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세븐' 이상훈 실장 "미국은 여전히 블루오션"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9.03.22 11:22 / 조회 : 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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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게임업체가 주목하는 화두는 글로벌 진출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등의 글로벌 오픈마켓이 활성화된 이래로 늘, 글로벌 시장 공략은 중요한 목표였다. 지금은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다. 국내 시장은 '리니지 M'이 출시된 이후 몇 년째 매출 순위가 고착됐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거점을 둔 게임사들의 잇따른 진출로 전에 없이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글로벌 진출을 고민하는 게임사 앞에 놓인 선택지는 네 가지 정도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 그리고 미국. 이 가운데 미국은 가장 공략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시장이다. 규모는 중국 못잖게 크지만 언어와 문화가 몹시 다르고, 선호하는 장르도 겹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이례적으로 '서머너즈 워'가 성공을 거뒀지만 그 이후로 미국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작품이 없어 더욱 그렇다. 성공의 비결로 꼽는 요인도 제각각이다. 현지화 또는 원빌드, 자체 서비스 또는 지사 설립까지 극과 극에 있는 요인이어서 참고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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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에 있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자료 출처: newzoo)
그래서 '에픽세븐'의 성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픽세븐'은 옥외, TV등 매스미디어 마케팅이나 유명 IP 없이도 미국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 2월 미국 양대 마켓 매출 10위 내에 들어 최고 성적을 기록한 후, 지금도 중위권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많은 게임사가 어렵다고 입을 모으는 미국 시장에 진입한 비결은 무엇일까.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 글로벌 사업을 담당한 이상훈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세 장르가 없는 미국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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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이상훈 '에픽세븐' 모바일사업본부 실장
Q. '에픽세븐'이 미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그 비결이 궁금하다.


뻔한 이야기겠지만 게임이 괜찮다. 지역색이 강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갖춘 게임이라면 어디서든 통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게임을 좋아할 만한 유저를 잘 찾아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에픽세븐'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인데, 각 지역별로 '에픽세븐' 스타일을 선호할 만한 유저층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Q. 단순히 타깃을 잘 설정한 것 치고는 매출 순위가 상당히 높았는데.

2월에는 절기 이벤트가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설날 같은 시기였는데, 그 이벤트를 기점으로 유저가 많이 유입됐고 매출도 덩달아 높아졌다. 그리고 미국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화제가 됐었던 캐릭터를 출시한 덕분에 성과가 더 좋았다.

Q. 보통 미국 유저는 수집형 RPG보다 전략 장르를 좋아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의외였다.

미국 시장의 좋은 점이다. 대세 장르라는 게 없다. 그동안은 '클래시 오브 클랜'을 필두로 전략 장르가 많이 출시돼서 그렇지, 실제 차트를 보면 장르가 고르게 분포돼 있다. 캐주얼이나 퍼즐, 전략, 그리고 카지노까지 아주 다양하다. '에픽세븐'이 틈새시장을 잘 공략해서 성과를 냈다고 보는 분들도 있던데, 미국 시장은 모든 장르를 소화한다. 특별히 틈새 시장, 비주류 장르라는 게 없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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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장르가 다양하기는 하다 (자료 출처: 게볼루션, 3월 19일 기준 미국 구글 플레이 순위)
Q.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 같다.

컴투스에서 '낚시의 신'과 '골프스타', '서머너즈 워' 글로벌 사업을 진행했었다. 공교롭게 미국을 겨냥한 작품의 사업을 담당할 기회가 많았던 거다.

Q. 처음부터 '에픽세븐'이 잘 되리라고 생각했나.

일정 이상의 성과는 거둘 것 같았다. 타깃 유저를 잘 설정하면 충분히 통할 게임이었으니까. 스마일게이트에 합류하기 전에 게임을 먼저 봤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그러니까 영웅 디자인 완성도가 높았고 배경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기존에 서구 시장에 출시된 RPG와는 달리 영웅 조합에 따라 게임 결과가 달라지는 요소가 있어서 전략적인 재미도 갖춘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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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저 대상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 '에픽세븐' 이용자가 적지 않다
Q. 어떤 성향의 유저를 타깃으로 설정했는지 궁금하다.

