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사진=심혜진 기자 |
사연은 이렇다. 지난 9일 대전 SK전이 우천 취소된 후 김범수는 한용덕 감독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김범수는 이 자리에서 '선발로 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용덕 감독은 "김범수가 내게 '선발 준비를 많이 했다. 선발로 뛰고 싶다'고 당차게 요구했다"며 "범수처럼 당차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흐뭇했다. 이런 자신감이 좋다"고 칭찬했다.
한 감독은 김범수의 요구대로 선발 등판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는 "조만간 깜짝 선발이 있을 것"이라며 "일단 불펜에서 투구수를 끌어올린 후 선발 투입 시점을 잡을 것이다. 가까운 시일이 되지는 않겠지만 상황을 보고 투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용덕(가운데) 한화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
그것도 송진우 투수코치를 거치지 않고 직접 감독실을 찾아갔다. 그 용기는 어디서 난 것일까.
바로 '선발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김범수는 "선발 연습한 것이 있으니 욕심이 안 없어지더라. 그래서 코치님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감독님께 말씀드리게 됐다. 사실 일주일 정도 고민을 했다. (박)주홍이, (장)민재 형, (김)민우가 잘 던지고 있는데, 내가 가서 선발하고 싶다고 말하면 팀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고민 끝에 감독님께 '누군가 빠지게 될 때 나에게 (선발) 기회만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러한 용기 끝에 어느 시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선발 등판 약속을 받아냈다.
한화 좌완 김범수./사진=뉴스1 |
사실 지난해부터 한용덕 감독은 김범수를 미래 선발감으로 점찍었다. 생각은 바로 행동으로 이어졌다. 마무리캠프부터 선발 연습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아시아윈터베이스볼에 KBO연합팀 멤버로 참가해 국제 경험도 쌓았다.
당시 한용덕 감독은 국제경험까지 쌓아올 김범수를 기대했다. 하지만 팔꿈치 통증이 찾아왔고,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투구를 하지 못했다. 결국 2군 캠프(일본 고치)에서 시즌 준비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그 사이 한화의 사정이 변했다. 권혁이 이탈하면서 불펜 좌완이 부족해진 것이다. 결국 김범수는 구원투수로 시즌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10일 경기 전까지 올 시즌 5경기에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8.10으로 성적이 다소 좋지 않았다.
김범수는 "투구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도 (선발 투수로) 많이 던졌던 사람보다는 부족할 것이다. 기회를 주신다고 했으니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0일 SK전에서 김범수는 6회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나와 29개의 공을 던지며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렇게 한용덕 감독의 눈도장을 한 번 더 찍었다. 언젠가 나서게 될 선발 등판 준비를 시작한 셈이다.
다만 선발 등판 시점에는 '전제 조건'이 달렸다.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용덕 감독은 "키킹 동작에서 발끝이 많이 흔들린다. 이것이 잡혀야 제구도 안정될 것이다. 현재 수정하고 있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면서 "중간에서 롱릴리프로 활용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본인도 자신감이 생겨야 할 것이고, 나도 확신이 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