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다저스, 타격 대폭발 이끈 MLB 최연소 타격코치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4.02 11:35 / 조회 : 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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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의 저스틴 터너(왼쪽)와 코디 벨린저(오른쪽). /AFPBBNews=뉴스1
‘타율 0.327(153타수 50안타), 14홈런, 41타점, 27볼넷, 29삼진, 출루율 0.439, 장타율 0.647, OPS 1.086.'


지난 주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시즌 개막 4게임 시리즈에서 LA 다저스 타선이 남긴 성적이다. 다저스는 이번 4연전에서 1차전에만 메이저리그 역사상 개막전 신기록인 8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등 4경기에서 14방의 홈런과 7개의 2루타 포함, 50안타로 42점을 뽑아내는 가공할 파괴력을 선보였다.

다저스는 지난해 235홈런을 때려 내셔널리그(NL) 1위이자 메이저리그(ML) 2위(1위 뉴욕 양키스·267개)에 오른, 이미 소문 난 ‘홈런군단’이다. 하지만 그런 팀이라고 해도 첫 4경기에서 홈런 14개를 친 것은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드는 수준이다.

162게임 시즌으로 환산하면 무려 567개를 때린다는 계산인데 이는 지난해 양키스가 세운 메이저리그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67개)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지금 다저스의 홈런 페이스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다저스가 이런 페이스를 계속 이어간다고 믿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최소한 지난해 양키스가 세운 메이저리그 팀 홈런 기록을 위협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지금 다저스 타자들은 단순히 홈런만 많이 때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4경기에서 볼넷 27개를 골라냈는데 이는 6경기에서 30개의 볼넷을 골라낸 오클랜드에 이어 ML 전체 2위이고 경기당으로 치면 단연 1위다. 반면 삼진 수는 29개로 공동 19위에 불과하다. 팀 타율(0.327)은 전체 2위이고 출루율과 장타율, OPS는 모두 ML 1위다.

홈런을 이렇게 많이 치면서도 타율과 출루율이 모두 ML 최고 수준이고 볼넷과 삼진 수가 거의 1대1 비율이다. 타자로 치면 엄청난 파워와 정교함에 뛰어난 선구안까지 두루 갖춘 최고의 선수인 셈이다. 타격코치에겐 거의 꿈같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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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의 오스틴 반스(오른쪽). /AFPBBNews=뉴스1
이 같은 다저스의 출발이 범상치 않은 것은 바로 새 ‘타격코치’ 때문이다. 다저스는 지난해 11월 말 유명한 재야의 타격코치 고수였던 로버트 반 스코약을 팀의 새로운 타격코치로 임명했다. 이제 겨우 만 32세인 반 스코약은 선수들과 사실상 동년배 인물이다.

선수경력은 언급하기도 초라한 수준이다. 프로경력은 전무하고 대학에서도 제대로 뛴 경험이 별로 없다. 그는 “그 때 이미 내가 야구를 통해 먹고 산다면 그것은 (선수가 아니라) 코치 또는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했다”고 말한다.

스코약은 대학 졸업 직후 선수 시절 인연을 맺었던 베테랑 타격코치 크레이그 월렌브록(73)과 함께 다저스타디움에서 북쪽으로 약 5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산타 클라리타의 조그만 창고건물에서 선수들의 타격 폼을 교정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들은 타격시 타구를 올려치는 발사각도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스윙 궤적이 스트라이크존 안에 가능한 오래 머물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또 빠른 볼은 반대방향으로 밀어치고 변화구는 당겨 치는 타법을 요구했지만 모두에게 적용되는 획일적인 원칙적 스윙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의 특성에 맞고 가장 효과적인 스윙을 발견하도록 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전체에 널리 퍼져있는 개념이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접근 방식이었다.

이들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의 입소문을 통해 메이저리거들도 이들을 찾기 시작한 가운데 2013년 시즌이 끝난 뒤 J.D. 마르티네스가 이들을 찾아왔다. 당시 빅리그 첫 3년간 타율 0.251에 파워도 신통치 않았던 평범한 선수였던 마르티네스는 이대로 가다간 곧 방출돼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이들을 찾았다.

그리고 반 스코약과 월렌브록은 마르티네스를 완전히 다른 타자로 뜯어 고치는 데 성공했다. 마르티네스는 이들의 지도를 받으며 방출 위기에 있던 타자에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강타자로 변신했다. 첫 3년간 홈런 24개에 그쳤던 그는 이들의 지도를 받은 뒤 다음 7년간 216개의 홈런을 때리고 타율 0.306을 기록하는 슈퍼스타가 됐다.

지난해 2월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간 1억1000만달러 계약을 체결한 마르티네스는 타율 0.330, 43홈런, 130타점으로 맹활약해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의 영웅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면서 반 스코약과 월렌브록에게 감사를 잊지 않고 있다.

이들의 명성은 더욱 널리 퍼져나갔고 지도를 받는 프로선수들의 수는 5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다저스도 2016년과 2017년 이들을 컨설턴트로 고용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지도를 받으며 크리스 테일러도 완전히 스윙을 바꾸고 메이저리그에서 스타로 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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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선수들. /AFPBBNews=뉴스1
마르티네스를 통해 이들을 알게 된 애리조나는 지난해 반 스코약을 타격 전략가(hitting strategist)라는 새로운 포지션으로 고용했으나 지난해 애리조나의 타격은 기대 이하였고 결국 데이브 매거단 타격코치가 해임되면서 실험을 마쳤다.

하지만 다저스는 곧바로 반 스코약을 메이저리그의 최연소 타격코치로 임명하면서 바통을 이어받았고 이번 스프링 캠프에서 반 스코약의 지도를 받은 다저스 타자들은 시즌 개막 시리즈에서 애리조나의 마운드를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렸다.

지난해 7명이 21개 이상의 홈런을 때렸고 내셔널리그에서 홈런과 득점, OPS에서 모두 1위에 오른 다저스는 사실 타격에서 새로운 모험적 시도를 할 필요가 있는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그럼에도 최연소 타격코치를 고용하고 새 도전에 나섰고 최소한 개막 시리즈만큼은 엄청난 대성공을 거뒀다.

물론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은 메이저리그 코치 경험이 전무한 반 스코약에게 당장 팀 타격훈련의 전권을 내준 것은 아니었다. 타격 부코치였던 브랜드 브라운과 애런 베이츠를 타격 전략가로 임명하고 반 스코약과 함께 팀의 타격훈련을 이끌도록 했다.

프리드먼 사장은 “새롭게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라면서 “열린 마음을 갖고 이들 3명이 각자의 경험과 시각, 능력을 합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상당히 다이내믹한 타격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이들 간의 콜라보레이션을 강조했다. 다저스가 개막 시리즈에서 만들어낸 엄청난 모멘텀을 이들이 과연 얼마나 계속해서 이어가게 할 수 있을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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