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대통령’ 트럼프가 주는 교훈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19.04.29 07:30 / 조회 : 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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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라운딩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지금 미국 골프계는 스포츠 칼럼니스트 릭 라일리가 쓴 ‘속임수 대통령(Commander in cheat)’이 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이 책은 도널드 트럼프(73) 미국 대통령의 골프 매너를 고발했는데, 승부욕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은 라운드할 때 거짓말이 잦고 특히 골프 코스에서도 속임수를 많이 쓴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책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트럼프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 프로암 대회에서 일어난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트럼프는 5타를 기록하고도 스코어를 4로 고치라고 이야기했답니다. 스코어를 기재한 동반자가 “왜 그러느냐. 우산 하나 받으려고 그러느냐. 난 안 한다”고 거부했답니다. 그러자 트럼프는 “프로암에서는 다들 그런다”면서 자신이 스코어를 고쳤다고 합니다.

트럼프뿐 아니라 대기업의 회장들도 대부분 스코어가 엉터리입니다. 동반자들이 멀리건을 수시로 허용하고, 회장의 공이 OB지역에 떨어지면 얼른 주워 잔디가 잘 자란 지역으로 던져 편안한 샷을 하게 만들어 준답니다. 더 가관인 사례를 하나 들려 드릴까요.

1990년대 초반 육군 참모총장을 지낸 A씨가 전역 후 지인들과 함께 라운드를 했답니다. A씨가 친 공이 벙커로 들어갔는데, A씨는 늠름하게 모래로 티를 만들어 샷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까? 놀란 동반자가 “벙커에서는 공이 놓인 대로 쳐야 한다”고 말해줬습니다만 A씨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답니다.

그렇다면 왜 A씨는 모래로 티를 만들었을까요? A씨는 군수업자들로부터 골프장 접대를 받으며 골프를 배웠는데, 어느 날 공이 벙커로 들어가니 군수업자가 잽싸게 달려와 모래로 티를 만들어주고 “이렇게 샷을 하십시오”라고 말했답니다. 공이 벙커에 들어갈 때마다 동반자들이 늘 ‘모래티’를 만들어주니 A씨는 벙커에 들어가면 당연히 모래티를 만드는 줄 알았답니다. 그 습관이 전역 후에도 이어져 ‘민간인 동반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죠.

A씨같은 사례는 매우 특이하지만 죄의식 없이 룰을 어기는 분들, 주변에 적지 않죠? 카트 도로에 떨어진 공을 페어웨이 중앙으로 던지거나, 나무 밑에 떨어진 공을 벌타 없이 옮겨서 치거나, 그린에서 공을 마크하며 몇 cm나 거리 이익을 보는 분들.... 이제부터는 벌타 규정을 잘 숙지하시고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아마추어 골퍼가 프로처럼 엄격히 룰을 준수할 필요는 없지만, 가능한 또는 최대한 룰을 지켜야 자신의 골프 품격이 높아집니다.

트럼프처럼 스코어를 속여 억지로 70대 타수를 만든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기념패를 받아봤자 평생 기분이 찜찜할 뿐입니다.

물론 접대 골프이거나 초보자와의 라운드, 또 친선을 도모해야 하는 라운드라면 룰에 얽매이지 않고 다소 여유 있게 플레이를 해야겠죠. 하지만 이럴 경우라도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되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하게 하라)’이라는 채근담의 격언을 되새겨 스스로는 룰과 매너를 지키면 ‘골프 신사’라는 칭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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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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