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바람이 분다', 신선함이냐 무리한 설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9.05.3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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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TV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일 매일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오늘은 뭐 보지? 하는 행복한 고민 말이다. 지상파에, 케이블에, 종편에 워낙 채널이 많다 보니 제작되는 프로그램 또한 당연히 많고, 그러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얘기다. 역시나 이번에도 고민에 빠졌다.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을 통털어 밤 9시, 10시대에 여러 드라마가 간발의 시간차로 겹치기 편성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자,

이럴 때 주연 배우가 누구인가? 혹은 작가나 연출이 누구인가? 하는 조건에 따라 선택의 순위가 결정된다.


이렇게 꼼꼼히 따졌을 때 많은 시청자들에게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드라마는 Jtbc의 김하늘, 감우성 주연의 '바람이 분다'가 아닐까, 싶다. 왜 그런가를 묻는다면, 단연코 주연 배우 때문이라고 자신읶게 대답하겠다. 로코의 여왕이라고 불린 김하늘과 로맨스 가이의 이미지를 가진 감우성. 이 둘이 드라마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연히 로맨틱한 멜로드라마가 될 것이다, 한껏 기대가 된다는 것. 실제로 시청률은 어땠는가? 생각보다 그다지 높지 않고, 반응도 'so-so(?)' 다.

그 이유는 뭘까? 물론 딱 한 가지로만 답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가령 시작한지 2회 밖에 안 됐다는 사실과 지상파가 아닌 종편 채널 특성 상 시청률이 높게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데에 내용적인 면, 즉 드라마 스토리가 2% 부족했다고 보여진다.

김하늘, 감우성은 극 중 부부이다.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한 부부했지만, 결혼 5년차가 되면서 어느새 사랑의 열정은 식어버리고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밍밍한 사이, 알콩달콩한 재미도, 아기자기한 생활도 없는 권태로움만 있는 관계로 전락해 버렸다. 상대방이 약속 시간에 조금 늦으면 '무슨 일 생겼나?' 하는 걱정보단 울화가 치밀고, 상대방이 집안을 어지럽히면 짜증부터 확 밀려오며 사사건건 말다툼을 하고 얼굴을 붉히는 사이 말이다. 권태기를 겪는 부부들의 일상과 많이 닮아 있어 현실적으로 공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즐겁자고 보는 드라마인데 꼭 이렇게 유쾌하지 못한 내용들만 연속적으로 구성했어야 하나 싶어 미간이 오토매틱으로 찌푸려진다.


물론 드라마는 우리들의 삶을 반영한 극적인 스토리를 담는 것이지만, 그 이면엔 사람들의 로망과 판타지를 자극할 만한 요소가 있어야만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그런데 ‘바람이 분다’는 부부의 설렘, 애틋함, 훈훈하고 따뜻함은 거의 배제한 채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각을 세운 날카로운 모습만 담아냈으니 채널을 고정해서 지속적으로 보는 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누군가는 2회 중반 이후부터 스토리가 달라진다고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 의견도 맞다. 감우성이 김하늘에게 쉬지 않고 화를 내고, 못 되게(?) 굴었던 이유가 2회 중반부터 나오니까. 알고 보니 감우성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아내가 그토록 원하는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 말이다. 이 사실을 아는 순간 감우성의 행동들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재미있다, 없다, 판단이 빠른 시청자들에게 2회가 돼서야 이런 상황을 설명한 건 늦은 감이 있다. 삐걱거리는 부부 관계로 이혼을 하고 싶은 김하늘의 심리를 녹여내기 위해서라지만, 시청자의 인내심이 감당하기엔 1회하고도 반이라는 시간을 할애하기엔 너무나 길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알츠하이머 남편이라는 설정만 보면 자칫하다 신파로 흘러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김하늘이 남편의 귀책사유를 만들어 이혼하기 위해 20대 여성으로 특수 분장을 하고 감우성에게 접근한다. 2회는 여기서 끝이 났다. 아직 3회가 방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겠지만, 아무리 특수 분장이라 해도 5년 동안 부대끼며 산 아내를 남편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이 부분이 또한 납득이 되려나, 의문점이 생긴다. 결국 이 모든 걸 확인하기 위해 다음 회차를 시청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저 특수 분장으로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진다, 라는 스토리가 너무 무리한 설정이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자칫하다간 손발 오글거리는 민망함만 남을 수 있으니.

'바람이 분다', 알츠하이머에, 특수분장, 그래서 아내와 또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으로 과유불급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3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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