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첫승=메이저 우승’이 적지 않은 이유는?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19.08.12 07:00 / 조회 : 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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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노 히나코가 지난 5일(한국시간) 브리티시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지난 5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끝난 AIG 위민스 LPGA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시부노 히나코(21·일본)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생생히 기억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시부노는 올 시즌 일본프로여자골프 투어에 데뷔해 2승을 올린 신인이고 해외 대회 참가가 난생 처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불꽃튀는 최종 라운드 대접전에서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4), 미국의 베테랑 리젯 살라스(30)의 맹추격을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출 수 있었을까.

 

시부노는 3라운드에서 14언더파를 기록, 2타 차 단독 1위를 달렸다. LPGA는 물론 PGA 투어에서도 3라운드까지 선두를 유지하던 신인이 마지막 날 무너진 사례는 숱하다.

다음날 우승할 경우, 인터뷰를 어떻게 멋지게 하고 수억~10여억원이 되는 우승 상금을 어디다 쓸것인가를 즐겁게 고민하다 잠을 설치기 일쑤란다. 잠을 제대로 못자면 대접전이 벌어지는 4라운드에서 피로와 긴장이 겹친 탓에 미스 샷이 여러 번 나와 타수를 까먹기 마련. 신인의 마지막 날 대역전패가 많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신인은 아니지만 PGA 5년차 안병훈(28)도 딱 그 케이스. 안병훈은 지난 5일 끝난 윈던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2타 차 선두를 달렸으나 최종일 역전패를 허용, 3위에 그쳐 첫승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다시 시부노로 돌아가자. 대회가 열린 잉글랜드는 일본과 시차가 8시간이고 먹는 것과 사람, 풍경 등 모든 게 낯설었다. 어마어마한 메이저 대회 타이틀인 데다 우승 상금은 지난해 49만 달러(약 5억9400만원)에서 67만 5000달러(약 8억1800만원)로 38%나 인상돼 눈이 휘둥그레해질 만했다. 그럼에도 18번홀 4m짜리 멋진 버디 퍼팅으로 1타 차의 짜릿한 우승을 만들어냈다.

 

‘신바람 우승’의 원인은? 바로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 기성의 가치와 질서를 부정하고 현실의 즐거움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신인류’인 탓이다. 2년차 이상 중고 신인이라면 선두를 지켜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에 오히려 부진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시부노같은 ‘당찬 신인’은 “에이,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지면 어때? 많은 팬들이 나를 응원하는 것만 즐기자!”라고 쿨하게 생각하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든다. 그러니 베스트 컨디션으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아 우승을 쟁취할수 있는 것.

박성현(26)과 이정은6(23)도 2017년과 올해 US여자오픈에서 ‘데뷔 첫승=메이저대회 우승’을 장식했고, 앞으로 더 많은 신인들이 이 진기록을 이어갈 것이다.

아마추어들이 시부노에게서 배울 점은 라운드 하루 전날 쓸데없는 걱정을 말라는 것. “요즘 연습 좀 했는데, 동반자들을 어떻게 혼내지?”, 아니면 그 반대로 “골프채 잡아본지가 한참 되는데, 내일 망신당하면 어쩌나?” 등등. 내일 일어날 일을 미리 걱정해 잠을 설치게 된다.

반면 ‘신인류’처럼 “내가 못하면 동반자 3명이 즐거울 거 아냐?”라고 쿨한 생각을 한다면 편안히 잠자리에 들 수 있지 않을까? 말처럼 실행이 쉽진 않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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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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