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1조원' 나이키와 美스포츠를 강타한 윌리엄슨의 농구화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2.22 17:34 / 조회 : 1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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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자이언 윌리엄슨. /AFPBBNews=뉴스1
올해 미국프로농구(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 지명이 유력한 듀크대의 1학년생 포워드 자이언 윌리엄슨(18)이 경기 도중 황당한 부상을 당해 미국 스포츠계가 떠들썩하다.


윌리엄슨은 현지시간 20일 벌어진 라이벌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과 경기에서 게임 시작 30초가 지날 무렵 볼을 드리블하다 방향을 바꾸기 위해 급제동을 거는 순간 넘어졌다. 그의 왼발이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왼쪽 농구화의 밑창이 통째로 찢어져 떨어져 나가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고 이때 그는 오른쪽 무릎을 삐었다.

윌리엄슨은 곧바로 무릎을 부여잡고 한동안 고통을 호소했지만 트레이너의 응급치료 후 일어났고 절뚝거리긴 했지만 부축 없이 걸어서 코트를 나섰다. 왼손에는 완전히 찢어져 너덜너덜해진 농구화를 들고 있었다. 듀크대는 팀의 간판스타를 경기 시작하자마자 잃은 타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노스캐롤라이나대에 72-88로 패해 시즌 3패(23승)째를 기록했다.

현 전국랭킹 1위 듀크대와 8위 노스캐롤라이나대의 대결은 미 대학농구 최고의 라이벌전 가운데 하나로 평소에도 큰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이날 경기는 르브론 제임스 이후 등장한 최고의 슈퍼스타 재목이라는 윌리엄슨이 처음으로 노스캐롤라이나대와의 라이벌전에 나선다는 사실로 인해 그야말로 최고 빅카드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날 경기 입장권은 2차 마켓에서 평균 2500달러(약 282만원) 이상을 호가해 거의 슈퍼보울 급이었고, 한 장의 티켓은 1만 달러(약 1126만원)가 넘은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고 ESPN이 보도했다. 유명한 농구광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날 경기장을 찾아 코트사이드 좌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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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대-노스캐롤라이나대의 경기의 관전하는 버락 오바마(왼쪽 3번째) 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그런데 그렇게 미국 전체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에서 단연 최고의 스타가 경기 시작하자마자 황당한 부상을 당해 쓰러지자 난리가 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상상할 수도 없는 황당한 사고를 낸 농구화의 제작사인 나이키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다음 날인 21일 주식시장에서 나이키 주가는 전날보다 1.1% 폭락했다. 추가 총액으로 환산하면 11억 달러(약 1조2386억원)가 거품처럼 날아간 것이었다.

듀크대 측이 윌리엄슨의 부상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밝혔음에도 그의 부상은 이날 최고의 화제 중 하나였다. 소셜 미디어는 물론 언론에서도 그의 부상이 듀크대의 내셔널 타이틀 도전 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고 NBA 드래프트에서 그의 지명순서가 어떻게 영향을 받을 것인지를 따지는 성급한 이야기도 꼬리를 물었다. 당장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은 듀크대의 우승 가능성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 베팅 라인을 조정하기도 했다.

윌리엄슨은 이날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스타 폴 조지의 시그니처 농구화인 나이크 PG 2.5를 신고 있었다. 듀크대는 1992년부터 나이키와 계약을 맺고 유니폼과 다른 의복, 그리고 농구화를 독점 공급받고 있고 모든 선수들은 나이키사 제품을 착용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나이키는 상당한 치욕과 수모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나이키사는 성명서에서 “자이언(윌리엄슨)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면서 “우리 제품의 퀄리티와 퍼포먼스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비록 특별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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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슨의 찢어진 농구화. /AFPBBNews=뉴스1
이날 대학농구 최고의 스타 윌리엄슨에게 일어난 사고는 미 스포츠계에서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엄청난 파장과 논쟁을 불러왔다. 듀크대와 같은 주요 대학팀들은 나이키 등 스포츠용품사와 계약을 맺고 매년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윌리엄슨 같은 선수들은 아마추어 신분이라는 굴레에 묶여 이런 초대형 계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 중 단돈 1달러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윌리엄슨이 당장 지금부터라도 남은 대학농구 시즌을 뛰지 말고 NBA 드래프트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만약 계속해서 경기를 하다 큰 부상을 당해 NBA 커리어가 위험해질 경우 그 타격은 오로지 선수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고의 슈퍼스타 선수가 입은 황당한 부상으로 인해 이 문제가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지만 대학스포츠에서 스타 선수에 대한 금전적 보상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됐던 이슈 중 하나였다. 미국 주요 대학들이 풋볼과 농구 등 스포츠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매년 천문학적 레벨에 달하는 데에도 정작 그런 수입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선수들은 아마추어라는 신분으로 인해 그 수입에는 전혀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들은 선수들에게 대학 교육 외에 프로로 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코칭과 경기 무대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대학들이 선수들에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선수들로 인해 올리는 수입이 너무도 많기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식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학들이 스포츠를 통해 벌어들이는 엄청난 수입을 선수들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분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분배 기준을 산정하기 힘든 데다 무엇보다도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을 바탕으로 한 학원스포츠를 프로화시킨다는 반론에 막혀 제대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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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를 떠나는 윌리엄슨. /AFPBBNews=뉴스1
결국 선수들은 이 문제에 관한 한 개인적으로 필요한 결단을 내리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이미 대학풋볼에서는 2~3년 전부터 드래프트를 앞둔 스타급 선수들이 부상에 대한 우려로 인해 포스트시즌 성격이자 시즌 마지막 경기이기도 한 보울게임을 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엔 처음으로 두 자리 수의 선수들이 보울게임 출전 포기를 선언했다. 올해 NFL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 가능성이 있는 오하이오 스테이트의 스타 디펜시브 라인맨 닉 보사는 시즌 도중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아예 복귀를 포기하고 드래프트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뒤 팀을 떠나기도 있다.

언제라도 커리어를 잃을 위험성이 내재된 격렬한 스포츠인 풋볼에 비해 부상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학농구의 경우는 아직까지 그런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농구의 경우도 대학스포츠와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논란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론 윌리엄슨의 부상은 그리 심하지 않아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다음 달 미 대학농구 NCAA 토너먼트 출전이 충분히 가능해 보이지만 문제는 과연 그가 출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윌리엄슨이 추가 부상의 위험성을 고려해 더 이상 대학농구를 뛰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미 대학 스포츠는 엄청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윌리엄슨이 포진한 듀크대는 최고 우승후보지만 그가 빠진 듀크대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이번 노스캐롤라이나대와 경기에서 뚜렷하게 입증됐다. 그의 결심 하나에 내셔널 타이틀의 주인공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과연 이번 나이키사 농구화가 빚은 황당한 사고가 대학스포츠에 어떤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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