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영 "프레인 1호 배우 김무열과 칸에..제가 호강했죠" [칸에서 만난 ★메이커]

프레인 글로벌 창업자 여준영 대표 인터뷰

칸(프랑스)=김미화 기자 / 입력 : 2019.05.28 09:00 / 조회 : 1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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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칸(프랑스)=김미화 기자


PR회사 대표가 배우의 매니저 업무를 하다가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리고 10여년을 그 배우와 함께 하고 있다. 바로 류승룡, 김무열, 박지영, 오정세, 박용우, 엄태구 등이 소속된 프레인 글로벌 자회사 프레인TPC의 이야기다. PR그룹 프레인의 창업자인 여준영 대표를 만났다. 연예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프레인TPC는 따로 경영인을 두고 있기에 여준영 대표가 이와 관련한 인터뷰를 한 적은 없다. 그 첫 인터뷰가 프랑스 칸이다.

여준영 대표는 프레인TPC의 1호 배우인 김무열과 함께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김무열은 영화 '악인전'이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하며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뜻깊은 순간에 대한 소감을 묻기 위해 여준영 대표를 만났다. 여 대표는 칸 영화제와 아무 관련 없는 자신이 인터뷰를 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했다. 여 대표는 프레인TPC는 현재 박정민 대표가 이끌고 있기에 모든 공을 박대표에게 넘겼다. 하지만 김무열의 매니저를 하게 되며 매니지먼트 회사를 시작하게 된 여준영 대표에게 '프레인 1호 배우' 김무열의 칸 입성을 뜻깊은 순간이었다.

프레인 1호 배우 김무열과 칸 영화제에 함께 온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 김무열과 영화제를 두 번째 왔다. 첫 번째는 전주 영화제였고, 두 번째가 칸 영화제다. 사실 제 감회가 새로울 건 없고, 무열이가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열이의 꿈도 대성공이 아니라 배우로 오래 가는 거라고 하더라. 저도 그렇다. 무열이가 레드카펫에 오른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무열이는 워낙 연기 잘해서 제가 한 번도 걱정한 적이 없다. 언젠가 잘 될거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뤼미에르 대극장을 구경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도 호강이다.

함께 칸에 동행한 것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그만큼 아끼는 배우라서 애정을 쏟는 것인가

▶ 제가 수동적이라 배우에게 먼저 연락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프레인TPC 박정민 대표가 하는 일이다. 하지만 배우들이 제 사무실을 찾아오거나 전화를 주거나 여행을 같이 가자고 하면 만사를 제치고 간다. 제 시간을 쏟는데 능동적이지 않지만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왔다. 무열이가 저를 '엄마'라고 부른다. 저에게 '같이 가시죠' 한 것은 아니고, 제가 무열이에게 '네 영화는 거기서 봐야겠다'고 자진해서 왔다. 그래서 한국에서 '악인전' 개봉 후에도 안보고 여기서 봤다.

김무열 배우의 매니저를 맡아서 하다가 프레인TPC라는 회사를 만들게 됐다. 여준영 대표에게 김무열 배우는 어떤 사람인가

▶ 이런 질문은 항상 조심스럽다. 이 세상에 영원한 관계는 없다. 저희 관계가 10년이 넘었고 지금은 되게 좋다. 하지만 나중에 좋은 기회가 있고, 다른 선택을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저는 그 질문이 어렵다. 저는 김무열 배우가 너무 좋다. 예전부터 프레인의 처음부터 끝까지 김무열이면 좋겠다고 말한 적 있다. 서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거리를 가지며 아주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수동적인 사람이고, 김무열도 '츤데래'다. 그럼 사람들끼리 친해지기 쉽지 않은 데, 같은 성격이라 더 친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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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칸(프랑스)=김미화 기자


'악인전' 공식 상영일이 김무열 배우의 생일이었다. 그리고 아내 윤승아씨까지 칸에 동행해서 뿌듯했을 듯 하다.

▶ 두 사람이 칸에서 손을 잡고 다니더라.(웃음) 두 사람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올해 초 류승룡 주연의 영화 '극한직업'이 1620만을 넘었고, 김무열의 칸 영화제 초청까지. 올해 프레인 TPC의 성적이 좋다.

▶ 류승룡 배우 같은 사람은 아이돌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을 할 때 모든 것이 리셋 된다. 지금은 1600만이지만 다음 영화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저는 우리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에 투자를 하는 편이다. 돈을 벌기 위해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가 봤을 때 본인이 출연하는 영화에 회사가 투자하면 믿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계속 투자하다가 '극한직업'에는 못했다.(웃음)

'악인전' 속 김무열의 연기가 인상 깊다. 깡패 같은 형사 역할을 김무열 배우 특유의 선한 얼굴로 잘 소화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나.

▶ 저는 다른 배우들은 걱정해도 김무열 걱정은 안 한다. 항상 잘할거라고 생각한다. 김무열 배우가 '은교'에서 보여준 연기도 굉장히 어려운 것이다. 그런 연기 실력은 항상 그대로 있다.

