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다저스의 시한폭탄 '불펜'... 프리드먼 사장의 처방은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6.07 13:59 / 조회 : 7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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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하는 로스 스트리플링(오른쪽). /AFPBBNews=뉴스1
요즘 LA 다저스는 정말 잘 나가고 있다. 현재 43승20패(승률 0.683)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데 풀 시즌으로 환산하면 무려 110승을 올리는 엄청난 페이스다.


경이적인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류현진은 물론 다른 선발투수들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면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정도는 기본이라는 듯 눈부신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코디 벨린저를 비롯한 타자들은 거의 슬럼프를 모르는 것 같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다저스는 내셔널리그(NL)에서 팀 득점 1위와 평균자책점 1위에 동시에 올라있고 현재까지 압도적인 리그 MVP와 사이영상 후보(벨린저, 류현진)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수비도 뛰어나다. 꾸준한 안정감을 보이는 디펜스에 탄성을 자아내는 호수비들까지 꼬리를 물고 만들어내며 수비실점 방지(Defensive Runs Saved) 부문에서도 1위에 올라 있다.

피칭 1위, 타격 1위, 수비 1위인 셈이다. 이 정도면 도대체 어디 흠 잡을 곳이 없어 보인다. 이미 다저스는 NL 승률 2위인 필라델피아 필리스(35승27패)에 7.5경기 차 격차를 벌렸다. 아직 시즌이 40%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이 정도까지 차이가 벌어졌다면 과연 시즌 종료 때 1, 2등의 격차가 어느 정도까지 벌어질 것인지 궁금하다.

현 NL 서부지구 2위 콜로라도 로키스(32승29패)와는 벌써 10경기 차이다. NL에서만큼은 휘파람을 불며 단독질주를 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경기마다 웬만해선 다저스가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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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벨린저. /AFPBBNews=뉴스1
하지만 약점이 없는 팀은 없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무적 전사 아킬레스가 발꿈치라는 치명적인 약점(아킬레스건)이 있었던 것처럼 현 MLB 최강의 팀 다저스에도 약점은 있다. 바로 불펜이다. 다저스의 ‘아킬레스건’이다.

다저스의 불펜 성적을 살펴보면 다른 부문과 비교할 때 확연히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발진이 워낙 뛰어난 탓에 다저스 불펜이 책임지는 이닝은 게임당 평균 3이닝 정도에 불과해 NL에서 워싱턴 내셔널스를 제외하고 가장 적다. 그만큼 불펜에 돌아가는 부담이 적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다저스의 불펜 평균자책점(4.49)은 NL 15개 팀 가운데 10위이며 10개의 블론 세이브는 NL 9위다. 9이닝당 피홈런 1.3개는 NL 7위이고 9이닝당 탈삼진수 8.5개는 NL 14위로 콜로라도 로키스에 이어 뒤에서 2등이다. 거의 모든 다른 부문에서는 리그 1, 2위를 다투는 팀이 유독 유독 불펜 성적으로만 가면 여기저기서 중하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물론 불펜 성적에서 이닝당 출루허용(WHIP) NL 3위(1.23), 피안타율 4위(0.236), 피출루율 5위(0.311) 등 괜찮은 부분들도 있다. 그냥 엉망이기만 한 불펜은 아닌 셈이다.

사실 불펜 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준수하게 보일 수도 있는 유닛이다. 켄리 잰슨이라는 걸출한 마무리와 페드로 바예스, 조 켈리, 이미 가르시아, 케일럽 퍼거슨, 그리고 사실상 선발투수들인 롱맨 훌리오 우리아스와 로스 스트리플링 등이 포진한 다저스 불펜은 라인업으로 보면 전혀 팀의 약점이 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여러 기본 수치가 괜찮고 불펜이 감당할 부담도 다른 팀들에 비해 한결 적은 데에도 다저스 불펜은 실질적으로 팀이나 팬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당장 지난 6일(한국시간) 시즌 최다 8연승에 도전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시리즈 최종전에서 다저스는 8회말 2-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으로 끌려간 끝에 연장 11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고배를 마셨다.

이 경기 전까지 다저스는 7연승을 달리던 상승세였고 직전 마지막 4경기에선 선발투수가 각각 8, 7, 8, 7이닝을 던지는 쾌투행진을 펼쳤다.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지만 타선이 좀 쉬어가는 날이 되고 불펜에 압박이 가해지자 바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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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리 잰슨(오른쪽). /AFPBBNews=뉴스1
사실 다저스 불펜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압박감이 높은 경기에서 더 쉽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팀 타선이 초반부터 폭발해 큰 점수 차로 앞선 상황에선 그야말로 아무런 문제 없이 경기를 마무리 짓지만 어쩌다 타선이 침묵해 경기 후반에 동점이거나 1~2점 차 박빙의 경기가 됐을 때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다저스가 지금까지 기록한 10개의 블론 세이브 가운데 클로저 잰슨이 기록한 것은 2개뿐이고 나머지 8개는 모두 셋업맨들이 저질렀다. 사실 잰슨도 전성기 때 ‘언히터블’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리그 정상급 마무리임은 분명하다. 반면 잰슨까지 리드를 끌고 가야 할 중간계투 진영은 확실한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다저스의 20패 가운데 선발투수 패전은 단 6번(류현진 1패, 뷸러 2패, 힐 1패, 마에다 2패)뿐이고 나머지 14패는 불펜에서 당했다. 만약 다저스의 불펜이 평균 이상만 됐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다저스는 올해 최다승이 아니라 역대 최다승 기록에 도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보니 종종 박빙 승부일 때 팀이 리드를 잡고 있다면 선발투수에서 마무리로 가는 ‘중간단계(셋업맨)'를 건너뛰고 바로 클로저로 건너가는 것을 선호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타이트한 경기에서 가능하면 셋업맨을 거치지 않고 선발에서 바로 마무리로 직행하는 코스로 가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선발이 최소한 8회까지 던져줘야만 가능한 이야기라 자주 나올 수는 없지만 다저스 선발진이 워낙 출중하기에 경우에 따라 과거와 달리 조금 투구수가 많아져도 선발투수에게 8회에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허락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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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 /AFPBBNews=뉴스1
다저스의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은 7일 인터뷰에서 불펜에 대해 “구위와 다양성에서 모두 매우 뛰어날 수 있는 유닛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직까지는 그 잠재력을 현실로 보여주지 못했고 꾸준하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 멤버로도 매우 뛰어난 불펜을 이루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만큼 잠재력이 좋지만 계속해서 그 잠재력을 현실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외부 보강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저스는 이런 불펜의 약점에도 3년 연속 월드시리즈로 가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다저스의 목표는 월드시리즈에 가는 것이 아니라 우승하는 것이다. 또다시 준우승에 그친다면 실패한 시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의 불펜이 그때까지 크게 향상되지 못한다면 휴스턴 애스트로스나 뉴욕 양키스 등 아메리칸리그(AL)에서 올라올 팀과 만나게 될 월드시리즈에서 불펜이 다저스를 쓰러뜨릴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저스가 지금 역대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2년 전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43승21패)은 현재 다저스보다 단 반 게임 차 뒤에 있을 뿐이다. 확신할 수 없는 불펜이라는 ‘시한폭탄’이자 결정적 아킬레스건을 지켜보고 있는 다저스 팬들은 역대급 쾌속 순항 가운데서도 한 가닥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내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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