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엘린이 있었다! '귀요미' 캐릭터 열전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9.03.18 12:22 / 조회 : 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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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시작할 때 캐릭터를 고르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네. 없습니다. 그런 게 있을 리 없어요. 매일같이 보게 될 내 캐릭터의 외모만큼 중요한 게 있단 말입니까!

물론 게임을 시작하면 얼굴을 정면으로 볼 일은 별로 없긴 합니다. 정작 얼굴보다는 등짝을 보는 상황이 90% 이상이지만... 어떤 게임을 하건 커스터마이징에 한시간씩 쏟아붓는 이유는, 게임 속 세상의 '나 자신'을 좀 더 멋지게 만들고 싶어서겠죠.

본격적인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돌입하기 전, 우리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바로 종족 선택...!

귀여움에는 호불호가 없다

자고로 사람의 취향은 다양합니다. 그래서 게임을 시작할 때 종족이 몇 개나 있는지 확인하는 유저가 많습니다. 근육질에 대머리, 풍성한 수염을 가진 캐릭터를 선호하는 유저도 있고, 여리여리한 체구에 장발을 한 외형을 좋아하는 사람도 존재하죠. 선택지가 많을 수록 비주류 취향의 캐릭터는 마이너 종족(...)이 되는 경우도 허다한데요.

이 중에서 모두가 사랑해 마지 않는, 진정한 메이저 종족이 되려면 '귀여움'을 내세워야 합니다. 자기 몸보다 더 큰 무기를 퍽퍽 휘두르는 인형 같은 아담한 캐릭터들!

예로부터 작고 귀여운 존재는 만고의 진리였습니다. 오죽하면 광고에도 아기나 동물이 나오면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이론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언제나 작고 귀여운 동물의 사진에 수없이 심쿵사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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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작고 귀여운 존재'들은 게임 속 인기 종족이자 홍보 대사로 활약합니다. 솔직히 없으면 아쉬움이 느껴질 만큼 필수 요소나 마찬가지여서 없는 게임을 찾기가 더 힘들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는 노움이 있었고(드워프도 있지만) '블레이드앤소울'에는 린족이 있었으며 '테라'에는 엘린이 있었죠.

엘린이 대체 뭐길래?

수많은 게임에서 이런 캐릭터를 선봉에 내세워 홍보전쟁에 돌입하곤 하는데요. 테라의 '엘린'은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국내 MMORPG 중 8등신 인간의 형태가 아님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캐릭터죠. '테라' 유저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엘린 속옷 팔아 개발진 월급이 나왔다'고 이야기할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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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엘린 유저 모드
엘린은 해외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립니다.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에는 캐릭터 외형을 엘린처럼 바꿔주는 엘린 모드가 존재할 정도죠. 유튜브에 '테라'를 검색하면 99%의 확률로 엘린 영상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답니다.

사실 엘린은 원래 '테라' 속 포포리 종족의 여성형 캐릭터로, 독자적인 종족이 아니었습니다. 오픈베타 테스트 전까지만 해도 별도의 종족이 아니었다가 유저 피드백을 통해 별개의 종족으로 만들어졌고, 게임의 마스코트로 급부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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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귀여움 끝판왕, 엘린과 포포리
다른 ‘귀요미’도 있다!


미형 캐릭터 참 없는 옛날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도 귀여움 담당 종족이 있습니다. '작고 귀여운'에서 '작음'만 보면 드워프도 있고 고블린도 있습니다만, '작음'과 '귀여움'을 다 만족하는 종족은 바로 노움이죠. 심지어 기능적으로도 탁월합니다.

