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잡은' 필라델피아, NL 동부 1순위 아직 아니다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3.05 16:16 / 조회 : 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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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하퍼. /AFPBBNews=뉴스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이번 프리에이전트(FA) 클래스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강타자 브라이스 하퍼(27)를 13년 3억3000만달러 계약으로 영입하면서 이번 오프시즌 내내 치열하게 전개된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의 군비경쟁이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역대 최고규모 계약으로 최고 슈퍼스타를 영입했음에도 필라델피아가 확실하게 NL 동부지구 파워 경쟁구도에서 선두주자로 올라섰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하퍼의 전 소속팀 워싱턴 내셔널스와 디펜딩 지구 챔피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그리고 맹렬하게 떠오르는 뉴욕 메츠 역시 이번 오프시즌에 탄탄하게 전력을 강화하며 라이벌들의 보강 효과를 서로 상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군비경쟁의 결과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세이버메트릭 사이트들의 시즌 성적 프로젝션이다. 팬그라프닷컴의 경우는 하퍼가 필라델피아와 계약한 다음에 업데이트된 NL 동부 예상 순위에서 1위로 하퍼의 옛 친정팀 워싱턴을 꼽았다. 팬그라프는 워싱턴이 이번 시즌 90승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필라델피아가 86승으로 2위로 꼽혔고 이어 메츠(84승)와 애틀랜타(83승)가 뒤를 이었다. 필라델피아는 FA 시장 최대어인 하퍼를 잡고도 그 하퍼를 내준 팀에 4승이나 뒤져 지구 우승을 놓친다는 평가인 셈이다.

그나마 하퍼를 잡기 전엔 예상 승수 83승으로 지구 4위였는데 하퍼 계약 후 3승을 늘어나 워싱턴에 이어 지구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지구 4위 애틀랜타와 차이가 불과 3경기여서 올 시즌 내내 지구 우승은 물론 플레이오프를 향해 사활을 건 치열한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

또 다른 세이버메트릭 사이트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의 PECOTA 프로젝션은 그나마 필라델피아 팬들에게 조금 위안이 된다. 하퍼 계약 후 필라델피아의 올해 전적을 89승으로 전망, NL 동부 1위로 올렸다. 하지만 단독 1위가 아니라 워싱턴과 공동 1위였다. 이어 메츠가 두 경기 차인 87승으로 3위에 올랐고 이어 애틀랜타가 84승으로 4위까지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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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 레알무토. /AFPBBNews=뉴스1
팬그라프나 PECOTA 전망은 모두 올해 NL 동부 레이스가 도저히 예측불허임을 말해주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이번 오프시즌 단순히 하퍼만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 최고 포수로 꼽히는 J.T. 레알무토와 유격수 진 세구라, 우완투수 데이비드 로벗슨, 외야수 앤드루 맥커천 등 화려한 이름들이 필라델피아에 합류했다.

이 정도 선수들이 보강됐다면 웬만한 지구에선 우승후보로 발돋움하기에 충분해야 한다. 그런데 올해 NL 동부지구에선 이 정도론 다른 팀들과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춘 것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워싱턴을 보자. 워싱턴은 하퍼를 잃었지만 하퍼에게 줄 돈은 다른 쪽에 효과적으로 투자해 전력이 약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됐다. FA 시장에서 투수 중 최대어로 꼽혔던 패트릭 코빈을 6년 1억4000만 달러에 영입, 맥스 슈어저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함께 ‘빅3’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고 베테랑 선발투수 아니발 산체스를 데려와 선발진의 뎁스도 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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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코빈. /AFPBBNews=뉴스1
2루수 브라이언 도저와 캐처 얀 곰스, 구원투수 트레버 로젠탈 등도 가세했다. 기존 선수들인 앤서니 렌돈과 트레이 터너, 라이언 짐머맨, 후안 소토, 빅터 로블레스 등으로 구축된 라인업이 이미 탄탄해 새로 가세한 선수들과 시너지효과를 이룰 경우 지구 우승이 손색없는 팀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90승으로 깜짝 지구 우승을 차지한 애틀랜타는 올해 다른 팀들에 비하면 그렇게 파격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그래도 짭짤하게 전력을 보강했다. 전 올스타 3루수 조시 도널드슨을 1년 2300만달러 계약으로 데려왔고 베테랑 포수 브라이언 맥캔과도 계약했다.

여기에 지난해 NL 신인왕인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와 마운드의 영건들인 마이크 서로카, 맥스 프리드, 투키 투산트 등이 지난해에 이어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난해 90승을 올렸던 팀의 저력을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NL 동부에서 가장 주목되는 다크호스는 메츠다. 메츠는 오프시즌 초반 본격적인 탱킹 작업에 들어간 시애틀 매리너스와 트레이드로 올스타 클로저 에드윈 디아스와 베테랑 2루수 로빈슨 카노를 영입했고 포수 윌슨 라모스, 전 클로저 유리스 파밀리아 등과 계약하며 탄탄한 로스터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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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디아스. /AFPBBNews=뉴스1
스포츠 사이트 '더 링어'(The Ringer)는 이번 오프시즌 WAR(Wins Above Replacement) 기준으로 볼 때 메츠가 전력보강 1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디아스의 가세로 불펜이 막강해진 가운데 지난해 NL 사이영상 수상자 제이콥 데그롬과 ‘토르’ 노아 신더가드가 이끄는 선발진도 남부럽지 않아 메츠 역시 이번 시즌 우승후보로 손색없는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런 팽팽한 양상은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의 평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웨스트게이트 슈퍼북은 현재 NL 동부의 우승확률을 필라델피아(9-4), 워싱턴(9-4), 애틀랜타(11-4), 메츠(11-4) 순으로 잡고 있는데 이 정도라면 4개 팀간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NL 동부의 군비경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평가다. 엄청난 업그레이드에도 이들 4개 팀간의 우열을 가리기가 아직 힘든 상황에서 이제 마지막 전력보강의 결과에 따라 시즌의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주목받는 선수가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보스턴의 뒷문을 지켰던 철벽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럴이다. 디아스라는 최고 클로저를 확보한 메츠를 제외한 워싱턴, 애틀랜타, 필라델피아가 모두 뒤늦게 킴브럴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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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킴브럴. /AFPBBNews=뉴스1
지난해 상대한 타자 중 39%를 삼진으로 잡고 피안타율 0.174를 기록했던 킴브럴은 놀랍게도 아직까지 FA 시장에서 뛸 팀을 찾지 못한 채 푸대접을 받고 있다. 이번 오프시즌 초반 역대 구원투수 최고 계약인 6년 1억 달러를 요구했다가 팀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져 아직까지 미계약 상태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치열했던 군비경쟁에도 아직 우열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NL 동부에서 승부의 저울추를 기울게 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로 떠오르면서 마침내 기회를 잡은 것 같다. 뒤늦게 불붙은 영입경쟁에 편승해 킴브럴이 당초 원했던 계약을 얻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토록 엄청나게 전력을 보강하고도 지구 우승 여부조차 낙관하기 힘든 치열한 경쟁을 앞둔 팀들 가운데 한 팀에만 ‘지름신’이 강림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정말 이번 오프시즌 NL 동부의 군비경쟁은 과연 어떻게 판가름날지 흥미진진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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