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귀엽게..17세 소녀가 된 80대 '칠곡 가시나들' [종합]

용산=김미화 기자 / 입력 : 2019.01.3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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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스틸컷


평균나이 80대 중반의 할머니들이 17세 소녀가 돼서 돌아왔다. 삐뚤빼뚤 이름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들을 보고 있노라면 왜 이렇게 귀여운지. "빨리 죽지 않아서 죽겠다"라고 말하는 할머니들의 목소리에서는 활기가 넘친다. 영화 '칠곡가시나들'은 삶의 끝을 향해 다가가는 할머니들이 아닌, 삶을 즐기고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웃음을 전한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칠곡 가시나들'(감독 김재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김재환 감독과 주석희 교사가 참석했다.


'칠곡 가시나들'은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군의 일곱 할머니들 이야기로, 매일매일 일용할 설렘을 발견하며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향해가는 '웰컴투에이징' 다큐멘터리다.

김재환 감독은 "이 영화를 촬영하며 3년간 할머니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칠곡이라는 곳이 참 넓더라. 27개 마을을 돌아보고, 처음에 복성2리에서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게 맞냐'라고 물어보더라"라며 "어떻게 보면 도시화가 반쯤 진행 된 이곳이 매력이 없을 수도 있다. 이 할머니들보다 시를 잘 쓰고 말씀도 더 잘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왜 그곳을 선택했는지 묻는 분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저는 시를 잘쓰고 글을 잘 쓰는 분들을 찾아 나선게 아니라, 처음 한글을 배우는 설렘, 새로 뭔가를 알아가는 설렘을 그리고 싶었다. 재밌게 나이드는 것 그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복성2리에서 촬영했다"라고 설명했다.


'칠곡가시나들'은 함께 모여서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소소한 일상을 전하며 웃음을 전한다. 일기같은 할머니들의 순수한 시는 빵터지는 웃음과 동시에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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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스틸컷


김재환 감독은 "이 영화가 할머니를 다루고 시골의 이야기이다 보니까 '워낭소리' 같은 영화를 떠올릴 수 도 있지만 저는 할머니 버전의 '쉘위댄스'를 생각하고 만들었다"라며 "저는 그것이 설렘이라고 생각했다. 이 할머니들과 함께 하며 한글을 접하며 느끼는 설렘을 포착했다. 나이 드는 것이 우울하거나 두려운 것 만은 아니다. 충분히 재밌게 나이드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주석희 교사는 "영화를 처음 시작하고 개봉까지 3년 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 작품이 어떻게 나올까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개봉할 때 우리가 다 같이 볼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가장 나이 많은 할머니가 90세이시다보니 다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김재환 감독은 "할머니들과 함께 하며 느낀 것은 할머니들이 죽음에 쿨하시다는 것이다. 죽음을 무서워하는 나이가 지났고, 죽음을 슬프게 묘사하지 않는다. 농담으로 '빨리 죽어야하는데, 죽지도 않고 죽겠네'이렇게 입에 붙어있다. 죽음을 말하지만 삶에 대한 활력이 넘친다"라며 "저는 할머니들을 회고적 존재 그리고 죽음을 바라보는 존재로 그리는 것이 싫었다. 모든 사람들이 욕망이 있고 할머니들의 오늘을 그리고 싶었다. 주변에서는 관객을 울려야 한다고 했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노년의 슬픔이 아니라 '재밌게 나이드는' 이야기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칠곡가시나들'은 8090 할머니들의 'YOLO'라이프를 그리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교복을 입고 볼터치를 하고 "열일곱 살이에요~"라고 노래 부르는 할머니들을 보느라며 빵빵 터지는 웃음과 그리움 그리고 감동이 동시에 온다.

한편 '칠곡 가시나들'은 2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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