홈런을 때렸는데 이 중 10개를 볼티모어를 상대로 뽑아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같은 팀 선수 2명이 다른 한 팀을 상대로 한 시즌에 모두 두자리 수 홈런을 친 것은 이번이 단 두 번째로 1927년 양키스의 두 전설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이 보스턴을 상대로 기록한 이후 처음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 양키스 17명, 짜릿한 손맛 봤다

올해 볼티모어를 상대로 홈런 맛을 본 양키스 선수는 무려 17명에 달하고 그 중에는 지난 7월에 은퇴를 발표한 트로이 툴루위츠키까지도 포함됐다. 그리고 9명은 올해 3개 이상의 홈런을 볼티모어를 상대로 뽑아냈다. 투수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양키스 선수들이 볼티모어를 상대로 골고루 홈런 맛을 본 셈이다. 양키스 타자들이 볼티모어 투수들을 만났을 때마다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 캠든야드는 누구 안방이지?

양키스는 올해 볼티모어 홈구장 캠든야드에서 10전 전승을 거뒀다. 물어볼 필요없이 신기록이었다. 그리고 이 10경기에서 양키스 타자들은 무려 43개의 홈런을 쏘아올려 지난 2016년 보스턴이 기록한 종전 기록 23개를 거의 두 배 차로 갈아치웠다. 원정 10경기에서 양키스 타자들은 평균 타율 0.320, 출루율 0.398, 장타율 0.725를 기록했다. 볼티모어는 안방 캠든야드에서 완전히 양키스의 ‘동네북’ 신세였다.

■ 역대급 파티 즐긴 양키스 타자들

올해 양키스 타자들이 볼티모어 투수진을 상대로 기록한 타격 슬래시라인은 0.303/0.386/0.632였다. 이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2002년 MVP 시즌 성적(0.300/0.392/0.623)이나 켄 그리피 주니어의 1997년 MVP 시즌 성적(0.304/0.382/0.646)과 거의 똑같다. 올해 볼티모어 투수진을 상대로 양키스 타자들이 MVP급 성적을 올린 것이다.

특히 양키스의 볼티모어전 장타율은 장카를로 스탠튼이 59홈런을 때린 2017년에 남긴 기록(0.631)보다 높고 배리 본즈의 커리어 장타율 기록(0.607)도 훨씬 상회한다. 사실 0.632라는 장타율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커리어 기록에서 루 게릭과 타이를 이룬 역대 공동 3위에 해당된다. 커리어 장타율이 이보다 높은 선수는 메이저리그 전설들인 베이브 루스(0.690)와 테드 윌리엄스(0.634) 뿐이다. 볼티모어 투수진을 상대로 올해 양키스 타자들이 얼마나 즐거운 시즌을 보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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