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진가, 마운드 내려간 후 더 빛난다 [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

신화섭 기자 / 입력 : 2019.08.13 05:08 / 조회 : 7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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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오른쪽)이 12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에서 7회 마운드를 내려온 뒤 팀 동료 코리 시거의 격려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류현진(32·LA 다저스)이 11일 만의 등판에서도 여전한 위력을 뽐냈다. 12일(한국시간) 애리조나와 홈 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의 쾌투로 시즌 12승(2패)째를 따냈다.

모처럼 다저스 내야 수비가 류현진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1회 첫 타자 팀 로캐스트로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줘 위기에 몰리는 듯했으나 1사 1루에서 3번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르의 땅볼을 내야수들이 잘 처리했다. 어려운 타구를 2루수 맥스 먼시가 잘 잡았고, 유격수 코리 시거도 재빠르게 2루 베이스를 밟아 선행주자를 아웃시켰다. 덕분에 류현진은 순조롭게 경기를 출발할 수 있었다.

다저스 3루수 저스틴 터너의 수비도 좋았다. 4회 선두 케텔 마르테의 잘 맞은 타구를 깔끔하게 처리해 1루에서 아웃시켰다. 6회 1사 1, 3루 위기에서도 터너는 윌머 플로레스의 땅볼을 잡은 뒤 민첩하게 2루로 던져 더블 플레이로 이닝을 끝냈다.

류현진은 뜬공보다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투수다. 이렇듯 내야 수비가 안정되면 한결 여유있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다저스 타선도 1회 3점, 2회 1점을 내며 류현진을 도왔다. 올해 류현진의 페이스를 봐서는 초반 4점 차이면 상대팀 벤치도 뒤집기 어렵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3회에도 2점을 보태 6-0이 됐으니 애리조나는 일찌감치 두 손을 들어야 할 지경이 되고 말았다.

사실 이날 류현진의 컨디션은 최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결정적으로 힘 있는 공을 뿌린 것도 아니고, 체인지업이나 커터가 특별히 날카롭지도 못했다. 때문에 어쩌면 타선과 수비의 도움을 받아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 나간 것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류현진의 진가는 마운드를 내려온 뒤에 더욱 빛난다. 침묵하던 애리조나 타선이 다저스 구원투수 이미 가르시아와 JT 샤그와로부터 곧바로 점수를 뽑아낸 것을 보면 류현진이 정말 대단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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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가르시아와 샤그와는 모두 시속 96~97마일(약 154~156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강속구라도 가운데로 들어오면 아무 소용이 없다.

8회 가르시아가 에스코바르에게 맞은 솔로 홈런은 94마일(151km)짜리 가운데 높은 공이었다. 9회 등판한 샤그와도 무사 1루에서 닉 아메드에게 연거푸 96, 97마일 빠른 볼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3구째 변화를 준다고 던진 88마일(142km) 슬라이더가 정확히 한가운데로 들어와 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결국 제구력이다. 공 스피드보다는 얼마나 정교한 컨트롤을 지니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올 시즌 류현진이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는 원동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울러 다저스 불펜은 아직도 불안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만약 류현진이 내려갈 때 8-0이 아니라 3~4점 차였다면, 경기 막판 또 얼마나 마음을 졸여야 했을까.

그런 점에서 경기 후 류현진과 통화에서 한 가지 당부를 했다. 류현진은 이날 6-0으로 앞선 5회 1사 1, 2루에서 상대 투수 마이크 리크에게 볼카운트 1볼-0스트라이크에서 포수 앞 희생 번트(129km 체인지업)를 허용해 2사 2, 3루를 만들어줬다.

비록 이날은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아무리 큰 점수 차로 앞서 있더라도 번트를 너무 쉽게 내주면 안 된다. 좀더 빠르고 강력한 공을 던져 번트를 막아야 하며, 투 스트라이크 이후라면 스리 번트 아웃을 잡아내야 한다. 필자의 조언에 류현진은 “알겠다”고 답했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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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고문은 한국 야구를 세계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력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국내 야구는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으로서 MLB 최고 스타들을 상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MLB 경기를 빠짐 없이 시청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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