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kg 도어 배달·바텐더하며 빅리거 꿈 이룬, LAD 카일 갈릭을 아십니까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7.02 16:11 / 조회 : 6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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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갈릭. /AFPBBNews=뉴스1
“모두가 슈퍼맨이 되면, 아무도 슈퍼맨이 아니다(When everyone‘s super, no one will be)."


디즈니 만화영화 ‘인크레더블2(The Incredibles 2)'에 나오는 말이다. 초능력을 지닌 슈퍼인들을 말살하고 자신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려 했던 악당 신드롬(Syndrome)이 주인공인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그의 가족들을 몽땅 제압한 뒤 한 말이다.

비록 만화영화의 악당이 한 말이지만 고개가 끄떡여졌다. 모든 사람이 초능력을 갖고 있다면 슈퍼맨도 특별할 것이 없다는 것인데 사실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보통 사람(맨)이 있어야만 그들과 비교될 수 있는 ‘슈퍼맨'이 존재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교 대상이 없으면 ‘슈퍼’라는 형용사를 적용할 대상이 없어 그런 표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를 스포츠 측면에서 살펴보면 스타와 보통선수의 관계일 것이다. 모든 축구선수들이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처럼 공을 찬다면 메시라도 전혀 스타 대접을 받지 못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절대 다수의 보통선수가 있기에 메시같은 스타들이 빛이 나는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게임이 오는 10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펼쳐진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말 그대로 한여름 밤 ‘별들의 잔치’를 벌인다. 류현진(32·LA 다저스)도 커리어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올스타로 선출됐다. 그뿐 아니라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도 선정돼 한국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스타들의 찬란함에 취해 사실 그들을 빛나게 하는 것은 절대 다수인 무명의 보통 선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하지만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보통의 선수들이 미래의 스타를 꿈꾸며, 끊임없는 노력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소개하는 스토리가 전해질 때마다 그런 사실을 상기하게 되고 특별한 감동을 받게 된다.

류현진의 동료인 다저스의 루키 외야수 카일 갈릭(27)도 바로 그런 보통선수 중 하나다. 물론 메이저리그까지 올라간 선수를 ‘보통 선수’라 부르는 것은 그 자체로 자기모순일 가능성이 높다. 평생 노력해도 메이저리그 근처에도 못 가보고 유니폼을 벗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일단 모두 특별한 선수들이라고 해야 한다. 단지 올스타전 무대를 누비는 화려한 스타들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무명의 보통선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의 인터넷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빅리거를 꿈꾸면서 집념으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도전을 이어온 갈릭의 스토리를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내용이 상당히 흥미로울 뿐 아니라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역경 속에서도 힘겨운 도전을 이어가는 마이너리거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단편적으로나마 잘 보여주는 것 같아 독자들에게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아래는 ‘디 애슬레틱' 기사를 요약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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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갈릭. /AFPBBNews=뉴스1
지난 2월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 개막이 다가올 쯤에도 다저스의 마이너리거 카일 갈릭은 동이 트기 전 새벽부터 일어났다. LA 외곽에 위치한 치노힐스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그는 오프시즌에 대학 친구이자 피츠버그 파이리츠 마이너리거인 크리스천 켈리와 함께 서던 캘리포니아 전역에 흩어진 각종 공사장에 도어(doors)를 배달하는 일을 했다. 하나당 무게가 최고 300파운드(136kg)까지 나가는 각종 도어 100여 개를 트럭에 실고 지정된 공사장으로 찾아가 직접 배달하는 일이었다. 엄청나게 힘든 일이지만 시간당 임금은 15~16달러에 불과했다.

갈릭은 마이너리거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오프시즌이면 이런 고된 세컨드 잡을 해왔다. 올해가 4년째였다. 그가 이처럼 오프시즌에 강행군을 한 것은 당연히 시즌을 보내는 데 필요한 생활비를 비축하려는 것이었다.

