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우승 후...' 이치로, 잘 알려지지 않은 5가지 이야기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3.23 05:37 / 조회 : 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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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기자회견에서 인사하는 이치로. /AFPBBNews=뉴스1
스즈키 이치로(46·시애틀)가 지난 21일 마침내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야구의 위대한 전설이 떠나갔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살펴보면 ‘전설’의 레벨에 있어야 할 위대한 선수들이 다수 있다. 그리고 이치로는 당연히 그런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이다. 사실 이치로는 일본선수로, 또 동양선수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기록될 진정한 전설이 된 최초의 선수가 됐지만 그의 역사적 가치를 그런 꼬리표를 붙여 언급하는 것은 위대한 전설에 대한 바른 예우가 아닐 것이다.

그는 일본선수, 동양선수이기에 앞서 그냥 야구선수로 그 누구도 꿈꾸지 못한 위업을 달성했고 그런 그의 업적만으로도 추앙받아 마땅하다. 이치로가 은퇴하면서 그가 수립한 경이적인 기록들에 대한 찬사와 함께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스토리들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독특한 성격과 상당한 언어장벽 탓에 이치로는 위상에 비해 일반에 알려진 것이 그리 많지 않은 선수다. '일본인 타격기계'(Japanese hitting machine)라는 정확하긴 하지만 무미건조한 표현 정도가 그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수식어였다.

역대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이지만 그와 일반 팬들, 특히 비일본인 팬들과 사이엔 여러 가지 이유로 보이지 않는 두꺼운 벽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은퇴했다고 해서 갑자기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은퇴 뉴스와 함께 미국의 언론들을 통해 그에 대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몇몇 뒷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치로라는 베일에 가려있는 전설을 이해하는 데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어 정리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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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악수하는 이치로(왼쪽 2번째). /AFPBBNews=뉴스1
■ 수학의 천재?

일본에서 오래 감독생활을 해 이치로를 잘 아는 바비 발렌타인 감독은 이치로가 ‘수학의 천재’라며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언젠가 그와 35층짜리 고층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다. 그런데 그가 엘리베이터 층수 버튼의 오른쪽에 적혀 있는 룸 넘버들을 즉석에서 암산으로 약 3초 만에 다 합해내는 것을 봤다. 평생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이치로의 수학적인 사고력이 그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와 외야 수비에 나섰을 때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치로가 수비할 때 고개를 숙이고 전력으로 달려 타구가 떨어지는 지점에 정확히 가는 것은 그의 머릿속에 필드와 타구의 각도가 다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기자는 이치로에게 수학적 능력에 대해 질문했으나 그는 일체 답변을 거부했다. 발렌타인 감독은 이에 대해 “(답변을 거부한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다. 이치로는 야구선수인 자신이 수학적 능력을 자랑한다면 그것은 세상의 진짜 수학자들을 모독하는 행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배트는 소중한 도구”

이치로는 매일 매일 타격훈련과 경기에 나설 때마다 철저하게 정해진 루틴을 준수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방망이들에 대한 관리가 철저한 것으로 유명했다. 습도가 조절되는 특수 제작 백에 방망이들을 보관하고 특히 여행 시 온갖 주의를 기울였다.

그는 또 절대로 화가 난다고 다른 선수들처럼 방망이를 집어 던지거나 부러뜨리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는 “방망이는 내가 사용하는 도구”라면서 “뛰어난 목수가 자신의 가장 좋은 연장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것처럼 난 내 방망이들을 정성스럽게 다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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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답례하는 이치로. /AFPBBNews=뉴스1
■ 야구 외엔 무엇도 관심 없어

한때 시애틀에서 이치로와 가까이 지냈던 1루수 마이크 스위니가 옛 팀 메이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이 팀 메이트 친구는 뉴욕에서 경기가 없는 날 부인과 함께 센트럴파크를 산책하고 있었다. 산책 도중 그는 멀리 있는 오래된 야구장 필드에서 어떤 사람이 혼자서 필드 백스톱을 향해 롱 토스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언뜻 계산해도 최소한 300피트(90미터) 이상의 먼 거리에서 볼을 던지고 있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그가 다가가 보니 그 사람은 또 백스톱을 향해 타구를 쳐내기 시작했는데 마치 샷건 소리처럼 울리는 타구의 파열음이 범상치 않았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그가 더욱 가까이 다가가 보니 센트럴파크에서 홀로 훈련하고 있는 선수는 이치로였다.

■ DL에 가라고? 차라리 목숨을 걸겠다

2009년 시즌을 앞두고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치로는 일본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한국과 결승전에서 3-3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구원투수 임창용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때려 일본의 5-3 승리를 견인했다.

하지만 이 때 얻은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그의 위장에는 구멍이 뚫렸고 시애틀의 팀 닥터는 위장출혈 궤양(bleeding ulcer) 진단과 함께 시즌 개막전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하지만 이치로는 쉬라는 조언을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실질적으로 환자를 사망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심각한 병이라고 알려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위험은 내가 감수하겠다”고 고집했다. 결국 팀은 거의 강제로 그를 부상자명단(DL)에 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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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후 뛰어가는 이치로. /AFPBBNews=뉴스1
■ 주먹밥 3000개에 대한 아쉬움

이치로는 일본에서 9시즌을 뛰며 1278안타를 뽑아냈고 메이저리그에서 3089안타를 추가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통산 최다안타 순위 22위에 올라 있지만 일본에서 뽑아낸 안타를 보태면 총 4367개로 피트 로즈가 보유한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4256개)을 훌쩍 뛰어넘는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로즈의 기록을 추월했다고 인정받지는 못한다.

그런데 이치로는 그보다는 다른 기록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국에서 난 3000안타를 넘었는데 경기 전 매번 내게 주먹밥을 만들어준 아내가 지금까지 2800개의 주먹밥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난 조금만 더 뛰어 아내도 3000개 (주먹밥) 기록에 도달했으면 하고 원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19년 통산 2653경기에 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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