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개발자컨퍼런스] 게임과몰입은 게임을 없앤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9.04.29 13:31 / 조회 :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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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게임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2011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된 '셧다운제'를 모바일 게임과 콘솔 게임으로 확대하거나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해 관리하려는 등 대체 왜 이렇게 게임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가 싶을 정도죠.


게임 규제를 제창하는 기저에는 '게임이 문제의 원흉이다. 게임을 어떻게든 하면 다 해결될 것이다.'라는 생각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또,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나름의 연구도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을 보면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정말 많고, 심지어 논리나 개연성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 돈, 시간으로 뭐했냐'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건 저만 그런 건 아니었는지 끊임없이 그들의 의견을 논파하며 '게임이 아니라 다른 게 문제다.'라는 이야기와 연구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9년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NDC2019)의 이틀째 강연 중 하나인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정의준 교수의 [4년간의 여정 - 청소년과 게임에 대한 2천가지 기록]도 '게임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다,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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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정의준 교수(사진 제공: 넥슨)
한국과 중국에서 대대적으로 다뤄지는 청소년과몰입 ... 정말 게임이 원인일까?


먼저, 정의준 교수는 해외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말했습니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미국, 유럽 같은 서구권에서는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을 크게 문제삼고 있지 않다.'라는 보도도 있다고 해요. 또, 의학계에서도 게임중독, 게임과몰입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한국과 중국의 사례를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왜 한국과 중국에서 유독 크게 다루는 걸까요? 정의준 교수는 "현재 게임 중독의 원인과 증상, 규정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가 없습니다.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은 무리한 표현이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2013년 5월 편찬된 'DSM-5'*에서도 관련된 연구와 보고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만 나오고 있으며, 문화적 독특성을 고려가 절실하다는 많은 학자의 의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미국 정신의학회가 정신질환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 정리해 각종 정신질환의 정의와 증상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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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준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2014년부터 '게임이용 청소년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게임과몰입과 관련된 여러 변수에 대해 물어보고 5년(만 4년) 간 전체적인 변화를 살펴봤다고 해요.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5년 동안 매년 게임과몰입 여부를 진단받았습니다. 그중 3분의 2는 한 번도 게임과몰입 판정을 받지 않았으며, 게임과몰입 판정을 받은 3분의 1의 청소년 중에서도 다섯번 판정을 받은 청소년은 1.4% 정도인 11명이 전부라고 하죠.

게임과몰입 판정을 받은 청소년들은 5년 동안 정말 다양한 변화를 보여줬다고 합니다. 1년차에 게임과몰입 판정을 받은 청소년의 5~60%는 이후 진단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판정을 받은 게 대표적인 변화죠. 물론, 게임에 다시 몰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에 영향을 준 건 학업 스트레스와 자기통제력, 게임 시간, 부모의 과잉간섭, 과잉기대, 부모와의 대화 정도, 교사나 친구들의 지지, 고독, 사회규범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부모와 대화하거나 자기통제력이 높아지면 게임과몰입 정도는 줄어들지만, 부모가 깊게 간섭하거나 지나치게 기대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 게임과몰입 정도는 늘어나는 식이죠.

또, 자기통제력, 우울, 고독 같은 부모 스스로의 사회심리적 지수도 자녀의 사회심리적 지수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의 자기통제력이 낮으면 자녀 역시 그 영향을 받아 자기통제력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게임과몰입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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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몰입에 특히나 큰 영향을 주는 건 바로 '자기통제력'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자기통제력에 영향을 주는 건 '학업 스트레스'이며, 이러한 '학업 스트레스'는 부모의 과잉간섭, 과잉기대, 감독, 부모와의 대화 정도에 영향을 받는다고 해요.

여기에 정의준 교수는 스트레스 취약 모형, 자기통제 취약 모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스트레스에 취약할수록 그것을 이겨낼 방안을 찾게 되는데, 게임과몰입의 경우엔 그게 게임이라는 거죠. 특히, 한국과 중국은 대학 입시가 치열하고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이라 그런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게임을 많이 하면 게임과몰입에 빠질 수 있다.'는 병리적 관점도 살펴봤지만, '게임 이용 시간'은 게임과몰입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기통제력, 사회규범성, 공격성, 스트레스, 사회적 관계, 심리 및 정서 상태 변화 등 게임과몰입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과 비교해도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죠.

'게임 이용 시간'은 게임과몰입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게임에 몰입하면 자연스럽게 게임을 오래 즐기게 되니까요. 정의준 교수는 게임을 없애더라도 다른 과몰입이 등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를테면 '유튜브과몰입' 같은 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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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만 원인을 두는 기존 정책과 인식에 대해 생각해봐야


정의준 교수는 "청소년의 게임과몰입은 게임 그 자체보다는 주변의 사회심리적 환경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게임이 문제다!"라고 말하면서 게임만 어떻게 하는 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청소년기의 특성, 치열한 입시 문화와 부모가 자녀에게 과잉간섭, 과잉기대를 하는 문화적 환경의 특수성, 자녀에게 큰 영향을 주는 부모의 사회심리적 지수 등 청소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거죠.

또, 청소년의 게임과몰입은 그런 다양한 요인과 맞물려 발생하는 일시적인 상황일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합니다. 의학적, 전문적인 조치 없이 주변 환경의 변화 만으로도 게임과몰입 정도가 낮아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끝으로 정의준 교수는 "우리가 5년 동안 살펴본 결과를 통해 봤을 때, 기존의 정책이나 게임에 대한 인식에 대해 생각해볼 게 많다고 제시하고 싶다."라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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