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빚에 김혜수 실명 밝힌 게 불가피한 일이었을까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7.10 15:52 / 조회 : 4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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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공개한 것은 이 배우의 이름을 믿고 투자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또 다른 피해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실명 공개가 불가피했다."

과연 그럴까. CBS '김현정의 뉴스쇼'는 10일 김혜수의 어머니가 지인들에게 약 13억원에 달하는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방송에서 실명을 공개한 이유를 이처럼 밝혔다.

부모의 채무 또는 사기에 대해 보도할 때 왜 자식인 연예인의 이름이 거론돼야 할까? 왜 빚진 당사자의 이름은 익명인데 당사자가 아닌 자식의 이름은 공개돼야 할까? 소위 '빚투'라며 부모가 진 빚을 자식인 연예인의 책임인양 보도하는 게 과연 불가피한 일일까? 불가피하다고 설명한 게 위선은 아닐까?

김혜수 어머니 채무 관련 보도처럼 그간 쏟아진 여러 연예인들의 부모 빚 관련 보도에선 늘 유명 연예인인 자식의 이름을 믿고 돈을 빌려줬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담겼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떼인 돈은 당사자에게 받아야 하는 게 마땅하다.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믿고 돈을 빌려줬다면, 연예인의 이름을 판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순리다.

김혜수는 어머니 채무 보도가 불거지자 그간 밝히지 않았던 가정사를 공개했다. 김혜수는 이날 법무법인 지평을 통해 어머니가 그동안 진 빚들을 갚아왔으며, 자신의 명의를 도용한 일에 대해선 법적인 분쟁까지 있었던 사실도 드러냈다. 8년간 어머니와 연락을 끊고 산 속사정도 세상에 알렸다.

김혜수뿐 아니다. 빚투 운운하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여러 연예인들이 복잡한 가정사를 피 토하는 심정으로 세상에 공개했다. 개중에는 부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람에게 빚을 내서 준 여자 연예인도 있다. 그렇게 돈을 줬더니 오히려 돈을 더 줄 생각이 없냐며 계속 연락이 온다는 사례도 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연예인이 더욱 고통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이다.

사실 연예계에는 이른바 소년소녀 가장들이 많다. 연예인 한 명이 가족뿐 아니라 일가친척까지 금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소녀 가장이 많다. 대체로 남자 연예인들은 비교적 일찍 수입 관리를 직접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여자 연예인들은 상당 기간 부모가 수입 관리를 하는 일이 많은 탓이다. 빚투라며

보도된 사례 중 유달리 여자 연예인 사례가 많은 것도 그런 배경이 깔려 있다. 부모의 빚을 갚아오다가 인연을 끊었다는 속사정을 공개한 것도 대체로 여자 연예인들인 까닭이다.

부모의 빚을, 알지도 못하는 빚을, 자식인 연예인의 이름을 앞세워 보도하는 건 프레임이다. 그래도 부모인데 도의상 자식이 빚을 갚아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냐는 식의 여론몰가 뒤따른다. 돈 많이 버는 연예인이 그 정도 빚도 못 갚아주냐는 식의 여론몰이다. 그런 여론몰이기에 부득이 연예인들이 가정사를 공개하는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지만, 연예인인 자식 역시 피해자다.

연예인 부모 채무 관련 보도들은, 그 같은 보도가 나가기에 앞서 피해자들이 해당 연예인 소속사에 연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빚을 진 당사자가 아닌 그 자식인 연예인 소속사에 연락을 하겠냐 싶지만, 개중에는 이런 보도들이 많아지자 부모를 대신해 돈을 갚지 않으면 언론에 알리겠다고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실제로 그런 과정을 거쳐 보도된 경우도 있다. 그저 연예인이란 죄로, 자식 된 죄로, 냉가슴을 앓는 일들이 상당하다.

대체로 정의란 자신에게 이로운 게 정의다. 그래서 정의로 밥벌이를 하는 건 고되다. 부모의 빚에 대한 책임을 자식에게 묻는 게 정의일지, 정말 불가피한 일이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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