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의 2019시즌, '잘 해야 본전'이라 더 궁금하다 [천일평의 야구장 가는 길]

천일평 대기자 / 입력 : 2019.01.26 08:00 / 조회 : 1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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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SK 감독. /사진=뉴스1
SK 와이번스는 지난 해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합니다. 사령탑이 트레이 힐만(56) 감독에서 염경엽(51) 감독으로 바뀌어 당연히 야구 스타일도 달라집니다.

데이터 분석과 응용에 일가견을 보인 힐만 전 감독은 2017∼2018년 2년 연속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타순표를 짰습니다. 2017년엔 정규리그 144경기 중 141번이나 다른 타순표를 썼습니다. 2018년엔 129차례로 줄었지만, 그래도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이 타순을 바꿨습니다.

타순표 작성만 놓고 보면 염경엽 감독은 힐만 감독과 반대에 가까웠습니다. 넥센 히어로즈를 지휘하던 2013∼2016년 염 감독은 타순을 자주 바꾸지 않았습니다. 당시 박병호, 강정호(현 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장타력을 갖춘 타자를 거느린 염 감독은 2013년 87차례, 2014년 80차례 다른 타순표를 썼습니다.

강정호가 미국으로 건너간 2015년엔 102차례로 늘었고, 박병호마저 미국으로 떠난 2016년에는 97차례 다른 타순을 짰습니다. 두 선수의 이탈로 타순표를 여러 개 짜야 했음에도 염 감독은 타순표 작성 횟수에선 4년 내리 7∼8위권에 그쳤습니다.

변화무쌍한 힐만 감독과 달리 타순을 잘 안 바꾸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당시 염 감독은 ‘개인 성적이 잘 나오면 팀 순위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 지론을 바탕으로 팀보다는 선수를 먼저 생각하는 방향으로 타순을 구성했습니다.

염 감독은 히어로즈 시절 마무리 훈련 때 이듬해를 대비해 주전과 후보를 일찌감치 가르고, 그에 맞춰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선수들이 보직에 맞게 알아서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이 무한 생존경쟁을 치르는 것보다 미리 설계된 계획에 따라 착실하게 기량을 쌓는 게 선수 개인이나 팀에 모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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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시절의 염경엽 감독. /사진=히어로즈
염 감독은 2년 만에 감독 지휘봉을 다시 잡고 처음으로 치른 지난 해 마무리 훈련 때도 SK 선수들에게 비슷한 구상을 밝혔습니다.

SK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염 감독은 미국 전지훈련을 떠나는 1월30일 전까지 타순 시뮬레이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후보 선수층이 얇았던 히어로즈 시절과 달리 가용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SK에선 홈런 이외의 방법으로 더 많은 점수를 뽑기 위해선 한층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우승팀 SK의 염경엽 감독은 사실 올해 다시 한 번 우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염 감독 자신도 “나는 '우승팀' 감독이지 '우승한' 감독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유명 선수 출신이 아니고 구단 스카우트와 프런트를 거쳐 사령탑이 된 염경엽 감독은 21013년 처음으로 넥센 히어로즈를 맡고 팀을 창단 이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습니다. 리그 4위가 된 넥센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2승을 먼저 올렸지만 3연패를 당해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됐습니다.

그리고 2014년에는 팀을 리그 2위로 끌어올려 플레이오프에 나가게 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겨루다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염경엽 감독은 첫 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역전패를 당한 다음 선수들에게는 호평을 하면서도 자신에게는 다소 박한 점수를 매겼습니다. 그는 "선수들은 100% 잘 해줬다고 생각하고 더 좋은 기회가 왔음에도 못 잡은 부분은 내가 부족했다고 보기 때문에 나는 67점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염 감독이 꿈꾸는 넥센은 '생각하는 야구'를 하는 팀으로,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소통'을 꼽았습니다. "서로 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그에게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을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슬럼프에 빠져 있는 선수들에게 더 관심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SK에서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일하게 된 염경엽 감독이 '잘 해야 본전'인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팀을 이끌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지는 2019년 시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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