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호날두 노쇼 사태' 주최측, 하루 전에 알았나 몰랐나

서울월드컵경기장=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07.27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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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의 '노쇼'에 한국 축구 팬들의 분노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과연 경기 주최사인 더 페스타는 사전에 호날두 출전 여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던 것일까.

◇ 끝내 벤치만 달군 호날두, '환호가 순식간에 야유에서 분노로'


팀 K리그는 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친선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거뒀다. 유벤투스는 호날두가 결장한 가운데, 1-3으로 뒤진 후반 32분과 35분 연속골을 터트리며 가까스로 무승부에 성공했다.

이번 친선경기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 호날두의 출전 여부로 관심을 모았다. 그의 출전이 사실 흥행에 있어 가장 큰 관건이었다. 대회 주최사인 더 페스타는 매치 성사 직후 호날두의 45분 출전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장담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많은 축구 팬들은 호날두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최고 40만원에 달하는 표 값을 기꺼이 지불했다.

하지만 호날두를 향한 팬들의 기대감은 곧 '야유'와 '분노'로 뒤바뀌고 말았다. 그는 끝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전반전 벤치를 지킬 때만 해도 후반전에 출전하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호날두는 후반전이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조차 풀지 않았다. 전반전 전광판에 호날두가 잡힐 때마다 환호했던 팬들은 후반전엔 반대로 야유를 퍼부었다. 심지어 그의 라이벌인 "메시, 메시"를 연호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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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것을 취재진이 찍으려하자 관계자가 손으로 막고 있다. /사진=뉴시스


◇ 사리 감독 "호날두 결장, 이미 하루 전에 결정한 사안이었다."

이날 오후에 한국에 입국한 호날두는 당초 계획된 팬 사인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불참했다. 행사를 주최한 더 페스타의 로빈 장 대표는 현장에서 "정말 죄송하다. 호날두가 사인회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호날두가 교통 체증으로 많이 지친 데다 잠시 후 열리는 경기를 위해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경기를 위해'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는 더 페스타 대표의 말은 거짓말이었던 것일까. 애초에 호날두의 머릿속에 '경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우리치오 사리(60) 유벤투스 감독에 따르면 호날두의 결장은 이미 확정된 사안이었다. 사리 감독은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호날두의 결장은 하루 전인 25일 결정된 사안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리 감독은 "호날두의 컨디션과 근육 상태가 안 좋았다"면서 "25일 밤 미팅 때부터 출전 여부에 대해 고민했다. 사실 최근 일주일 동안 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중국에서도 몸이 안 좋았다. 결국 호날두와 26일 오후에 상의해 한국에서 안 뛰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 주최사 더 페스타, 하루 전 '호날두 결장' 알았나 몰랐나

그렇다면 주최사인 더 페스타는 호날두의 하루 전 결장 확정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만약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팬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더 페스타는 한국 팬들을 심각하게 기만하고 우롱한 것이 된다. 한 관계자는 "호날두가 안 뛰는 게 사전에 알려졌다면 대량의 취소표가 속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만약 더 페스타가 하루 전 호날두의 결장 확정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면, 이는 불통을 넘어 주최사로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 게 된다. 흥행이 눈에 보이는 가운데, 정작 가장 중요한 호날두의 출전 여부는 챙겨보지도 않았던 것일까. 물론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꼼꼼하게 체크해 팬들에게 공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원이 다르다.

◇ 뿔난 축구 팬들 "입장권 환불해달라." 강경한 움직임

주최사와 함께 대회를 주관한 한국프로축구연맹도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취재진은 공식기자회견이 끝난 뒤 주최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끝내 주최사인 더 페스타 측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공식기자회견이 끝난 뒤 "더 페스타의 공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곧 입장을 정리해 보도자료를 배포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입을 열었다. "'곧'이라는 게 언제까지라는 말인가"라고 재차 취재진이 질문하자 관계자는 "수 분 내"라는 답을 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연맹 관계자는 "연맹과 더 페스타 간 계약에 호날두 45분 의무 출전 조항이 포함돼 있다. 저희 실무자가 더 페스타와 유벤투스 간 계약 중에 호날두 45분 출전이 포함돼 있는 걸 확인했다"면서 "만약 호날두가 뛰지 못할 경우, 더 페스타는 연맹에 위약금을 물게 돼 있다. 다만 부상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 등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이 있다.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증명할 책임은 더 페스타에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장을 찾은 일부 팬들은 "입장권을 환불해달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강경한 뜻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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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유벤투스 호날두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전광판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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