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스 트레이드'에 얽힌 4개 팀의 엇갈린 속사정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2.01 20:37 / 조회 : 12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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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데이비스. /AFPBBNews=뉴스1
과연 앤서니 데이비스(25)는 LA 레이커스 품에 안길 수 있을까.

소속팀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에 전격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한 데이비스가 르브론 제임스가 있는 레이커스로 가길 원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데이비스는 트레이드를 요청하면서 뉴올리언스에 자신이 가길 원하는 팀을 특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NBA에선 그가 레이커스가 아닌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될 경우 그 팀과 재계약을 거부하고 2019~2020시즌을 마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으로 레이커스와 계약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돌고 있다.

여기에 레이커스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데이비스를 데려오겠다는 열망에 불타고 있다. 제임스를 제외하면 그 어떤 대가라도 기꺼이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자세다.

그렇다면 데이비스의 레이커스행은 거의 기정사실이고 필연적인 결말인 것 같지만 현실은 의외로 녹록치 않다. 소위 ‘한 세대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Generational talent)'라는 데이비스를 둘러싼 영입 경쟁은 여전히 치열할 뿐 아니라 현재 칼자루를 쥐고 있는 뉴올리언스가 레이커스를 보는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싸늘하다.

현재로선 데이비스가 트레이드 데드라인인 오는 8일(한국시간)을 지나도 여전히 뉴올리언스 유니폼을 입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우세하다. 과연 왜 그럴까. 유력한 트레이드 파트너로 꼽히는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 그리고 다크호스 후보 뉴욕 닉스와 데이비스의 원 소속팀 뉴올리언스 입장에서 이번 트레이드를 보는 시각을 살펴본다.

우선 현재 가장 몸이 달아있는 팀은 레이커스다. 무조건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데이비스를 데려오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상태다. 이번에 데이비스를 영입하지 못하고 오프시즌으로 간다면 상황은 예측불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매직 존슨 사장과 롭 펠린카 단장은 데이비스의 트레이드 요구가 공개된 직후부터 뉴올리언스에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레이커스가 뉴올리언스에 총 5가지 트레이드 패키지를 제시했으며 이 중 하나는 론조 볼, 카일 쿠즈마, 브랜던 잉그럼, 이비카 주바치와 1라운드 드래프트 지명권을 주는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사실이라면 현 시점에서 레이커스가 내줄 수 있는 최고의 패키지에 근접한 오퍼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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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론 제임스. /AFPBBNews=뉴스1
하지만 '탱고를 추려면 2명이 필요하다(it takes two to tango)'라는 말처럼 트레이드 역시 상대하는 파트너와 마음이 맞아야 하는데 지금 뉴올리언스는 마음이 맞기는커녕 레이커스의 파트너가 될 의사가 별로 없는 듯하다. 존슨 사장과 펠린카 단장은 지난 달 29일 데이비스의 트레이드 요구가 공식적으로 나온 뒤 곧바로 뉴올리언스에 전화를 걸어 델 뎀프스 단장에게 메시지를 남겼는데 덴프스 단장은 이틀 뒤인 31일까지도 리턴콜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레이커스는 1일 다른 경로를 통해 뎀프스 단장과 연락하는 데 성공해 5가지 패키지를 제안했지만 이와 관련해 아직 본격적인 논의나 협상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선수를 팔아야 할 팀이 상대의 간절한 대화 요구에 이처럼 무관심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팔 생각이 별로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뎀프스 단장이 레이커스의 간절한 통화 요청에 “난 전혀 급할 것 없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뉴올리언스는 데이비스의 공개적인 트레이드 요구가 나온 것이 레이커스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스의 에이전트 리치 폴이 제임스의 에이전트이자 절친이라는 사실로 인해 이번 트레이드 요구도 레이커스와 사전 합의한 시나리오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뉴올리언스 입장에선 팀의 간판스타가 떠나겠다고 나선 것도 기분 나쁜데 다른 팀과 사전 조율 때문이라면 더욱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레이커스와 데이비스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뉴올리언스는 솔직히 데이비스를 그가 가길 원하는 레이커스엔 보내지 않는 것으로 ‘복수’를 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감정에 치우쳐 결정할 수는 없다. 만약 모든 트레이드 제안 중에서 레이커스의 오퍼가 가장 좋다면 뉴올리언스로선 싫든 좋든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가능한 레이커스와 데이비스가 애를 태우게 하고 하겠다는 태도가 느껴진다. 데이비스는 이번 시즌은 물론 다음 시즌까지도 계약이 된 상태다. 뉴올리언스로선 급할 것이 없다.

