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하, 좋은 점과 아쉬운 점 몇 가지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9.04.23 11:40 / 조회 :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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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모바일 대작 트라하가 오픈했다. 사전예약만 400만에 이르며 크리스 햄스워스를 모델로 전격 발탁해 오픈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기대를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타이틀이다. 트라하의 초반부의 느낌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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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게임 플레이는 합격점


일단 오픈한 후 서버 다운이나 잦은 정기점검 같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좋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PC MMORPG급 볼륨을 가지고 있음에도 비교적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물론 가끔 서버 점검으로 게임을 못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오픈 초기임을 감안하면 거의 문제가 없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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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은 화려하다. 물론 트라하는 갤럭시s7, 아이폰6s 이상에서만 가동할 수 있는, 스펙이 상당히 높게 잡힌 게임이다. 하지만 스펙을 떠나서 그래픽 퀄리티는 모바일 게임 중 탑에 든다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최고 수준이다. 얼굴의 거의 모든 부분 변형이 가능하며 눈도 3부분에 나누어 변형이 가능하다. 내가 원하는 캐릭터의 얼굴을 꾸미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캐릭터의 얼굴을 상세하게 볼 순 없지만 그래도 이러한 디테일이 게임의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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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세밀하게 변형할 수 있으며 머리색도 2톤으로 설정할 수 있다
좀 거슬리는 건 글자 크기다. 작아도 너무 작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 많은 정보를 표현해야 하는 고충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크기가 작다. 여기에 배경색과 겹치면 더욱 보기가 어렵다.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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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자체도 작은 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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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색과 겹치면 시력검사 만렙 단계가 되어야 한다
밋밋한 게임성은 아쉬운 점


모바일 MMORPG 게임은 노는 물만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을 뿐 구현하고 있는 콘텐츠는 거의 같다. 모바일이라고 해서 PC에서 구현했던 콘텐츠를 구현하지 못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는 뜻이다.

트라하도 마찬가지다. 소수의 유저들은 PC로 나오지 왜 모바일로 나왔냐고 의문을 품을 정도다. 그만큼 MMORPG의 방대한 콘텐츠를 모두 소화했다는 뜻이다. 퀘스트나 각종 서브 콘텐츠는 물론 낚시, 채광, 채집 등의 전문 기술 등도 모두 구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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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전문 기술은 다 구현되어 있다
문제는 방대한 콘텐츠가 있음에도 초반 플레이가 몹시 지루하다는 것이다. 트라하를 플레이해본 유저들의 첫 번째 반응이 그렇다. MMORPG의 콘텐츠는 모조리 가지고 있는데 왜 지루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라하는 자동과 수동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자동과 수동은 비단 플레이 스타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우리가 양산형 게임으로 규정짓고 있는 자동 조작은 말 그대로 유저는 보기만 하고(심지어는 보지도 않고) 결과만 보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보상을 줘야 한다. 즉 유저가 지루해지려 할 때 즈음해서 혹하게 만들 아이템 혹은 캐릭터를 쥐여줘야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만들 수 있다. 자동에 집중한 게임은 게임의 진행을 스토리로 하는 것이 아닌, 아이템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반대로 수동에 집중한 게임은 말 그대로 다양한 적들의 패턴이나 타격감 등 전투 본연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신의 컨트롤이라면 말도 안 되는 레벨의 몬스터도 잡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트라하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애매하다.

메인 퀘스트의 레벨 제한만 해도 그렇다. 모든 게임은 허들이 있다. 허들이란 특정 구간 난이도가 대폭 상승해 클리어가 어려워지는 구간을 의미한다. 이 허들을 넘기 위해 유저는 노가다를 하거나 현질을 하는 등 게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게임들의 허들은 난이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디자인된다. 따라서 와우처럼 버스를 탄다던가, 신의 컨트롤이나 각종 꼼수 등을 발견해 그 허들을 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트라하는 메인 퀘스트를 레벨로 묶어버렸다. 유저는 해당 레벨이 될 때까지는 메인 퀘스트를 진행할 수 없다. 메인 퀘스트 자격이 되려면 노가다를 통해 레벨을 키워야 한다. 이 작업이 상당히 더디다. 컨트롤을 아무리 강조해도 결국 같은 몹을 수백 번 죽이는 노가다를 거쳐야 한다. 결국 제풀에 지쳐 자동을 돌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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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도 애매하다. 앞서 언급했듯 자동이 주가 된다면 적절한 시기에 임팩트 있는 아이템 투척으로 이제 막 잠이 살살 오려고 하는 유저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트라하는 적절한 시기에 아이템을 주지 않는다. 2시간 3시간 정도 플레이했을 때 뭔가 외형적인 변화를 준다던가, 아니면 뭔가 떡밥이 될만한 아이템을 던져 주는 것이 없다. 계속 같은 외형에 같은 사냥을 하는 단조로움이 반복되는 느낌이다.

초반 큰 이벤트가 몰아쳐 유저의 관심을 붙잡아야 하지만 튜토리얼의 그것을 빼면 14렙이 될 때까지 별다른 이벤트가 없다. 특히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이 첫 번째 던전이다. 공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를 잡으면 끝난다. 굳이 던전으로 하지 않아도 될법한 플레이다. 차라리 나중에 나올지도 모르는(아직 다른 던전을 가보지 못했기에 가정한다) 좀 더 짜임새 있고 훌륭한 던전을 전반부에 배치해 초반의 지루함을 덜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트라하의 첫인상은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 게임 몇 시간 돌려놓고 이래저래 불평을 쏟아내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초반 몇 시간 플레이 만으로도 '아직 콘텐츠를 많이 준비해 놓진 않았구나' 하는 인상을 준다. 물론 중후반부에 더 재미있고 훌륭한 콘텐츠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초반 플레이가 승패를 좌우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초반부가 지루하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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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게임 중에 팝업창 뜨는 게 짜증이 나는데, 도대체 왜 이 형을 매일 봐야 하는지 정말 의문이다
트라하는 오랜만에 나온 오리지널 IP의 대형 MMORPG이다. 현재 유저들의 평가는 아쉬운 부분이 더 많다. 물론 며칠 돌려봤다고 이 게임에 대해 속단하는 건 어리석다. 게임을 더 하다 보면 준비해둔 킬러 콘텐츠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초반 과정에서 이런 것을 제대로 펼쳐놓지 못한 것이 아쉽다. 퀘스트를 자유롭게 지원하고, 이벤트도 많았으면 싶다. 오랜만에 나온 오리지널 IP의 게임이기에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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