양갈래 분홍머리의 노움 여캐 전사가 맨탱하는 공격대에서 힐을 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마우스 클릭으로 힐을 주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너무 작고 귀여워서 클릭이 안 되기 때문이죠! 심지어 필드 PvP도 나름 유리합니다. 타우렌 코도 밑에 들어가면 캐릭터가 안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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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귀여움 담당, 노움
취향에 따라 드워프 여캐도 한때 사랑을 받긴 했습니다. 몇 번의 외모 업그레이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드워프는 드워프라지만… 작고 귀엽다기보다는 터프한 매력이 있었죠. 아담한 여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터프함을 경험해 보신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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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좀 했다는 와우저들은 다 아는 바로 그 전설의 명짤
하지만 이 드워프는 다릅니다. '리니지 2'의 드워프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죠. 드워프 여캐에 실망을 금치 못했던 유저들에게 선물을 해 주고 싶었던 걸까요? '리니지 2' 드워프 종족 여성 캐릭터는 작고 귀여운 존재들의 단골 헤어스타일 양갈래 머리까지 장착하고 메인 캐릭터로 활약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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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2' 드워프 남성, 여성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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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이?.... ‘리니지 2 레볼루션’ 드워프 여자 캐릭터
'테라'의 엘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노움에 이어 여러 MMORPG에서 경쟁하듯 작고 귀여운 종족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요. '블레이드앤소울'은 과감하게 수인족에 도전했습니다. 바로 린족! 화중 사형이 전파한 린족의 귀여움은 지금도 유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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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에서도 작고 귀여운 캐릭터는 필수 요소입니다. 실제로 '테라'로 엘린의 힘을 톡톡히 경험했던 박용현 대표가 모바일에서도 다시 한번 '귀여움의 시대'를 열었는데요. 박용현 대표가 진두지휘했던 액션 RPG '히트(HIT)'에서도 귀여움을 무기로 한 간판 캐릭터 '키키'가 등장합니다.

키키는 엘린에 버금가는 귀여움을 갖춘 마법사 클래스입니다. 실제로 캐릭터 생성 비율 1위를 차지하며 유저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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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여운 ‘히트’ 키키
특히 모바일 기기는 화면이 작아서 그런지, 8등신 캐릭터보다는 5등신에서 3등신 사이의 아담한 캐릭터가 사랑을 많이 받는 편인데요. 앞서 언급한 '히트'와 같은 액션 RPG는 물론이고, 아예 수집형 RPG는 모든 캐릭터를 SD 또는 3등신으로 만들어 깜찍한 무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세븐나이츠'가 있겠네요. '세븐나이츠'는 심각한 세계관과 설정에 비해 화면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귀여운 느낌이 강한데요. 모바일 MMORPG가 대세가 되며 귀여운 캐릭터에 대한 수요가 잠시 줄어드는 듯 했는데, 최근 들어 귀여움을 무기로 내세운 수집형 RPG도 조금씩 출시되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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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귀요미'를 자처하는 캐릭터는 수없이 많았으나,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은 캐릭터는 '에픽세븐'의 왕자님입니다. 심지어 당연히 소녀일 거라는 추측을 와장창 깨고 남자 캐릭터라는 사실을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을 잊을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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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이 모호하며 귀여움을 무기로 내세우는 캐릭터는 '린: 더 라이트브링어'에도 수두룩하게 등장합니다. 일단 메인 캐릭터 둘이 굉장히 중성적이며, 인게임 그래픽이 3등신이라 '몬스터 길들이기' 또는 '세븐나이츠' 류의 깜찍함을 느낄 수 있죠. 하여튼 중요한 건 귀엽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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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여러 게임과 매체로 증명되었듯 작고 귀여운 캐릭터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유저들은 여전히 이런 작고 귀여운 아이들에게 애정을 쏟아 줄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다는 사실을 게임사에서 꼭 기억해 주면 좋겠군요.

개인적으로는 이쯤 됐으면 작고 귀여운 캐릭터만 왕창! 그야말로 왕창! 등장하는 게임도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하지만 강력하게) 발언해 봅니다. 성별은 상관없습니다(물론 필자는 여캐를 강력하게 원합니다). 어차피 모니터 속 귀요미인데 성별이 무슨 관계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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