사실 레이커스로선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폴 조지와 카와이 레너드 영입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레너드의 트레이드 때 레이커스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여러 차례 접촉해 의사를 밝혔으나 샌안토니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결국 레너드는 토론토로 트레이드됐지만 레이커스는 협상 과정에서 무엇을 오퍼해도 레너드를 얻기 힘들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샌안토니오는 서부 라이벌인 레이커스에 레너드를 내줄 의사는 추호도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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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테이텀. /AFPBBNews=뉴스1
한편 레이커스보다 더 좋은 트레이드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팀인 보스턴은 이미 뉴올리언스에 “데이비스를 지금 트레이드하지 말고 오프시즌까지 기다리면 훨씬 더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이미 알려진 대로 보스턴은 데이비스와 마찬가지로 지정 루키 연장계약(Designated Player Rookie Scale Extension)을 체결한 카이리 어빙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계약을 한 선수 두 명을 동시에 보유할 수 없다는 리그 규정에 따라 어빙이 팀에 있는 한 데이비스 영입에 나설 수 없다. 어빙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7월1일자로 잔여계약을 옵트아웃하고 FA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때가 돼야 보스턴은 데이비스 트레이드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보스턴이 당장 트레이드를 할 수 없는 처지에서 뉴올리언스가 레이커스의 오퍼를 받지 못하게 막으려면 어떤 약속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핵심에는 제이슨 테이텀이 있다. 보스턴은 가능하면 테이텀을 내주지 않고 데이비스를 데려오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테이텀이 빠진 오퍼로는 레이커스의 오퍼를 능가한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무조건 7월까지 기다려달라고 요청하면서 테이텀을 내줄지 여부를 어정쩡하게 한다면 뉴올리언스의 신뢰를 받기 힘들다.

물론 당장은 테이텀도 내줄 수 있다고 언질을 준 뒤 7월 협상 때 말을 바꿀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구단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질 뿐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문제는 테이텀 없이 레이커스 오퍼를 능가하는 패키지를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스턴으로선 생각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데이비스의 의중이다. 만약 올 여름에 데이비스 영입에 성공해도 그가 재계약을 하지 않고 내년 오프시즌에 레이커스로 떠나간다면 고작 1년을 쓰기 위해 팀의 미래를 통째로 포기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보스턴은 일단 이번 데드라인 전 레이커스행 트레이드만 막아놓고 오프시즌이 되면 데이비스가 레이커스행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지 의중을 파악한 뒤 본격적으로 트레이드 협상에 나서길 원하고 있다. 만약 데이비스의 레이커스행 생각이 확고하다면 보스턴으로선 사실상 1년을 위한 거래는 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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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대의 자이언 윌리엄스. /AFPBBNews=뉴스1
보스턴이 우려하는 또 다른 시나리오는 뉴욕이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권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들고 7월에 영입전에 뛰어드는 것이다. 현재 뉴욕은 리그 최악의 성적으로 전체 1번 지명권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만약 드래프트 로터리에서 전체 1번 지명권을 얻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체 1번 지명권이라면 역대급 초대형 유망주로 평가되는 듀크대의 자이언 윌리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이 전체 1번 지명권은 어쩌면 테이텀보다도 더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돼 보스턴으로선 또 다른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한편 뉴올리언스는 보스턴이 엄청난 오퍼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고 있고 현재 레이커스의 오퍼는 오프시즌까지 기다려도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또 경우에 따라 뉴욕도 경쟁에 뛰어들 수 있어 가능하면 7월까지 기다리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데이비스의 레이커스행 의지가 확고해 보스턴이 막판에 협상에서 물러난다면 오히려 불리한 입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미 불편한 사이가 된 데이비스와 시즌 끝까지 한솥밥을 먹으면서 동거하는 것도 고역일 수 있다. 과연 이번 NBA판 드라마는 어떤 결론으로 막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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