프레인 TPC의 약자인 TPC는 Talented People Caring의 준말이다. 여준영 대표가 생각하는 탤런티드 피플, 재능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일단은 자기 영역에서 의존적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누구를 잘 만들어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가 하는 것을 대신해줄 수 없는 곳이 이쪽 세상이다. 회사일은 내가 빠지면 누가 대신해 주지만 배우 일은 그렇지 않다.

올해 김무열을 비롯해 윤승아 오정세 김대명 조은지 등 프레인 배우들이 모두 소속사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배우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프레인TPC에 머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한번 계약하면 떠나지 않고 오래 있는 이유는 순전히 배우들 덕이다. 배우와 재계약을 했다기보다 배우가 재계약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을 떠나 취미도 공유하는데 류승룡씨와는 함께 디자인 제품들을 보러 다니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배우 입장에서 보면 욕망이 앞선 배우가 없다. 직장인도 회사를 옮기면서 연봉을 올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배우들은 그런 욕심이 없다. 회사가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배우들이 연기에만 욕심을 부린다. 단 하나 저희 회사가 잘하는게 있다면, 꽂아주고 하는 편법이 능숙하지 않다. 진심으로 대한다. 그리고 엔터사의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가장 중요한데, 그런 일이 있을 때 자기 일처럼 달려든다. 그런 진심이 통하는 것 같다. 현재는 주요 배우들의 해외진출 준비를 열심히 하며 배우들과 영어공부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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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칸(프랑스)=김미화 기자


여준영 대표는 홍보의 신이라고 알려져 있다. 매니지먼트 역시 사람을 키우고 사람을 PR하는 업무인데, 사람을 PR할때는 어떤 것에 가장 중심을 두는가.

▶ 나를 키운 것의 8할은 절박함이었다. 일단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가난했고, 절실했었다. 그래서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는 강박증과 초조함도 있었고 몰아치는 때도 있었다.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하는데, 요즘도 중요한 일이 있으면 예민해지기도 한다. 제가 처음 회사를 차릴 때 있던 임원들이 20명 정도인데 지금도 다 있다. 우리 회사 사람들은 참 신기하다. 사람을 대하는 일은 저에게 있어서 믿음이 있으면서도 어려움도 있다. 제 옆에서 20년 정도 된 사람들은 제가 일년에 얼굴 한두번 보고 해도 괜찮다. 누군가와 계속 관계 유지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게 있는데 가족들은 안 그렇지 않나. 나는 임원들과, 우리 회사 사람들과 그런 믿음이 있다.

광고 대행사에서 마케팅회사, 그리고 매니지먼트 영화제작에 뮤지컬 사업까지. 다양한 쪽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여준영 대표가 생각하는 프레인 TPC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 계속 채널이 바뀌고 이름이 바뀌면서 유튜브가 대세가 됐다. 우리가 그것을 쫓아가면 안된다. 어떤 채널이 바뀌더라도 중요한 핵심은 콘텐츠다. 그것은 사업기획이나 투자를 통해 되는 것이 아니다. 내재 되거나 자생 돼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배우들과 이야기 하고 깊은 고민을 나눌 생각이다. 저는 현재 뭔가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탤런트를 융합해서 같이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잘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합쳐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류승룡은 '킹덤'으로 지수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로 넷플릭스 콘텐츠에 출연 중이다. 특별한 전략이 있는가.

▶ 어떤 일을 할 때 현재 상태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를 보려고 노력한다. 이쪽 일이라는게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다. 마동석 배우의 마블 계약 논의 같은 경우를 보면 '부산행'에서 출발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기까지 왔다. 지금 하는 일이 나중에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니 일단 지금 최선을 다하자는 전략으로 하고 있다.

프레인TPC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인가.

▶ 류승룡 같은 배우들이 계속 연기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걱정 없이 연기 하게 하고 싶다. 지금 잘하는 배우도 5연속 참패할 수 있다. 흥행과 참패는 배우의 몫이 아니다. 사람에 집중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배우의 지속가능함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많이 활동하든, 적게 활동하든 배우로서의 가치를 계속 지켜 나갈 수 있게 도우려 여러 노력을 한다. 신인이 연기에 집중하게 하려고 필요시 월급을 지급하기도하고 배우들 비용을 회사가 주로 책임지는 것도 그 일환이다. 처음 회사를 차릴 때 강력한 PR회사와 배우회사가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 생각은 유효하다. 곧 어떤 형태로든 '그래서 PR 회사가 엔터를 하는구나'하는 것이 보여질 것이다.

끝으로 프레인 TPC 자랑을 좀 해달라.

▶프레인 배우들이 다른 회사와 좀 다른 면이 있는데, 이는 선배 배우인 류승룡씨와 박지영 배우의 영향이 크다. 얼마 전 제가 지방에 매장을 하나 냈는데 따로 연락을 안했음에도 류승룡과 김무열 윤승아 부부를 포함한 많은 배우가 제 SNS를 보고 멀리까지 와서 물건도 사고 손님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오래 있다가 갔다. 아마 다른 회사에 없는 풍경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저는 사실상 직책이 없다. 매니지먼트에 관해서는 프레인TPC 박정민 대표와 실장들이 다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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