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도·하퍼 미계약, PHI 놀라 4500만$ '헐값'에 주저앉혔다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2.16 06:05 / 조회 : 2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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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 놀라. /AFPBBNews=뉴스1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과 맥스 셔저(워싱턴 내셔널스)에 이어 3위를 차지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우완 에이스 애런 놀라(26)가 필라델피아와 4년간 4500만 달러에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14일(한국시간) ESPN에 따르면 놀라는 올 시즌 계약금 200만 달러와 연봉 400만 달러를 받게 되며 이후 연봉은 내년 800만 달러, 2021년 1175만 달러, 2022년 1500만 달러로 오른다. 이어 5년째인 2023년에는 구단옵션 1600만 달러가 걸려 있으며 만약 구단이 옵션 행사를 하지 않으면 바이아웃 425만 달러를 받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조건이다.

놀라가 리그 정상급 투수이긴 하지만 FA 자격을 얻기까지 아직 3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연봉조정 대상이기에 총액 5000만 달러에 육박하는(5년차 구단옵션 1600만 달러를 합하면 5675만 달러) 이 계약은 그에게 엄청난 ‘인생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그의 연봉이 리그 미니멈을 겨우 넘긴 57만3000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5년간 지난해 연봉의 100배를 받게 되는 이번 계약은 그에겐 ‘대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계약 뉴스가 나온 직후 공통적인 반응은 놀라가 완전히 ‘헐값’에 팔렸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필리스에 1라운드 전체 7번으로 지명된 놀라는 2015년 빅리그에 데뷔, 6승2패를 따냈고, 2016년엔 6승9패를 기록한 뒤 2017년 12승11패, 평균자책점 3.54로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17승 6패 평균자책점 2.37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차세대 특급에이스 감으로 발돋움했다.

당장 놀라가 사이영상 후보로 언급되는 맹활약을 이어가던 지난해 8월엔 이번 오프시즌에 연봉조정 대신 연장계약을 선택한다면 총액 7000만 달러 계약은 거뜬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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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프리먼. /AFPBBNews=뉴스1
그 근거로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지난 2014년 시즌을 앞두고 프레디 프리먼과 체결한 8년간 1억3500만달러 계약이 제시됐다. 프리먼은 놀라보다 한 시즌 빠른 빅리그 3시즌을 마친 뒤 애틀랜타와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놀라가 아직 만 25세에 불과하고 빠르게 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하는 단계에 있다는 점에서 5000만 달러 정도로 그를 장기간 붙잡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놀라와 연봉조정을 눈앞에 두고 전격적으로 4년간 4500만 달러라는, 팀 입장에서 보면 ‘부담 없는’ 가격에 사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예상됐던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 놀라가 다년 계약 없이 앞으로 연봉조정으로만 연봉을 올린다고 해도 현재 성장속도를 감안하면 4년 후 이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벌어들였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놀라는 그런 가능성에 매달리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미래에 대한 안정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FA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그런 놀라의 선택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지금 메이저리그의 FA들은 3년째 역사상 가장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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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하퍼. /AFPBBNews=뉴스1
역대 최고급 FA로 평가되며 모든 팀이 군침을 흘리며 치열한 영입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가 FA 시장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해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이 순간에도 아직 계약할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물론 하퍼와 마차도는 엄청난 기대치와 요구조건으로 인해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역대 최상급 FA 클래스의 간판스타들이 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다른 선수들을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들은 한때 4억 달러 계약을 노린다는 말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절반짜리 계약을 얻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얼마 전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마차도에게 8년간 2억5000만 달러 오퍼를 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 오퍼액수는 이보다 훨씬 낮아 2억 달러에 못 미친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근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샌프란스시코 자이언츠가 각각 마차도와 하퍼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나 구체적인 오퍼로 이어졌다는 말은 없다. 그리고 오퍼를 오더라도 이들이 꿈꿨던 수준과는 차이가 클 것이라는 게 이젠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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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 마차도. /AFPBBNews=뉴스1
생애 통산 333세이브를 기록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클로저 중 한 명인 크레이그 킴브럴과 전 사이영상 수상자인 달라스 카이클 역시 스프링캠프가 시작됐지만 아직 갈 곳이 없는 ‘FA 미아’ 처지로 남아 있다.

킴브럴의 경우는 그 흔한 루머조차도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쇼킹하다. 지난해 그와 함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 크리스 세일은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추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현재 시스템에서 구단들이 FA 계약을 보는 시각은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가기 힘든 단계로 접어들었다. 아무리 특급스타라도 FA 시장에서 천문학적 대박을 터뜨리는 것은 이제 갈수록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 될 전망이다.

특히 놀라처럼 이제 스타덤을 향해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디딘 선수들 가운데는 3~4년 후 FA 시장에서 엄청난 대박을 기대하느니 당장은 다소 손해 보는 느낌이 있더라도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FA 시장 추세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급물살을 타고 변하고 있는데 한 번 판단을 잘못한다면 자칫 오도 가도 못하는 미아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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