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에 '상상력'이 필요하다?... '1위' SK의 미래 대비 '키워드' [★현장]

인천=김동영 기자 / 입력 : 2019.06.09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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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을 지도하고 있는 염경엽 감독.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디펜딩 챔피언' SK 와이번스가 2019년에도 순항중이다. 두산 베어스와 '양강' 체제를 구축한 상태. 순위는 1위다. 잘나가고 있는 상황. 동시에 미래도 보고 있다. 바로 '육성'이다. 수백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염경엽 감독은 '상상력'이라는 키워드를 내놨다.

염경엽 감독은 8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스카우트는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 잘하는 것보다, 미래가치를 봐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 상태로 한정 짓지 말고, 넓게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양하게 뽑을 수 있고, 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루키 채현우(24)였다. 염경엽 감독은 8일 경기를 앞두고 훈련 시간에 채현우를 붙잡고 1대1 레슨에 나섰다. 발이 독보적인 선수다. 퓨처스리그 32경기에서 무려 24도루를 만들고 있다. 8일까지 20도루 이상도 채현우 한 명이 전부. 타율은 0.214로 좋지 않지만, 스피드라는 확실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발이 정말 빠르다. 팀 내 누구보다 빠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택트만 되면 더 성장할 수 있다. 특성화 육성 자원이다. 일단 전문 대주자로 키우는 중이다. 경험을 쌓으면 또 성장할 수 있다. 후반기에 1군에 올라올 수도 있다. 물론 수비가 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특정 부분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미래를 보는 모습이다. 염경엽 감독은 "우리 육성의 핵심은 장점을 살리는 것이다. 이후 부족분을 보완한다. 어린 선수들에게 가야 할 길을 알려주고, 그에 맞춰 키워야 한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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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하재훈(좌)과 강지광.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한 강지광(29), 하재훈(29)도 같은 케이스다. 강지광은 2009년 LG에 입단했고, 넥센을 거치며 줄곧 야수로 뛰었다. 하지만 2018년 시즌을 앞두고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로 왔다. SK는 강지광을 '투수'로 봤고, 곧바로 전향시켰다.

하재훈은 포수 겸 외야수였다. 2009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향했고, 이후 돌고 돌아 KBO 리그로 왔다. SK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에 하재훈을 지명했다. 포지션은 '투수'였다.

결과는 성공이다. 강지광은 올 시즌 24경기에서 2승 4패 6홀드,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하며 불펜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하재훈은 '대박'이다. 32경기에서 5승 1패 3홀드 14세이브, 평균자책점 1.16을 찍으며 마무리로 자리를 굳혔다. 강지광이나 하재훈 모두 150km의 강속구를 보유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과 SK는 여기에 집중했고, 성공을 이끌어냈다.

염경엽 감독은 "강지광은 신인 때부터 설득했다. 투수가 맞다는 확신을 했다. 강요하지는 못했다. 선수 인생이 걸린 문제 아닌가. 기다렸다. 이만큼 시간이 흘렀으면 타자로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 한다. 2차 드래프트에서 투수 하겠다면 1라운드에 지명하겠다고 했고, 본인이 승락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재훈에 대해서는 "외야수로는 의미가 없었다. 투수로 지명할 생각이었다. 2라운드 정도면 지명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다. 누구도 뽑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지명 후 투수의 근육부터 키우게 했다. 빨리 만들어진 케이스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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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신인 드래프트 SK의 지명 선수들. 왼쪽부터 서상준-최재성-김성민-허민혁-하재훈.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핵심은 '장점'에 집중하는 것이다. 한정 짓지 말고, 폭넓게 봐야 한다는 설명. 염경엽 감독은 "내야수를 내야수로만, 외야수를 외야수로만 보면 안 된다. 어떤 부분이든 장점을 봐야 한다. 타격이 안 좋은 외야수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이 외야수가 어깨가 좋고, 팔 스윙이 좋으며, 투수로 뛰기 좋은 몸을 가지고 있다. 그럼 투수로 키워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게 다양한 측면에서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스카우트는 상상력이 좋아야 한다. 그래야 넓고, 다양하게 볼 수 있고, 뽑을 수 있다. 보이는 것만 보면 안 된다. 좁게 봐서도 안 된다. 그러려면 상상을 잘할 필요가 있다"라고 더했다.

SK는 올 시즌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리고 있다. 기본적인 전력이 강하다. 현재 순위도 1위다. 우승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불문가지. 하지만 야구는 계속된다.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잘 나갈 때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콘셉트를 가지고 신인을 뽑고 있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 바탕에 '상상력'이라는 다소 기묘한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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