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다 5명' 한국인 개막전 출장의 새 역사가 열린다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3.26 15:52 / 조회 : 2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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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추신수-오승환-최지만-강정호. /AFPBBNews=뉴스1, OSEN
지난 1994년 4월8일 박찬호(46)가 LA 다저스에서 데뷔한 것으로 시작된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역사는 올해로 25년을 맞는다.


이 기간 단 한 경기라도 빅리그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선 한국선수는 총 21명 있었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박찬호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꿨던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생각하면 결코 많다고 말하기 힘든 수치다.

사실 그동안 어린 나이로 빅리그 진출을 꿈꾸며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하고 마이너리그부터 단계를 밟아 올라온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가 빅리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한국에 돌아와야 했다. 또 윤석민, 박병호, 김현수, 황재균처럼 한국프로야구 무대에서 톱스타급으로 자리 잡은 뒤 도전장을 냈던 선수들도 빅리그 도전에서 최후의 관문을 넘지 못했거나 아니면 잠시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실제로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하고 미국에서 야구를 한 선수들 가운데 메이저리그를 한 번이라도 밟아 본 한국인 선수의 비율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무대가 역시 녹록한 곳이 아님은 지금까지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도 확실하게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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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OSEN
그런 한국선수들의 빅리그 진출사 측면에서 볼 때 이번 2019년은 주목할 만한 기록을 세울 시즌이 될 전망이다. 그것은 시즌 개막전에 주전으로 나설 한국 선수들이 숫자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뛸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인 선수는 류현진(32·LA 다저스), 추신수(37·텍사스 레인저스), 강정호(32·피츠버그 파이리츠), 오승환(37·콜로라도 로키스), 최지만(28·탬파베이 레이스) 등 5명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현지시간으로 28일(한국시간 29일)에 벌어지는 시즌 개막전에 선발(물론 불펜투수인 오승환은 제외)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단연 역대 최고 기록이 된다.

우선 류현진은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로 등판하게 돼 지난 2001년과 2002년 박찬호 이후 첫 한국인 개막전 선발 등판이라는 금자탑을 쌓게 됐다. 텍사스에서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맡게 된 추신수와 야구 인생을 건 재기 시즌에 나서는 강정호도 개막전 선발 출장이 거의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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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AFPBBNews=뉴스1
여기에 탬파베이에서 주전 1루수로 자리를 굳힌 최지만이 가세해 개막전에 선발 출장하는 한국인 선수가 4명에 달할 전망이다. 마지막 한 명인 오승환은 불펜투수라는 포지션 때문에 선발 출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지만 불펜의 필승조 멤버로 팀 뎁스차트에서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 다음으로 이름이 올라 있어 시즌 개막전부터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 선수들이 이처럼 시즌 개막전 선발로 많이 출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선수로 꾸준하게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추신수가 유일했다. 그동안 메이저리그를 누빈 코리안 빅리거들은 박찬호, 김병현, 류현진 등 대부분이 투수여서 박찬호나 류현진처럼 개막전 선발로 낙점받지 못하는 한 개막전 선발 출장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야수들 중에선 개막전 선발로 나설 만큼 팀에서 자리 잡은 선수는 추신수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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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만. /AFPBBNews=뉴스1
한국선수들의 빅리그 진출사에서 한국선수들이 가장 많이 활동한 시즌은 2016년이 꼽힌다. 그 해 오승환과 박병호, 이대호, 김현수 등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의 스타들이 대거 빅리그에 도전하면서 기존의 류현진, 추신수, 강정호와 합류했다. 최지만도 룰5 드래프트를 통해 LA 에인절스에 클레임된 뒤 빅리그에 데뷔하면서 무려 8명의 한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볐다.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이었다.

그런데 이 시즌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즌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선수는 추신수와 박병호 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박병호의 경우는 개막전엔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3타수 1안타를 때렸지만 결국 타격 부진으로 그 해 7월1일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결국 메이저에 돌아오지 못했으니 모처럼 개막전 선발출장의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강정호는 2015년 시즌 막판에 입은 다리 부상으로 인해 시즌 개막전에 뛸 수 없었고 김현수와 최지만은 벤치를 지켰으며 이대호는 대타로 나섰다. 오승환은 개막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어깨 수술 후 재활하던 류현진은 중간에 한 경기에 던진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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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AFPBBNews=뉴스1
좀 더 자세히 뜯어보면 시즌 개막전에 선발로 나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 수 있다. 추신수를 포함해도 야수로 시즌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한국인 선수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그 야수였던 최희섭이 지난 2004년과 2005년 당시 각각 플로리다 말린스와 다저스에서 개막전 선발로 나선 적이 있고 박병호 외에 김현수가 빅리그 2년차인 2017년 시즌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것이 전부다.

반면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뛸 때인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으로 시즌 개막전에 선발로 나섰고 올해로 11년 연속 개막전 스타팅 라인업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선수로는 단연 독보적인 기록이다. 10년 연속으로 개막전에 선발 출장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포지션별 개막전 연속출장 기록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사실 추신수는 외야수와 지명타자라는 두 포지션에 걸쳐 출전해왔기에 포지션별 연속 출장기록에는 이름이 올라있지 않지만 10년 연속 개막전 출장은 현재 진행형으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14년 연속 선발에 이어 조이 보토(신시내티), 엘비스 앤드루스(텍사스·이상 10년 연속)와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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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AFPBBNews=뉴스1
역사적인 한국선수들의 개막전 출전 러시가 예상되는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전은 한국시간으로 29일 오전에 펼쳐진다. 공교롭게도 5경기가 모두 거의 비슷한 시간에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25년간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전은 사실 한국선수들과는 별 관련이 없었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당당히 한국선수가 주전 멤버로 나서는 시즌 개막전이 동시에 펼쳐질 전망이다.

류현진, 추신수, 강정호, 최지만, 오승환 등 한국선수들이 이번 개막전 무대에서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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