첫 번째 타깃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유저였다. '에픽세븐' 자체가 재패니메이션 느낌이 강해서 그런 유저들에게 통할 거라고 봤다. 그리고 전략과 수집형, 턴제 RPG를 선호하는 유저도 포함했다. 애초에 '에픽세븐' 스타일에 흥미를 느낄 만한 유저를 모으려고 대표적인 특징을 중심으로 키워드를 설정했다.

Q. '에픽세븐'을 접한 미국 유저의 반응은 어떤가. 국내 유저와 차이가 있는지.

사실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끼리 공유하는 정보는 비슷하다. 팬아트를 올리고 어려운 보스를 잡았다고 자랑하고... 성향은 조금 다르다. 미국 유저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애착까지는 없는 것 같다. 가령, 패치노트가 나오면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만 캐치하고 진지한 피드백은 잘 하지 않는다. 일상생활 중 가볍게 즐기는 취미생활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에픽세븐'으로 보는 미국 진출 노하우

Q. 현재 '에픽세븐'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

제일 크다. 기본적으로 시장 규모가 국내보다 훨씬 크고, 순위권 매출 분포가 고르다. 국내는 1위부터 3위까지 매출이 몰려 있고 그 이하는 큰 폭으로 줄어드는데,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100위권 내에만 들어도 매출이 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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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중위권에 안착한 '에픽세븐'
Q. 그만큼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도 클 것 같은데.

생각보다 크지 않다. 국내 게임들의 론칭 마케팅 비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수준이다. 미국 시장이 규모가 커서 마케팅 비용도 훨씬 높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온라인 마케팅 툴 기술력이 좋아져서 타깃 설정만 잘해도 모객이 수월하다.

Q. 콘텐츠 현지화나 퍼블리싱 파트너 선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에픽세븐'은 글로벌 원빌드 게임이라 별도의 현지화를 거치지는 않았다. 특별히 현지 유저를 위해 준비한 거라면 미국 성우 음성 녹음을 따로 했다는 것 정도다. 그리고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에서 자체 서비스를 해서, 현지 파트너를 따로 구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국내 버전 그대로 자체 서비스한 셈이다.

Q. 설명만 들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미국에 진출해야 할 것 같다!

그럴 수 있다(웃음). 하지만 고려해야 할 게, 서비스 인력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다. '에픽세븐' 사업팀은 9명이고 현지화 팀도 20명이나 된다. QA가 8명, 기술PM도 3명이다. 게다가 시차가 많이 나는 나라여서 운영팀 인원도 적잖게 필요하다. 한 달에 60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한데, 서비스 관련 한정이다. 개발 인력까지 생각하면 더 늘어날 거고. 일주일 단위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일정도 빠듯하다. RPG는 장르 특성상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장르를 잘 선택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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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세븐'은 수집형 RPG여서, 게임 볼륨이 작지는 않다고
Q. 작은 게임사는 미국에 진출할 방법이 없을까?

일단 경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거리상 먼 나라라 부담스럽겠지만 시장 상황은 오히려 국내보다 낫다. 우리 게임을 좋아할 유저 타깃만 명확하면 마케팅 툴로 모객하면 되니까. 요즘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마케팅 툴이 아주 잘 구성돼 있다. 직접 해보면서 미국 시장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게임의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거다. 캐나다나 호주, 뉴질랜드처럼 미국 시장과 성향이 비슷하지만 규모는 작은 지역에서 소프트론칭을 하면서 유저가 어떤 부분에 반응하는지 잘 파악해야 한다. 대신 최소 2~3달은 추이를 보면 좋겠다. 슈퍼셀 '브롤스타즈'도 소프트론칭 기간이 1년 6개월 수준이었다. 미국 시장은 단기에 매출을 바짝 올리고 빠지는 전략보다, 중위권에서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게 좋으니 길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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