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마차도 판박이 데뷔전 '3타수 무안타 2삼진, 팀 승리'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3.29 14:58 / 조회 :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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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하퍼. /AFPBBNews=뉴스1
2019 메이저리그 시즌이 29일 새벽(한국시간)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지난 주 일본 도쿄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올해 정규시즌 개막 2연전을 치르긴 했으나 실질적인 개막일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모두 경기에 나선 미 본토 개막일인 이날일 수밖에 없다. 시즌 첫 날에 나온 주목할 만한 결과들을 정리해 살펴본다.

■ 하퍼-마차도 나란히 3타수 무안타 2삼진 데뷔

지난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로 최고 계약을 맺었던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는 홈 데뷔전에서 나란히 첫 안타 신고에 실패했다. 3억3000만 달러의 사나이 하퍼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개막전에서 필라델피아 팬들의 환호 속에 4차례 타석에 나섰으나 고의 4구로 한 번 출루한 것은 제외하곤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을 지켰다.

3억 달러의 사나이 마차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역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 개막전에서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조용한 개막전을 보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소속팀의 승리로 최소한 기분 좋게 개막전을 끝내고 다음 경기를 기다릴 수 있게 됐다.

필라델피아는 하퍼가 고의4구로 나간 뒤 나온 리스 호스킨스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애틀랜타를 10-4로 완파했고 샌디에이고는 상대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에게 7이닝 동안 5안타 9탈삼진으로 압도당하고도 2-0으로 기분좋은 승리를 따냈다.

한편 LA 에인절스와 4억3000만달러에 연장계약을 체결한 마이크 트라웃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원정 개막전에서 안타와 볼넷으로 두 차례 출루했으나 팀은 0-4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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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 마차도. /AFPBBNews=뉴스1
■ 뉴욕 메츠를 주목하라

올해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는 100% 꼴찌가 확실한 마이애미 말린스를 뺀 4팀간의 난타전이 예상된다. 브라이스 하퍼를 품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로빈슨 카노-에드윈 디아스를 영입한 뉴욕 메츠, 패트릭 코빈이 가세한 워싱턴 내셔널스와 디펜딩 지구 챔피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모두 한 치의 양보 없는 우승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4파전은 개막 첫 날부터 메츠와 워싱턴, 애틀랜타와 필라델피아가 충돌하면서 불을 뿜었다. 특히 메츠와 워싱턴의 개막전은 제이콥 데그롬과 맥스 슈어저의 특급 에이스 맞대결로 관심을 집중시켰는데 예상대로 최고의 마운드 대결이 펼쳐졌다.

데그롬은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는 무실점 투구를 했고 슈어저는 8회 투아웃까지 삼진 12개를 쓸어담으며 단 2안타로 2점만을 내줬으나 타선이 메츠 마운드를 상대로 한 점도 뽑지 못하면서 패전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개막전에서 두 선발투수가 모두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이번이 단 두 번째였다.

메츠는 이날 시애틀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카노와 디아스의 존재감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카노는 홈런과 적시타로 팀의 2타점을 모두 책임져 슈어저를 사실상 혼자 힘으로 쓰러뜨렸고 지난해 메이저리그 구원왕인 디아스는 9회를 삼자범퇴로 막고 철문을 내렸다. 메츠 불펜은 이날 3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데그롬과 노아 신더가드가 이끄는 선발진과 철벽 불펜에 카노의 배트가 함을 실어준다면 메츠는 예상보다 더 무시무시한 다크호스로 떠오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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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카노. /AFPBBNews=뉴스1
■ 그렇다면 시애틀은

시애틀 매리너스는 지난 오프시즌 본격적으로 ‘탱킹’ 작업에 나선 듯했다. 지난 2년간 33승을 올린 왼손 에이스 제임스 팩스턴을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한 것을 시작으로 2년 전 47세이브를 올려 아메리칸리그 1위에 올랐던 철벽 셋업맨 구원투수 알렉스 콜로메(29)는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보냈다.

또 지난해 57세이브를 올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 최다세이브 2위 기록을 세운 특급 올스타 클로저 에드윈 디아스와 타선의 핵심인 베테랑 2루수 로빈슨 카노는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했고 올스타 유격수 진 세구라는 필라델피아에 내줬다. 이 정도라면 마이애미 식의 탱킹 작업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애틀의 시즌 출발은 전혀 탱킹을 하는 팀 같지 않다. 지난 주말 일본에 가서 오클랜드에 2연승을 거둔 것으로 시즌을 시작한 시애틀은 이날 본토 개막전에서는 에이스 크리스 세일이 등판한 월드시리즈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를 12-4로 대파하고 3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세일은 시애틀을 상대로 한 마지막 3경기에서 모두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하며 압승을 거뒀으나 이날은 3이닝 동안 홈런 3방 포함, 6안타 2볼넷으로 7실점하고 무너졌다. 새로운 에이스로 나선 마르코 곤잘레스는 벌써 2승을 올렸다. 시애틀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현재 분위기는 상당히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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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엔리케 에르난데스. /AFPBBNews=뉴스1
■ 다저스의 경이적인 폭풍 홈런쇼

7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과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 그리고 31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출발한 LA 다저스는 시즌 첫 경기부터 라이벌들에 섬뜩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 개막전에서 다저스는 무려 8개의 홈런을 쏘아 올려 메이저리그 역사상 시즌 개막전 최다 홈런 기록(6개)을 가볍게 갈아치웠다.

투수들 가운데 평균 연봉 1위인 애리조나 에이스 잭 그레인키는 홈런 4방 등 7안타로 7점을 내주고 4회를 마치지 못한 채 KO됐고 그를 구원한 매트 코크도 역시 홈런 4방을 얻어맞으며 신기록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다저스 타자들이 이번 시즌에 한 경기 8홈런을 한 번이라도 되풀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날 다저스가 보여준 타선의 짜임새와 파워는 라이벌들은 긴장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한편 마운드에서는 클레이튼 커쇼와 리치 힐, 그리고 워커 뷸러가 모두 부상 등의 이유로 등판이 무산된 가운데 개막전 선발투수로 사실상 4번째 선택이었던 류현진이 깔끔한 6이닝 4피안타 1실점 8탈삼진 에이스급 피칭으로 가볍게 승리를 챙겼다. 다저스의 타선의 파괴력이 이 정도라면 류현진의 목표인 시즌 20승 달성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고 있다. 물론 아직은 시즌의 162분의 1을 마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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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AFPBBNews=뉴스1
■ 개막전 연속 선발행진 ‘10’에서 멈춘 추신수

한국인 빅리거들의 흥분되는 개막전 동시 출격을 기대하며 달콤한 새벽잠을 포기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던 한국 팬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뉴스에 쇼크를 받았을지 모르겠다. 올해 5명으로 이뤄진 ‘코리안 MLB 사단’의 맏형인 추신수(37·텍사스 레인저스)가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것이다.

추신수가 시즌 개막전 선발에서 제외된 것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인 2008년 이후 11년 만이다. 당연히 텍사스에 온 뒤론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10년간 개근했던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서 이름이 제외된 것은 추신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 될 것은 물론 새 시즌에 대해 큰 심적 부담을 안겨줄 전망이다.

상대팀인 시카고 컵스의 선발투수로 베테랑 왼손투수 존 레스터가 나선 것이 이날 추신수의 벤치행을 결정했기에 이제부터는 원치 않는 플래툰 시스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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