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권혁 두산 이적, 한화에는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천일평의 야구장 가는 길]

천일평 대기자 / 입력 : 2019.02.06 06:47 / 조회 : 1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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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에서 재회한 배영수(왼쪽)와 권혁. /사진=두산, 뉴스1
배영수(38)와 권혁(36)은 나란히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 한화 이글스에서 만났고, 이번에는 두산 베어스로 옮겼습니다. 올 시즌 우승을 노리는 두산의 전략입니다.

두산은 지난 3일 연봉 2억원에 권혁을 영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권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연봉 삭감(4억5000만원→2억원)에 이어 1군 스프링캠프에서도 제외됐습니다. 2군 캠프에 배정받은 권혁은 구단에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몇몇 팀이 권혁 영입전에 뛰어들었고 두산이 계약을 마쳤습니다. 권혁은 오는 8일 두산 선수단이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일본 오키나와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배영수는 한화에서 전력 외로 분류돼 지난해 11월 방출해줄 것을 요청했고, 한화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역시 두산이 손을 내밀었고, 연봉 1억원에 계약했습니다.

배영수와 권혁은 프로 시작을 삼성에서 했습니다. 배영수가 2000년, 권혁이 2002년 입단해 2014년까지 줄곧 삼성에서만 뛰었고, 삼성 '왕조'의 기둥이었습니다.

2014년 시즌 후 둘 다 FA가 됐고 나란히 한화로 옮겼습니다. 불펜 전문인 권혁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112이닝과 95⅓이닝을 던지는 등 혹사 투구를 하다 이후 부상에 시달렸고, 2018년은 16경기 등판이 전부였습니다.

배영수도 2015년 32경기 101이닝, 4승 11패 1홀드, 평균자책점 7.04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시즌 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2016년에는 아예 1군 기록이 없습니다. 2017년 돌아와 25경기 128이닝, 7승 8패, 평균자책점 5.06의 기록을 남겼지만, 2018년에는 11경기 등판이 전부였고 6월 이후 1군에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두산은 이들이 베테랑이지만 아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영입한 것입니다. 배영수는 하위 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입니다. 팀 내 죄완 불펜이 귀하기에 권혁도 중용될 수 있습니다.

배영수-권혁을 받은 두산으로서도 괜찮은 영입이 될 수 있습니다. 2018년 정규리그에서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였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SK에 패권을 넘겨 준 두산은 포수 양의지가 빠졌으나 기존 전력이 거의 전부 유지되고 있어 여기에 베테랑 투수 두 명을 더하면 전력에 큰 보강이 된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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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종훈 단장(왼쪽)과 송광민. /사진=한화 이글스
반면 배영수-권혁이 두산으로 넘어간 한화는 지난 해 리그 3위에 이어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목표입니다,

한화는 2년 전까지만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투자 대비 효율이 높지 않았고 10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실패에서 교훈을 찾은 한화는 기조를 바꿔 육성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첫 시험대였던 지난해 리그 3위를 하고 최고 인기팀으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 결과 베테랑들은 설 자리가 점차 좁아졌습니다. 그래서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 연봉 협상에서 약간의 진통이 있었습니다. 내부 FA 및 연봉협상이 길어졌고 일부 베테랑들이 팀을 떠났습니다.

FA 자격을 얻은 송광민과 이용규 최진행은 1월 말에야 도장을 찍었는데 선수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계약 규모였습니다. 송은범 연봉협상도 길어졌습니다. 연봉 계약을 놓고 줄다리기하던 우완 투수 송은범은 연봉 2억5000만원에 재계약했습니다.

송은범은 지난해 연봉 4억5000만원을 받았지만, FA 계약기간 4년이 모두 끝나고 재취득 요건을 채우지 못해 연봉 협상을 새로 해야 했습니다. 지난 시즌 불펜에서 7승4패 1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50으로 활약하면서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지만, 구단은 앞선 3년간의 부진을 고려해 2억원 삭감안을 제시했습니다.

결국 송은범은 캠프 시작 직전에 구단의 제시안을 받아들이고 지난달 31일 다른 선수들과 함께 스프링캠프로 갔습니다. 여기에 박정진은 은퇴했고 심수창은 LG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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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등 한화 선수단. /사진=OSEN
한화는 올 시즌이 끝난 뒤 구단의 기조도 관심을 모읍니다. 베테랑들이 많아 내부 FA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정우람(34)과 김태균(37)이라는 팀 내 투타 간판들이 FA 자격을 취득할 예정입니다. 두 선수는 2016년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한화와 4년 FA 계약을 해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부상 없이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르면 FA 재자격 대상자가 됩니다. 등록일수가 모자라 올해 FA 재자격 대상에서 제외된 송은범(35) 또한 올 시즌 뒤에는 자격 취득이 예상됩니다.

김태균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통산 1820경기에서 타율 3할2푼5리, 303홈런, 1267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정우람은 한화 이적 후 2016년 16세이브, 2017년 26세이브, 지난해에는 개인 최다인 35세이브를 수확했습니다. 송은범도 지난해 68경기에 출장하며 재기의 기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김태균은 최근 2년간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빠졌습니다. 정우람 송은범도 올해 활약상을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리겠지만, 계약 기간에서 이견이 생길 가능성은 있습니다. 올해 FA들보다 비중은 훨씬 더 큽니다.

이성열(35)과 윤규진(35) 송창식(34) 등 조만간 FA 자격을 얻을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5~6년전부터 비싼 FA 선수들을 많이 끌어들인 한화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만 가지고는 팀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베테랑들이 있어 신구조화가 이루어져야 팀은 유지되고 살아납니다.

이번 배영수와 권혁이 두산 전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릅니다. 이들이 두산이 바라는 대로 베테랑으로서 두산 우승에 도움이 될 수도, 아니면 시즌 초반에 혼신의 힘을 다해 던져 반짝 올라가다가 걸국은 흐지부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권혁은 지난달 31일까지 선수 등록을 마치지 못해 KBO리그 규정에 따라 5월부터 1군에 설 수 있습니다. 개막 후 약 한 달 반의 공백이 생기는 권혁은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석 달 동안 팀 적응을 마치고 부활을 알려야 합니다.

한편 한화는 배영수-권혁을 넘기며 선수단에 갈등을 일으켜 선수들의 투지가 실종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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