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스터 기로에 선 리니지가 선택한 5가지 변화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9.04.11 12:29 / 조회 : 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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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가 리마스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피시방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4월 1일부터 7일까지 게임트릭스 주간 게임 동향을 보면 리니지 사용시간이 전주대비 39.12%로 증가했으며, 전체 게임 점유율도 2.31%를 기록해 9위로 올랐죠. 던전앤파이터를 밀어내고 10위권 안에 안착했습니다.

당분간 이런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 보입니다.

리니지의 인기가 스멀스멀 올라가는 이유는 리마스터 효과 때문입니다. 한국 시장에서 리니지는 변화 없는 고인물 게임의 대명사였습니다. 리니지를 즐기는 사람들을 ‘린저씨’라고 부르며, 비아냥거림의 대상으로 삼았죠.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게임, 돈만 우려먹는 게임이라는 불명예 또한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리니지는 골수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그들 만의 리그를 형성해 왔죠.

리니지가 택한 5가지 변화!

그렇게 버텨 온 리니지가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달라졌을까요? 첫째, 방청소부터 했습니다. 게임 그래픽부터 일신했죠. 이전 버전의 그래픽은 올드 게임들도 눈을 돌릴 만큼 조악했죠. 리니지를 그래픽보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낡아 빠진 화면인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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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를 1920*1080의 풀HD로 맞췄습니다. 딱 봐도 그림이 달라 보여요. 구질구질하게 나열됐던 UI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한마디로 봄맞이 대청소를 한 후에 탁 트인 방을 보는 느낌입니다.

둘째, 속도를 개선했습니다. 리니지 하면 생각나는 건 굼뜨고 느려 터진 캐릭터입니다. 액션은 커녕 서있는 자리에서 칼질하고 파밍 하는 그런 게임이었죠. 요즘 유저들은 ‘저게 게임이냐?’고 손사례를 쳤죠. 리마스터에서는 캐릭터들의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더 빠르고 호쾌하게 움직입니다. 요즘 게임들처럼 스피디 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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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게임의 권력구도를 바꿨습니다. 리니지의 목표는 권력을 쟁취하는 겁니다. 권력을 얻기 위해선 공성전에서 승리해 성주가 되어야 하죠. 권력과 서열화는 리니지의 장점이자 폐단으로 통했습니다.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은 재밌지만 그 권력이 고착화되면서 게임의 재미를 갉아먹는 역기능을 하게 됐죠.

리마스터에선 이런 권력구도를 근본부터 개혁했습니다. 먼저 혈맹의 서버 이전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다른 서버에 이주해 터를 잡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거죠. 마치 유럽에서 탄압받던 청교도들이 신대륙 아메리카로 넘어와 미국을 건국하는 과정과 비슷한 개념이죠.

권력의 핵심인 공성전의 룰도 바꾸었습니다. 이전 공성전은 서버 안에서만 이뤄졌습니다. 혈맹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식으로 성을 나눠 먹는 경우도 다반사였죠. 리마스터에선 전 서버의 혈맹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월드 공성전으로 치러집니다. 그야말로 서버를 초월한 전국구급 영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추억팔이 좀 하자면, 필자의 경우 과거 리니지2 오픈 때 열린 월드 공성전에 참여해 봤는데(10년도 더 된 일이네요) 그야말로 로망 그 자체였습니다.

넷째, 자동사냥을 도입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말이죠. 기본적인 설정만 해 놓고 자동사냥을 돌리면 알아서 캐릭터가 사냥하고 파밍도 합니다. 게임에 손하나 까딱할 필요 없습니다. 자동사냥 옵션도 다양합니다. 대충 몬스터 잡다가 엉뚱한데 가서 죽어버리는 무식한 자동이 아닌, 디테일한 행동까지 설정해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냥하다 죽을 위협에 처하면 자동으로 마을로 귀환하거나, 사냥 전 스스로 버프나 물약을 사용합니다. 그냥 자동 돌린다는 것 보다 캐릭터를 매니지먼트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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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은 도입 전 논란이 많았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입니다. 필자는 리니지 자동사냥 도입을 비판하는 칼럼을 올렸습니다. 지금껏 자동사냥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리니지의 갑작스러운 노선변화에 반발심이 컸었죠.

하지만 이는 올드 게이머의 보수적 관점에서 불평한 것입니다. 요즘과 같은 모바일 게임 세상에 쓸데없는 불편함을 개선하고 게임을 편하게 바꾼다는 건 당연한 선택이겠죠. 무엇보다 복귀유저가 게임을 다시 할 때 겪는 허들 중 하나인 클릭질의 피곤함을 덜었다는 점에서 괜찮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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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플레이 패턴을 혁신했습니다. 사실 리니지는 지루한 게임입니다. MMORPG의 특성상 지루한 파밍은 필수죠. 그렇다고 한 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도 없습니다. 부제중인 상황에 PK라도 당하면 낭패이니까요. 앉은 자리에서 장시간 플레이 하는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리니지 유저들은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그래서 리니지 유저하면 한 손엔 담배를 쥐고, 한 손엔 마우스를 클릭하는 아재의 이미지가 떠오르죠.

리마스터 버전에선 더 이상 PC앞을 지키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모바일로 스트리밍해 어디서나 플레이할 수 있죠. PC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스마트 폰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이동, 전투는 물론 각종 퀘스트 진행, 자동지정 등 PC용 리니지 그대로 스마트 폰으로 옮겼죠. 길에서도, 식당에서도 화장실에 즐길 수 있습니다. 스마트한 플레이 방식은 리니지 리마스터의 가장 큰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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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보다 미래가 더 궁금하다


리니지 리마스터 광고가 인상에 남습니다. 90년대 과동아리나 동네 PC방에서 리니지 한판 하던 추억을 상기시키는 광고였죠. 필자는 이번 리마스터를 해보며 리니지에서 추억팔이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억은 옛 것을 그대로 간직해야 해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니지 리마스터는 과거의 이미지 보다는 앞으로의 변화가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1998년 오픈한 리니지는 2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때 빼고 광내는 수준이 아닙니다. 게임의 근본부터 바뀌고 있습니다. 그것은 낡음과 아집의 틀을 깨고 유저들에게 새롭게 다가가려는 리니지의 의지입니다. 결과가 어찌 나오든 확실한 건, 과거 리니지의 추억보다 10년 후의 리니지의 미래가 더 궁금해지는 변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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