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의 옛 항수를 떠올리게 한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 마비노기’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9.05.07 13:51 / 조회 :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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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주년을 맞는 마비노기의 첫 번째 오케스트라 공연,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 마비노기'가 2019년 5월 3일 개최됐습니다. 해당 공연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와 협업하여 이뤄진 공연입니다.


공연은 2,400여 명의 사전 신청 유저와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티켓은 사전 티켓팅 방식과 게임 내 이벤트를 이용해 배부됐습니다. 약 한 달 전 진행됐던 티켓팅은 1분 만에 매진됐고, 게임 이벤트는 18대 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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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은 오케스트라 공연이 진행되기 전, 마비노기 음악 콘텐츠 담당자인 김형선 리더와 마비노기 OST 오케스트라 편곡자인 사운드팀 김가해 님과의 미니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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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음악 콘텐츠 담당자인 김형선 리더(왼쪽)와 마비노기 OST 편곡을 맡은 사운드팀 김가해(오른쪽)
오케스트라 장르는 대중에게 흔한 음악이 아닙니다. 굳이 오케스트라 형식을 빌린 이유가 있나요?

사운드팀 김가해:
오케스트라는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오케스트라는 적게는 60인, 80인에서 많으면 100인이 함께 웅장한 사운드를 냅니다. 80명의 사람들이 한 소리를 내면, 음악을 든는 사람들이 감성이 깨어나요. 요즘 컴퓨터 음악, 미디 사운드가 발전하고 있지만 오케스트라는 훨씬 더 사람이 감성적이 되는 이유가 큰 것 같습니다. 이런 감성적인 면을 살리고자 오케스트라 편곡을 선택했습니다. 처음 편곡할 때 중점으로 둔 것은 '향수를 자극하자.' 였습니다. 게임의 초기 음악은 멜로디가 강조되고 좋은 것이 많아 더 웅장하고 풍성하게 편곡하여 유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자 했습니다.


마비노기 음악이 오케스트라용으로 만들어진 음악이 아닌데요, 어떻게 편곡했나요?

김가해:
말씀하신대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캐주얼한 게임인 마비노기답게 캐주얼한 사운드에 가벼운 미디 사운드가 많았습니다. 그런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풀어내며 원곡에 있는 감정을 어떻게 살릴까 고민했고, 많이 어려웠습니다.

예술의 전당이 이런 게임 음악 공연을 많이 하는 곳이 아닌데, 장소 어레인지나 준비에 있어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김가해:
이번 오케스트라는 작년의 메이플스토리 공연과 같은 폼입니다. 넥슨코리아 자체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코리안심포니 악단과 함께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라는 타이틀로 매년 다른 오케스트라 공연을 게임과 접목해 대중에게 다가가기 쉽게 만드는 것이죠. 올해는 마비노기가 함께 하고 싶다고 해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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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공연이 16곡으로 정해졌는데, 마비노기의 많은 음악 중 이 16곡을 고른 이유는?

김가해:
마비노기 곡 리스트를 쭉 봤는데요. 10년이 넘어가는 게임이다보니 곡 수가 350곡이 넘더라구요. 이 중에서 곡을 고르기가 너무 쉽지 않았고 인기있는 곡도 많았습니다. 유저들의 취향도 달라 공통으로 좋아할 곡이 뭘까 고려했습니다. 개발팀과 사업팀의 의견도 취합해 제일 반응이 좋을 것 같고 대표성이 있는 곡 위주로 골랐습니다. 또 편곡이 너무 어렵다 하는 곡은 제외했습니다. 멜로디가 잘 살아 있어 편곡할 요소가 많은 곡들, 인기가 많고,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를 가장 큰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1 선택과 시작 (Early Decisions) - 캐릭터 선택창 음악

2 흰 사슴 이야기(The Story of a White Deer)- 나오 주제곡

3 여명을 꿰뚫는 날카로운 울림(Echoes of Battle) - 아발론 필드 레이드 음악

4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동자(Sparkling Eyes in the Dark) - 에아렌 주제곡

5 한밤중의 순진무구(Innocence in the Night) - 서큐버스 퀸 주제곡

6 낙엽의 춤(The Dancing Leaf) - 티르 코네일 음악

7 설레는 아침(The Island of Love) - 두근두근 아일랜드 음악

8 사실은 막강한 콤비(The Formidable Duo) - 로나와 판 주제곡

9 망치 끝에 걸린 달빛(Moonlight Dancing on a Hammer) - 퍼거스 주제곡

10 문 앞에 서다(Standing Before the Gate) Vo. EUNTO(은토) - 아발론 게이트 주제곡

11 잊혀진 시간의 흔적(Vestige of a Forgotten Time) Vo. Apreel(에이프릴) - 알반 기사단 성역 주제곡

12 물그림자가 감추고 있는 것(Shadows in the Water) - 시드 피나하 주제곡

13 왕국의 수도(Call of the Capital) - 타라 음악

14 히야신스 입에 물고(With Hyacinth in Mind) - 두갈드 아일 음악

15 새로운 거리에 도착하다(A New Town) - 던바튼 음악

16 소년 모험가(Young Adventurer) - 가이레흐 언덕 음악

앵콜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An old story from Grandma)