올해 시즌을 시작한 트리플A에서 그의 월급은 3000달러(약 350만원) 미만이었다. 그나마 트리플A까지 올라왔으니 이만큼이나 받지 그 전에는 훨씬 적었다. 처음 다저스와 계약했을 때 하위라운드 지명선수인 그의 계약금은 명목적인 1000달러(약 117만원)뿐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들리는 수백~수천만 달러의 계약금은 그에게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갈릭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주목하는 유망주가 아니었다. 치노힐스 고교를 졸업할 때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않았고 오리건대에 있던 2년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유방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 옆을 지키기 위해 오리건대를 떠나 집 인근에 있는 칼 폴리 포모나 대학으로 전학해 마지막 대학시즌을 보냈고 학교 기록인 17홈런을 때리며 조금씩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5년 드래프트에서 많은 구단들은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드래프트 참가선수로는 상당히 많은 편인 나이(당시 23세 4개월)가 걸림돌이었다. 결국 그는 28라운드가 돼서야 다저스에 호명됐다. 다저스 선수로는 30번째, 전체로는 852번째였다.(그해 다저스의 1라운드 첫 지명선수가 워커 뷸러였다.) 그는 그렇게 늦게까지도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은 것에 분노했지만 드래프트 후 5일 만에 계약금 1000달러를 받고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시작 직후 빠르게 승급을 거듭, 그 해 8월 싱글A까지 올라간 갈릭은 첫 오프시즌을 맞자 도어 배달 일을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새벽 4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배달 일을 한 뒤 그래도 힘이 남아 있는 날은 체력 운동을 했다.

매주 목요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집에서 80마일(약 130km) 떨어진 웨스트레이크 빌리지란 곳까지 드라이브한 뒤 거기서 야구선수 특별 체력관리 프로그램을 받았다. 이어 점심 때가 되면 차로 약 한 시간 거리인 산타 클라리타 지역으로 이동해 타격코치 로버트 반 스코약에게서 스윙을 지도받았다. J.D. 마르티네스 등 여러 빅리거 타자들을 지도해 명성을 얻은 반 스코약은 올해부터 다저스의 타격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모처럼 야구 훈련으로 하루를 보낸 뒤 그는 금요일과 토요일엔 술집에 가서 바텐더 보조로 일했다. 인근 포모나시에 있는 ‘오도노반’이란 펍(pub)에서 바백(Barback·바텐더 보조)으로 일하면 바쁜 날은 팁 수입만 최고 200달러까지 벌 수 있었다. 그래도 상당히 짭짤한 직장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중 유일하게 일요일에만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4년차 시즌을 앞둔 지난 오프시즌 그는 조금이나마 야구에 더 집중하기 위해 주말 술집 일을 그만두고 체중조절을 위해 식단 관리에 나서 15파운드(약 7kg)를 감량했다.

갈릭은 올해 트리플A에서 타율 0.290에 12홈런을 치며 OPS 1.034를 기록하는 맹위를 떨쳤고 결국 5월20일 마침내 빅리그 승격 통보를 받았다. 트리플A에서 매달 월급이 3000달러도 안 됐던 그가 이제는 매일 3000달러 정도를 받는다. 빅리그에 콜업된 후 약 한 달 반 동안 그의 수입은 지난 4년간 마이너리그에서 얻은 수입 전체 합계의 2배가 넘는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오프시즌에 고된 도어 배달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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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갈릭(오른쪽)과 팀 동료 크리스 테일러. /AFPBBNews=뉴스1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정확히 25년 전 갈릭과 같은 28라운드에 지명돼 똑같은 1000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마이너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빅리그 데뷔도 갈릭과 같은 27세 때였다.

이런 공통점으로 인해 그는 갈릭의 처지를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한다. 로버츠 감독은 “그(갈릭)는 정말 야구가 좋아 플레이한다. 돈 때문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선수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그의 자세는 우리 클럽하우스에 신선함을 불러온다.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이 된다”고 말했다.

갈릭은 “마이너리그에서는 정말로 꿈을 따라 플레이할 수밖에 없다”면서 “난 한 번도 유망주인 적은 없지만 항상 내 자신을 믿었다. 기회를 원했고 만약 그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살려내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오프시즌에는 ‘진짜 직업’을 갖지 않아도 된다. 야구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젠 나도 진정한 오프시즌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된다”고 덧붙였다.

*갈릭은 올 시즌 21경기에 나서 타율 0.267(30타수 8안타) 2홈런 5득점 4타점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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