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변신' 지옥보다 무서운 낯선 가족..독특한 韓공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8.16 09:56 / 조회 : 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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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지옥이다. 사르트르가 갈파했듯 타인은 나를 무너뜨리는 한편 나를 나로 있게 만든다. 그리하여 가족은 가장 위험하고 가장 안온한 타인이다. '변신'(감독 김홍선)은 지옥으로 변한, 하지만 구원이기도 한 가족 이야기다.

강구 가족에게 자꾸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점점 서로가 낯설다. 남편이자 아빠, 가장인 강구(성동일)와 아내이자 엄마인 명주(장영남), 큰 딸인 선우(김혜준), 둘째 딸인 현주(조이현), 막내 아들인 우종(김강훈). 강구 가족은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다가도 작은 일로 충돌한다. 여느 가족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낯설다. 지금까지 알던 내 가족이 아닌 것 같다. 더 이상 남편이 아니고 아빠가 아닌 강구요, 더 이상 아내가 아니고 엄마가 아닌 명주다. 어쩌면 진짜 속에 있을 법한 욕망과 갈등을 밖으로 쏟아낸다. "내가 어떻게 너희를 키웠는데"라는 말이 무섭다.

악마다. 악마가 가족의 누군가로 변신해 가족을 무너뜨리고 있다. 아빠는 더 이상 아빠가 아니고, 엄마는 더 이상 엄마가 아니다. 딸도 아들도 안심할 수 없다. 강구 가족은 자꾸 무서운 일이 계속되자 구마 사제인 삼촌 중수(배성우)에게 도움을 청한다. 중수는 과거 구마에 실패해 사람을 죽인 트라우마로 고통받아왔다. 그런 중수에게 상처를 입은 건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 중수는 도움을 청하는 가족을 외면할 수 없어 다시 악마와 맞선다. 그러면서 진짜 공포가 시작된다.

김홍선 감독은 독특하다. 장르물에 유사가족 이야기를 넣는 걸 좋아한다. 장르의 표현은 지독한 걸 선호하는 데 등장인물들은 또 다른 가족이 되는 결말을 즐긴다. 어쩌면 그의 세계관일지 모른다.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서로 가족처럼 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일지 모른다. '변신'은 그래서 독특하다.

악마가 사람에게 빙의되는 공포물은 흔하다. 악마가 가까운 사람으로 변해서 유혹도 아닌 직접 해를 끼치는 공포물은 드물다. 게다가 가족이다. 가장 가깝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낯설어질 때의 공포. 김홍선 감독은 그런 공포를 전하려 한 듯하다.

서사는 헐겁다. 여느 하우스 호러처럼 그 집에 악마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가족 안에 악마가 숨어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가족의 일원이 어느 순간 사라져도 딱히 찾지 않는다. 이야기 전개가 더 중요한 탓에 세세한 건 버리고 간다. 말 그대로 버리고 간다.

'변신'은 오컬트를 표방하지만 정작 공포는 오컬트 밖에서 일어난다. 더이상 가족이 아닌 것 같은, 지옥 같은 타인에게서 오는 공포. 서스펜스와 갈등이 가족의 드라마에서 드러난다. 때문에 오컬트로서의 공포와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긴장이 충돌한다. 가족 안에서 긴장이 폭발하는 영화 속 반전에선 감정과 서스펜스가 극대화되는 데 오컬트로서 공포가 폭발해야 하는 곳에선 정작 무서움이 가라앉는다. '변신'의 장점이자 한계다.

그럼에도 '변신'은 한국형 하우스 호러의 특이점으로 기억될 것 같다. '변신'은 하우스 호러라는 장르를 가져오되 지극히 한국적이다. 마치 '전설의 고향'류의 한국 고전 공포물을, 하우스 호러 틀을 빌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같다. "내 다리 내놔"라며 쫓아오던 귀신이 알고 보니 산삼이었고, 그 산삼 다리로 병든 어머니를 구했다는 '전설의 고향'식의 정서가 '변신'에도 담겨있다. 그렇기에 '변신'은 독특하다. 독특하되 미흡하고, 아쉽되 인상 깊다. 김홍선 감독 영화의 매력이다.

8월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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