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데이비스 안 내준 뉴올리언스의 속셈, 과연 옳았을까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2.08 17:07 / 조회 : 76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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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데이비스. /AFPBBNews=뉴스1
미국프로농구(NBA)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미 동부 시간으로 7일 오후 3시로 지나간 가운데 앤서니 데이비스(26·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LA 레이커스행 트레이드는 예상대로 불발됐다. 이에 따라 팀에 트레이드를 공식 요청했던 데이비스는 싫든 좋든 이번 시즌은 끝까지 뉴올리언스에서 보내게 됐다.


레이커스는 데이비스 영입전에서 유력한 경쟁자가 될 보스턴 셀틱스가 규정상 나설 수 없어 사실상 경쟁상대가 없었던 이번 영입기간에 그의 트레이드를 성사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브랜든 잉그럼, 론조 볼, 조시 하트, 카일 쿠즈마, 이비카 주바치 등 팀의 핵심선수 거의 대부분에다 1라운드 지명권 2개까지 내주고, 여기에 뉴올리언스의 샐러리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번 시즌 1230만 달러, 다음 시즌 1270만 달러 계약이 남은 솔로몬 힐까지 받겠다고 제안했다. 사실상 르브론 제임스를 제외한 어떤 선수라도 내줄 수 있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하지만 뉴올리언스의 대답은 시종 똑같았다. 레이커스가 새로운 오퍼를 할 때마다 가타부타 답을 하거나 카운터오퍼를 통해 협상을 진행하는 대신 “검토해 보겠다(We will take a look at it)"는 대답만 하고 침묵했다고 한다. 단지 레이커스의 오퍼에 실망했다는 반응만 다른 경로를 통해 흘러나왔다. 애당초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더니 데드라인 하루 전날 레이커스에 1라운드 지명권 2개와 2라운드 지명권 2개를 추가로 더 내놓으라는 황당한 오퍼를 했고 이에 발끈한 레이커스는 결국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이 일 이후 양 팀은 추가 협상을 위한 접촉조차 하지 않은 채 데드라인을 흘려보냈다.

결국 이번엔 데이비스 영입이 물 건너갔음을 깨달은 레이커스는 LA 클리퍼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마이클 비즐리와 주바치를 내주고, 이틀 전 클리퍼스가 토비아스 해리스 트레이드로 확보한 빅맨 마이크 머스칼라를 데려온 것으로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마감했다.


이 트레이드로 생긴 로스터의 빈 자리는 얼마 전 휴스턴 로키츠에서 방출돼 현재 프리에이전트인 제임스의 절친 카멜로 앤서니로 메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레이커스는 ‘꿩’ 앤서니(데이비스)를 노리다 ‘닭’ 앤서니(카멜로)를 잡는 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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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론 제임스. /AFPBBNews=뉴스1
그렇다면 뉴올리언스는 왜 이렇게 레이커스와 협상에서 무성의한 자세로 일관했을까. 이미 지난 주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뉴올리언스는 팀의 간판스타 데이비스가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구한 배경에는 제임스와 레이커스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생각하고 굉장한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데이비스의 에이전트로 트레이드를 요구한 리치 폴은 제임스의 에이전트이자 절친한 친구다. 뉴올리언스는 폴이 오프시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지금 시점에서 트레이드를 공개 요구한 것도 보스턴이 카이리 어빙으로 인해 지금 시점에선 트레이드 협상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하려 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뉴올리언스는 레이커스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이번 트레이드 협상 과정에서 철저한 무시와 황당한 요구로 표현한 셈이다. 그리고 그 뒤에 보스턴의 ‘부채질’도 있었다.

보스턴은 데이비스의 트레이드 요구가 나오자마자 뉴올리언스와 접촉, 오프시즌까지 기다린다면 훨씬 좋은 조건의 거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데이비스를 트레이드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뉴올리언스는 최소한 보스턴 카드가 있다는 생각에 레이커스의 계속된 오퍼에 차가운 반응으로 일관한 셈이다.

게다가 뉴올리언스는 단지 협상 과정에서 계속된 무관심 반응으로 레이커스를 찬밥 취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레이커스가 제안한 오퍼내용을 고의적으로 흘려 레이커스의 팀 분위기를 송두리째 깨는 ‘복수’를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SPN에 따르면 뉴올리언스는 레이커스가 쿠즈마, 잉그럼, 하트, 볼, 주비치, 켄타비우스 콜드웰-포프, 라잔 론도, 랜스 스티븐슨, 비즐리 등을 오퍼했다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누출시켰다. 이 보도가 나가자 레이커스 선수들은 루크 월튼 감독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이로 인해 팀 분위기가 엉망이 된 레이커스는 지난 6일(한국시간)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경기에서 제임스가 경기에 나섰음에도 팀워크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을 보이며 42점 차(94-136)로 참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제임스의 NBA 커리어에서 최악의 패배였다. 뉴올리언스의 ‘복수’가 의도된 것이었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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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월튼 LA 레이커스 감독. /AFPBBNews=뉴스1
하지만 이런 뉴올리언스의 복수가 당장 기분이 좋을지는 몰라도 과연 장기적으로 팀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레이커스는 오프시즌에 트레이드 협상이 재개되면 다음 오퍼는 이번에 제시한 것보다 못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물론 뉴올리언스는 다른 팀들과도 협상이 가능하지만 보스턴을 포함, 그 어느 팀으로부터도 레이커스가 제시했던 것보다 더 나은 오퍼를 받는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보스턴은 “기다리면 더 좋은 오퍼가 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뉴올리언스가 가장 원하는 제이슨 테이텀을 포함시키겠다는 약속은 전혀 하지 않았다.

더구나 뉴올리언스의 냉담한 자세로 인해 가길 원했던 레이커스행이 무산돼 남은 시즌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게 된 데이비스가 어떻게 나올지도 알 수 없다. 만약 데이비스가 레이커스가 아닌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될 경우 연장계약을 하지 않고 2021년 여름에 FA로 떠나갈 것이라고 선언한다면 그의 트레이드 가치는 폭락할 수밖에 없다. 그를 고작 1년간 쓰기 위해 팀의 미래를 송두리째 담보로 잡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경고음’은 나온 상태다. 데이비스의 아버지는 얼마 전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전체로 아들의 보스턴행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보스턴이 수년 전 간판스타였던 아이제야 토머스에 대한 의리를 보여주지 않고 그를 푸대접하는 것을 보며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뉴올리언스는 그럴 경우에도 보스턴이 쉽게 데이비스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또 설사 보스턴을 포함해 다른 팀들의 오퍼가 신통치 않더라도 언제라도 다시 레이커스와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생각대로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달콤한 복수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이 나중에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결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레이커스도 언젠가 뉴올리언스에 빚을 갚겠다고 벼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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