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W 혼쭐내는 클리퍼스, 듀란트까지 합류한다면...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4.26 17:10 / 조회 : 4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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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클리퍼스의 루 윌리엄스(왼쪽)-패트릭 베벌리. /AFPBBNews=뉴스1
“자, 직접 상대해 보니 어때? 우리 팀 괜찮지 않아?”


지난 주 칼럼에서 LA 클리퍼스-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GSW)의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시리즈가 올 여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슈퍼스타 영입을 계획하고 있는 클리퍼스 입장에서 최고 영입 후보인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런 클리퍼스의 ‘오프시즌 플랜’은 지금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정도로 잘 진행되고 있다.

시리즈 2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를 상대로 NBA 플레이오프 신기록인 31점 차 역전승을 거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클리퍼스는 이어 5차전에서 또 한 번 골든스테이트를 쓰러뜨리며 시리즈를 6차전으로 끌고 갔다. 3년 연속이자 5년 만에 4번째 우승을 노리는 골든스테이트가 1라운드에서 8번시드팀을 상대로 2패를, 그것도 모두 안방에서 당하며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27일(한국시간) LA에서 열리는 6차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역대 최고의 이변 중 하나가 터져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오러클 아레나에서 클리퍼스에 2연패를 당한 골든스테이트로선 이제 자존심 때문이라도 무조건 6차전에서 승부를 끝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밀어닥치고 있다.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클리퍼스에 벼랑 끝 7차전까지 끌려간다면 정말 상상도 못했던 끔찍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클리퍼스로선 모든 것이 너무 잘 풀려가고 있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사실 이번 시리즈에서 클리퍼스로선 골든스테이트에 4연패로 물러나더라도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스타 한 명 없이 베테랑 롤 플레이어들과 떠오르는 유망주들로 구성된 팀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 현 챔피언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음이 이번 시리즈에서 입증된 것이다. 당장 이번 시리즈에서 이길 가능성까지 생겨났지만 이기지 못한다고 해도 사실 클리퍼스로선 이미 목표는 다 이뤄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클리퍼스가 이번 오프시즌에 맥시멈 FA 계약 2개를 단행할 수 있는 샐러리캡 룸을 확보할 것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클리퍼스의 최고 타깃이 바로 이번 시리즈에서 맞붙고 있는 듀란트와 토론토 랩터스의 카와이 레너드인 것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등장해 있는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시리즈가 듀란트에게 어떤 인상을 안겨줄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목표로 하는 두 명의 슈퍼스타가 아직 팀에 합류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머지 선수들만으로도 이미 챔피언을 위협할 만한 팀이란 것을 보여준 것이다. 듀란트와 레너드 중 한 명이라도 합류한다면 클리퍼스는 다음 시즌 단숨에 최고 우승후보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둘이 다 온다면…. 클리퍼스 팬들이라면 심장이 떨려 더 이상의 상상을 하기 힘들 것 같다.

당장 현재 진행 중인 시리즈에서 듀란트가 골든스테이트가 아니라 클리퍼스 유니폼을 입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골든스테이트에는 거의 찬스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듀란트는 5차전에서 자신의 플레이오프 최다 기록인 45득점을 뽑아내는 눈부신 활약을 했지만 그래도 클리퍼스를 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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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스테이트의 케빈 듀란트.
물론 어쩌다 두 번 졌다고 당장 골든스테이트가 클리퍼스에 덜미를 잡힐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사실 ‘그래 봐야 어차피 승자는 골든스테이트’라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다. 휴스턴 로키츠는 아예 골든스테이트가 이길 것이라는 가정 하에 6차전이 벌어지기도 전에 미리 오클랜드로 이동해 2라운드 시리즈를 준비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휴스턴의 행동이 클리퍼스에 더욱 투지를 불태우게 하는 또 하나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까 봐 은근히 겁나는 쪽은 골든스테이트다.

사실 클리퍼스는 얼마 전까지도 그냥 ‘보통’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팀이 됐다. 당장 6차전에서 패해 시즌이 끝나도 어쩌면 팀 역사상 가장 흥분되는 오프시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올 여름 FA 시장에서 슈퍼스타 2명을 붙잡을 맥시멈 FA 계약 2개의 여유공간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이 클리퍼스다. 내년 이맘 때쯤 클리퍼스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우승후보가 돼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김칫국을 너무 빨리 들이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사실 듀란트와 레너드가 클리퍼스로 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각자 소속팀과 재계약할 가능성도 크고 혹은 뉴욕 닉스 같은 제3의 팀이 채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만에 하나 뉴욕이 드래프트 로터리에서 1번 지명권을 얻는다면 자이언 윌리엄슨과 함께 뛸 기회를 더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듀란트와 레너드 입장에서 팀을 고를 때 클리퍼스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레너드의 경우는 전부터 가족들이 있는 고향인 LA에서 뛰길 원해왔는데 더구나 그 팀이 앞으로 계속 뻗어나갈 엄청난 포텐셜의 팀이라면 마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듀란트도 LA라는 빅마켓에서 뛸 기회에다 확실한 팀의 간판스타로 자리잡는 것은 물론 당장 자신의 팀을 이끌고 내년부터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클리퍼스는 챔피언십 팀이 될 거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다. 루 윌리엄스는 다시 한 번 리그 최고의 식스맨 중 한 명임을 입증했고 센터 몬트레즐 해럴은 터프한 디펜스와 강렬한 덩크, 그리고 완벽한 픽앤롤 파트너로 윌리엄스와 찰떡궁합을 보여줬다. 이들은 5차전에서 무려 57점을 합작하며 골든스테이트를 그들의 안방에서 두 번째로 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가드 랜드리 샤멧은 뛰어난 외곽슈터로 이번 시즌 디펜스가 크게 향상됐고 선발 백코트 듀오인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와 패트릭 베벌리의 디펜스는 이번 시리즈에서 맹위를 떨쳤다. 여기에 감독 닥 리버스의 지휘력은 NBA 최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지 지금은 슈퍼스타만 없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눈동자만 그려 넣으면 당장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그림의 용’ 같은 팀이 클리퍼스다. 과연 클리퍼스는 이번 여름에 레너드와 듀란트라는 ‘화룡점정’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이번 골든스테이트와 시리즈는 그럴 가능성을 현실적인 레벨로 끌어올려 놓은 것 같다.

물론 클리퍼스가 그렇다고 당장 오프시즌 준비를 시작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아니다. 당장 6차전에서 더 큰 반란을 꿈꾸고 있다. 반면 듀란트는 클리퍼스에 갈 때 가더라도 패한 뒤 합류하는 시나리오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이번엔 꺾어놓은 뒤 가야 훨씬 기분이 떳떳할 것이다. 듀란트로서도 클리퍼스에 뭔가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6차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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