게임 음악과 오케스트라 음악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김가해:
요즘 나오는 게임 음악은 대부분 오케스트라를 기반으로 하는 곡이 많습니다. 규모가 크고 웅장한 대규모 MMORPG 같은 경우 큰 세계관을 표현하는데는 오케스트라만한 장르가 없다고 다들 판단하기에 많이들 사용합니다. 오케스트라 기반으로 제작되어있지 않은 게임 음악들도 있는데요, 그런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만들어내며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감성을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마비노기 오케스트라 편곡한 곡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과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김가해:
개인적으로 타이틀곡인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입니다. 직접 편곡했기 때문에 제일 기대도 많이 됩니다. 이 곡은 마비노기가 오픈할 때 만들어진 곡이다 보니 편곡된 버전도 20가지가 넘습니다. 모든 장르로 편곡된 것 같은데 오케스트라는 처음이라, 어떤 부분을 잘 표현해야 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가사도 붙여보고 그랬습니다. 가사에도 유저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넣었습니다. 가장 아련한 곡인 만큼 예전 기억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제일 기대가 되네요.

편곡하는 사람마다 선호하는 악기가 있나요?

김가해:
악기는 악기마다 특성이 다릅니다. 관악기의 플루트같은 악기는 여성스러운 느낌을 내죠. 여성스러운 곡에서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쓰곤 합니다. 웅장한 소리를 내고 싶으면 관악기의 호른이나 트럼본, 트럼펫 등을 사용합니다. 힘찬 소리가 나기 때문입니다. 작곡가마다 여성적인 음을 좋아하거나 강렬한 음을 좋아하는 분들이 달라 선호가 다르긴 합니다. 각자의 색 보다는 게임 테마에 맞는, 어떤 캐릭터의 테마인지 어떤 마을의 테마인지 이를 많이 고려해 선택합니다.

오케스트라 공연과 함께 관련 영상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영상은 어떻게 제작했고 어떤 부분에 신경썼나요?

콘텐츠 담당자 김형선 리더: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비노기엔 많은 콘텐츠와 추억이 있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제작했고, 유저들이 '나도 저랬었지. 저렇게 하면 좋겠다.' 싶다는 장면 위주로 연출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레이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연출하고 찍어봤는데, 합이 맞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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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교향악단이 게임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놀라운데, 악단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김가해:
클래식은 악단에서 평생을 연습해 온 곡이라 테크닉이 어려워도 수월하게 연주하고들 합니다. 게임 음악은 사실 꾸준히 합을 맞춘 음악이 아니라서, 연주들을 배려하기 위해 최대한 쉽게 연주할 수 있게 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번 오케스트라엔 현대적인 악기와도 퓨전해서, 세트 드럼이나 스네어 드럼도 있어 연주하는 분들에게 좀 더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클래식과 다르게 멜로디가 강조된 곡들이라 선율 연주에 있어 감성적이라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엔 외국에 비해 게임 음악 오케스트라 공연이 별로 없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가해:
저도 외국의 비디오 게임 공연을 즐겨 봅니다. 음악회로 게임 콘텐츠가 밖으로 나와 문화의 확장이 되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공연이 국내에서 하나의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참여하는 것이 기쁩니다. 많은 기회가 생겨 많이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김형선: 욕심같아서는 넥슨만의 아이덴티티로 하고 싶네요. 넓게 봐서는 다른 게임 회사도 게임 음악으로 공연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번 오케스트라는 마비노기의 팬들이 보러 왔지만, 대중적으로 게임 음악을 좋아하지 않아도 봐주고 좋아해 주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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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지휘자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회 이후 OST 발간이나 유튜브 업로드, 혹은 게임 속에서 활용할 예정은 없나요?

김형선:
게임에서 쓰일 예정에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에 오지 못해 안타까운 유저분들이 있을 텐데, 공연 버전으로 NPC 공연이 5월 중에 일주일 동안 개최됩니다. 게임 OST로 프라하 버전이나 공연 버전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합니다.

마지막으로 공연을 앞두고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형선:
마비노기는 그 이름의 유래처럼 음악과 떨어질 수 없는 게임입니다. 오늘 공연도 준비하고, 15년 맞이 판타스틱 멜로디 업데이트도 그렇고 음악에 관한 면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고생했습니다. 제가 연주하는 것이 아닌데도 떨리네요. 좋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가해: 유저분들이 좋아해줄까 많이 생각했습니다. 저 자신도 15살부터 마비노기 유저였는데, 유저들에 대한 선물로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음악 콘텐츠를 제작하며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습니다. 공연 뿐만 아니라 체코 녹음으로 오케스트라 앨범을 발매했는데, 파트1을 통해 15곡을 선공개 했습니다. 5월 중순에는 10곡을 담은 파트2를 통해 완전히 다 공개됩니다. 음원 사이트에서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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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현장에서 얻을 수 있었던 ‘판타스틱 멜로디 피아노’
오케스트라 공연은 차후에 게임 BGM이나 영상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공연장에서 함께 공연을 즐기지 못했던 유저들도, 공연을 들었던 유저들도 다시 한 번 마비노기 감성을 살리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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